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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가을의 풍미를 더하는 연蓮 요리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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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4 년 10 월 [통권 제138호]  /     /  작성일24-10-05 12:49  /   조회1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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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나는 봄꽃은 청춘을 닮았습니다. 반면 세월의 원숙함을 간직한 채 급변하는 일교차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은 농익은 중년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입니다. 올해의 단풍은 또 어떤 모습으로 물들어 갈지 가을빛이 새삼 궁금해집니다. 

 

어느 가을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단풍보다 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어머니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총천연색의 옷을 입고 단체로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화장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어머니들을 떠올리며 이에 질세라 저도 어머니의 생신 선물로 초록색 티셔츠와 진달래색 점퍼를 사 드린 기억이 납니다. 무엇이 꽃이고 무엇이 단풍인지 모를 정도로 화사한 옷을 입고 나들이 가시는 모습을 오래오래 뵐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색으로 물드는 중년의 원숙함과 가을빛을 닮은 농익은 인생 이야기를 보면 꽃보다 단풍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단풍이 물드는 이유

 

우리 눈에는 나뭇잎이 초록색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뭇잎에는 여러 가지 색소가 들어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드는 것은 봄과 여름 내내 나뭇잎을 초록색으로 보이게 하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봄과 여름 내내 무럭무럭 자라던 나무는 낮이 짧아지면서 자라는 것을 잠시 멈춥니다.

 

사진 1. 단풍이 물드는 가을 한복판.

 

그리고 수분과 영양분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는데요. 이때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에는 코르크처럼 단단한 떨켜가 만들어집니다. 떨켜가 만들어지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소도 줄기로 이동하지 못해 그대로 잎에 남게 됩니다. 영양분을 더 만들 수 없게 된 잎에서는 엽록소가 점점 파괴되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노랑이나 빨강 같은 다른 색소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나뭇잎에 단풍이 드는 것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기 위해서는 4계절이 뚜렷해야 합니다. 더운 여름에서 찬 바람이 부는 가을로 넘어가면서 나뭇잎은 자기만의 색상으로 물 들고 낙엽이 됩니다. 특히 단풍은 일교차가 심한 가을에 더 고운 빛으로 물듭니다. 요즘처럼 심각한 이상 기온으로 기후변화에 직면하게 된 우리에게 나무는 더 이상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난날의 가을빛을 내어 주지 않습니다.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나뭇잎이 가지에 매달린 채로 시들어 버리고 수분감을 모조리 잃은 채 낙엽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가을의 낭만이 무색해질 만큼 이상 기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작은 움직임부터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사람은 땅과 자연을 벗으로 삼지 않고, 미물까지도 생명의 기쁨을 주지 못하고, 돌 하나의 의미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자연과 함께할 자격이 없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이렇게 중요하기에 『유마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당신이 청정한 국토를 얻으려거든 마땅히 그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가져야 한다. 당신의 마음이 깨끗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청정해진다.”

 

사진 2. 산길에서 만난 알밤.

 

건강한 삶, 건강한 기후환경을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들의 마음부터 깨끗이 해야 함을 강조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씀에 공감하지 못하고, 삶 속에서 그 뜻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설혹 불자라고 하더라도 그 마음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머물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와 생명존중을 강조하셨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씀도 알고 보면 생명의 존엄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제일’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이 땅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모두 귀한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빙허각 이선정의 『규합총서』와 절기음식

 

24절기 중에 10월 초에는 한로寒露가 들어 있고, 10월 말에는 상강霜降이 들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차가운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청명에 날아들었던 제비는 한로에 다시 강남으로 날아갑니다. 찬 기운이 왕성해지는 10월에는 기러기가 찾아오고 제비는 떠나게 됩니다. 향기로운 국화가 노랗게 피어나고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갑니다.

 

사진 3. 빙허각 이선정 초상화(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농가월령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9월령의 노래는 숨이 가쁠 정도로 일년 중 가장 바쁜 철입니다. 한로에는 배, 고구마, 호박이 제철 음식이고, 상강에는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국화차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국화전과 국화주를 마셨습니다. 민간에서는 한로가 지나면 산에 올라가 산수유 열매가 달린 가지를 꺾어서 머리에 꽂으면 잡귀를 몰아낸다고 믿었습니다. 민간 풍습으로 붉은 열매가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을 통해 저는 절기를 바탕으로 노래한 「농가월령가」와 다양한 고조리서를 바탕으로 음식 이야기를 전개해 왔습니다. 옛것을 알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우리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고조리서 가운데 조선 최초의 차밭 주인이자 『임원경제지』를 쓴 풍석 서유구 선생님에게 글을 가르치기도 했던 빙허각 이선정이 쓴 ‘『규합총서閨閤叢書』가 있습니다. 『규합총서』는 1809년(순조 9년)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선정이 아녀자를 위해 엮은 일종의 여성생활백과입니다. 조선 후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일 뿐 아니라 순한글 고어체로 쓰여져 국어국문학적인 가치 또한 뛰어납니다. 『규합총서』를 보면 기록을 남기는 일에 한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고, 후대에 많은 가르침을 준 훌륭한 집안의 며느리가 기록한 여성생활서였습니다.

 

시아버지는 『해동농서』를 지은 농학자 서호수이며, 남편은 뒤늦게 벼슬에 오른 서유본입니다. 그리고 『임원경제지』를 저술한 서유구는 빙허각 이씨의 시동생이 됩니다. 빙허각 이씨는 무엇보다 남편에게 인정받은 여인이었기에 부부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규합총서』라는 제목도 남편이 지어주었고, 서문도 써서 주었다니 마음속으로 아내의 재능을 살려 주고자 노력하며 외조를 잘하는 남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평화롭고 화목한 집안이었기에 그들이 쓴 실학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빙허각 이선정은 『규합총서』를 통해 연蓮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연에 관한 요리법을 알아보고 연蓮 예찬에 힘을 실어 봅니다. 

 

연의 부위별 이름

 

보통 연하면 꽃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예로부터 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부위별로 세세하게 명칭을 붙여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연근蓮根(뿌리), 연자蓮子(씨앗 또는 종자), 연자육蓮子肉(연자심을 뺀 과육), 연자심蓮子心(종자 배아), 연방蓮房(연자육을 품고 있는 꽃받침), 연수連鬚(연방 주변의 꽃 수술), 하엽荷葉(잎), 하경河梗(잎자루), 화경花梗(꽃자루), 연화蓮花(꽃잎) 등입니다.

 

사진 4. 궁남지 연꽃.

 

연은 뿌리부터 수술까지 모든 부위를 다 식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연에 대해 ‘처염상정處染常淨’이나 ‘화과동시花果同時’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염상정이란 연꽃은 진흙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맑은 본성을 지녔음을 말합니다. 스스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우아한 자태와 향기로운 꽃으로 세상을 정화합니다. 

 

화과동시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원인과 결과를 함께 가지며, 현재 일어나는 일 속에 미래가 들어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간 효녀 심청은 용왕에게 몸을 바쳤으나 연꽃을 타고 다시 살아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꽃이 부활의 상징임을 알고 인과법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연근은 가을에서 겨울이 제철입니다. 익혀서 먹어야 하고 토혈, 객혈, 변혈 등에 좋습니다. 연방은 어혈을 삭히는 역할을 해서 하혈, 월경과다 치료에 효과가 좋으며, 연수는 보신, 강정에 효과가 높고 조루, 빈뇨 치료에 좋습니다. 연자육은 심신이 불안하고 신경을 많이 써서 불면증이 올 때 사용하면 좋지만 변비가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연자심은 쓰고 찬 성질을 갖고 있어서 간의 화를 다스리고 지혈, 고혈압, 충혈에 좋으나 비위가 허하고 찬 사람은 금기시합니다. 하엽은 잎을 말하는데 더위에 열을 내려 주고, 어혈을 풀어 주며, 지혈 작용을 합니다. 하경은 더위를 먹어 어지럽거나 목이 마를 때 사용합니다. 여성들에겐 냉대하에 좋고 남성들에겐 설사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빙허각 이선정은 『규합총서』에서 연방만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씨앗을 품고 있는 연방을 활용하여 화경을 자르고 속을 파냅니다. 파낸 자리에 만두 속을 채워서 쪄 먹는 요리를 연방만두라고 불렀습니다. 빙허각 이선정의 레시피를 살펴보면 새우살을 넣어 연방만두를 만들었지만 스님들의 삶 속에 연방만두는 달랐습니다. 특히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연꽃이기에 연에 관한 모든 것은 사찰음식과 그 역사를 같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불가에서는 시절과 형편에 맞추어 만든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라 했습니다. 사찰음식은 시절과 형편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이다 보니 우리에게 친숙하고, 소박한 음식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방만두

 

【 재료 】

연방, 두부, 건표고버섯, 풋고추, 

한식간장, 들기름, 소금.

 

사진 5. 연방만두.

 

【 만드는 법 】

1. 연자가 여물기 전에 화경을 2cm 남기고 연방을 채취합니다.

2. 연방 뒷면의 끝을 1cm 남기고 칼로 자릅니다.

3. 잘라낸 구멍을 통해 연방 안에 들어 있는 연자를 포함한 속을 꺼내 줍니다.

4. 건표고버섯을 물에 불린 다음 잘게 다져서 간장과 들기름을 넣어 무칩니다.

5. 두부를 으깨어 물기를 짠 다음 팬에 볶아 수분을 날리고 소금 간을 해 주세요.

6. 팬에 양념된 건표고버섯을 올리고 중간 불로 볶아 줍니다.

7. 두부와 건표고버섯, 다진 풋고추를 섞어 만두소를 만들고 간을 맞춥니다.

8. 속이 빈 연방에 만두소를 가득 채워 줍니다.

9. 만두 속을 채운 뒤 잘라낸 부분에 뚜껑을 닫아 줍니다.

10. 찜기에 물이 끓으면 연방을 올리고 10분간 쪄서 완성합니다.

 

TIP.

- 연자가 여물기 전 연방을 사용합니다.

- 기호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만두소를 만들어 보세요.

- 만두소는 모두 익은 상태이니 연방만두는 오래 찌지 않습니다.

- 연방만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연방피도 함께 먹습니다.

 

연근채

 

【 재료 】

연근, 한식 간장, 들기름, 식초, 조청.

 

사진 6. 연근채.

 

【 만드는 법 】

1. 연근은 깨끗이 씻어서 살짝 데쳐 줍니다.

2. 살짝 데친 연근을 1cm 정도로 썰어서 찬물에 헹구어 주세요. 

3.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들기름과 식초를 차례로 넣어 줍니다.

4. 기호에 따라 조청을 넣어 달콤한 맛을 가미합니다.

 

TIP.

- 가을에 캔 연근을 사용하면 수분이 많습니다.

- 연근은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사용합니다.

- 연근은 생채로 먹지 않고 살짝 삶아서 요리합니다.

- 찐 연근을 먹기 좋게 썰어서 간장 기름으로 간을 하고 밀가루 즙을 만들어 

구워  먹습니다.

 

연근김치

 

【 재료 】

연근, 찹쌀풀, 밤, 생대추, 한식 간장, 배, 고춧가루.

 

사진 7. 연근김치.

 

【 만드는 법 】

1. 연근은 깨끗이 씻어서 살짝 데쳐 줍니다.

2. 찹쌀가루를 넣어 풀을 쑤어 식혀 줍니다.

3. 밤껍질을 까고 편으로 썰어 주세요.

4. 생대추는 반으로 쪼개어 썰어 주세요.

5. 강판에 배를 갈아 배즙을 만들어 줍니다.

6. 찹쌀풀과 고춧가루를 섞어 준 다음 간장으로 간을 합니다.

7. 연근, 대추, 밤을 넣고 버무린 다음 배즙을 넣어 간을 맞춥니다.

 

TIP.

- 봄에는 미나리를 넣어 주어도 좋습니다.

- 대추는 건 대추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 갈아 놓은 배를 거르지 않고 사용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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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전통음식연구가.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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