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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한가위에 가족과 함께 누리는 일품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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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4 년 9 월 [통권 제137호]  /     /  작성일24-09-05 09:42  /   조회28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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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더위 속에 매미들의 요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가을 원고를 씁니다. 간간이 소나기가 지나가고 태양은 다시 이글거리기를 반복합니다. 여름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더니 어느덧 처서가 지나자 갈바람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백로와 추분이 들어 있는 9월을 이야기하려 하니 어느덧 마음은 가을의 문턱에 서 있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후를 보며 지구환경의 심각한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환경문제는 해결해야 할 1순위입니다. 

 

인류와 지구를 지키는 식단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은 곧 공양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는 에너지원이자 음식이 곧 자기 자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몸은 ‘법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몸이 법기法器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곧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양을 짓는 사람이나 공양을 받는 사람 모두가 식사와 공양의 차이를 알아야 하겠습니다.

 

사진 1. 병아리콩 찰밥.

 

최근 세계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토대로 지구환경을 위한 식단을 발표했습니다. 영양학과 농업, 환경 부문의 과학자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지구 건강식입니다. 인류세로 진입하는 미래를 위해 ‘지구 건강식단’은 바람직한 기준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대안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먹는 방식은 종의 결말을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식단이 바로 인류세 식단입니다.

 

인류와 지구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식단이라며 마치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인류세 식단의 근본 취지는 사찰음식과 매우 흡사한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 견과류는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리는 반면 붉은 고기나 정제탄수화물과 설탕 섭취량은 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나라가 다 똑같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줄이고 늘려야 하는 음식에도 차이를 보입니다. 식단에 가까워지기 위해 각자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어떠한 기준을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지 나만의 실천 일기를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부처님은 6년 동안 고행을 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삶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극단적으로 고행의 길을 택하셔서 6년 동안 수행을 했지만 결국 이와 같은 방법이 매우 어리석음을 깨달아 중도적 삶의 태도를 설하셨습니다. 사찰음식은 생명존중의 마음을 담은 스님들의 일상식을 말합니다. 결코 한쪽으로 치우치는 식습관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중도적 식습관을 통해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음식을 취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사진 2. 봉원사 영산재 식당작법.

 

엄밀히 말하자면 사찰음식은 비건음식도 아니고 채식도 아닙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찰음식은 아주 유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어야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음식의 양에 있어서도 중도적 식사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음식을 과하게 탐하고 한 가지만을 고집하는 식사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배고픔과 포만감을 기준으로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게 적절한 식사량도 매우 중요합니다.

 

음식 쓰레기 없는 발우공양

 

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때 첫술을 드실 때까지 여러 차례 의식을 행합니다. 또한 공양을 마친 다음에도 몇 단계의 의식을 행합니다. 발우공양 내용은 묵언작법과 식당작법으로 구분합니다. 묵언작법은 일상의 발우공양이고, 식당작법은 불가의 큰 행사에서 치르는 것입니다. 스님들이 일상식으로 발우공양을 행할 때 게송은 14편입니다. 발우를 내려서 자리에 앉아 발우를 펴는 것을 시작으로 발우를 거두고 대중공사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순간이 알아차림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과정입니다. 밥을 먹는 순간에만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도움을 준 수많은 인연을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 식탐에서 벗어나고 의도와 결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발우공양은 잔반이 남지 않습니다. 먹을 양만큼만 발우에 담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과잉 소비하면서 더욱 심각해진 음식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발우공양의 식사법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식사법이며 환경친화적인 식사법입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철학가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은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 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가 ‘미식예찬’에 남긴 말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취향의 영역을 넘어서 음식에 깃든 사회, 문화적으로 수많은 함의를 내포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고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입니다. 한 그릇의 밥과 한 권의 책이 우리 삶에 어떠한 흔적을 남길까에 대한 의문을 스스로 하는 것이 세련된 질문이 아닐지 모르지만 음식을 먹는 것처럼 책을 읽고, 책을 읽는 것처럼 음식을 살펴야겠습니다. 브리야 사바랭의 말을 인용하여 “당신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습니다.”로 바꾸어 질문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자연에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상생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간은 자연에 의존해서 살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양이라는 의미를 새기면서 가족을 위해 밥을 짓고, 정성으로 상을 차리는 과정까지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이 아니라 농장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고,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백로와 추분이 있는 9월

 

9월에는 24절기 중 백로와 추분이 들어 있습니다. 또 백로와 추분 사이에는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가 있으니 마음이 아주 바쁜 달이기도 합니다. 햅쌀을 활용하여 송편을 빚었고, 오곡백과가 풍요로운 날이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생겼을 정도로 1년 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사진 3. 산초 열매와 노각.

 

산초 열매가 여물어 가고 식물의 열매와 뿌리에 영양분이 가득 채워지는 시기입니다. 늙은호박이 여물어 가고 호박꽃은 마지막 열정을 다해 쉬지 않고 피어납니다. 이때 열리는 작은 호박은 더 이상 크지 않기 때문에 열매는 따서 된장찌개를 끓이고 호박꽃을 활용해서 만두를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한가위에 가족과 함께 일품요리로 드실 수 있는 우엉잡채와 호박꽃 만두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엉잡채

 

우엉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매력적이 뿌리채소입니다. 이눌린 성분이 풍부하여 신장 기능을 높여 주고 풍부한 섬유질이 변비를 해결해 줍니다. 보통은 우엉의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가 두었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우엉의 향기는 모두 날아가 버립니다. 한식조리사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엉의 전처리가 당락을 좌우하지만 사찰음식에서는 전처리 없이 사용해야 합격입니다.

 

사진 4. 우엉잡채.

 

【 재료 】

우엉, 당근 말랭이, 애호박, 생들깨, 한식 간장, 조청, 포도씨유.  

 

【 만드는 법 】

1. 우엉 표면에 흙을 제거해 주고 칼등을 활용해 껍질을 벗깁니다.

2. 껍질을 벗긴 우엉은 채를 썰거나 어슷하게 썰어 둡니다.

3. 당근은 생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미리 말려 두었다 사용하면 좋습니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우엉과 당근 말랭이를 넣어 줍니다.

5. 간장과 조청으로 간을 맞춥니다. 

6. 우엉에서 나온 수분이 날아가고 우엉이 투명해질 때까지 조립니다.

7. 마지막으로 채 썰어 말린 애호박을 넣어 볶다가 생들깨를 넣어 마무리합니다.

8. 부족한 간을 맞춰 완성합니다.

 

TIP.

- 우엉은 칼등으로 살살 문질러 벗겨 줍니다.

- 껍질을 벗긴 우엉은 물에 담가놓지 않도록 합니다.

- 물에 담근 우엉과 담그지 않은 우엉의 향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 당근과 애호박은 채를 썰어 말려 두었다가 요리에 사용합니다.

- 우엉에서 나오는 수분을 충분이 날려주고 투명해질 때까지 익혀 줍니다.

 

호박꽃 만두 

 

호박꽃을 만두피 삼아 소를 넣어 만듭니다. 호박꽃에서 나는 향기가 어우러져 호박맛을 품은 만두가 탄생합니다. 호박꽃이 한창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을 때는 꽃을 따서 음식을 만들기엔 아까운 상황이지만 절기상 백로 이후에 열매를 맺어도 더 이상 자랄 수가 없으므로 이 시기에 꽃을 활용합니다.

 

사진 5. 호박꽃 만두. 

 

【 재료 】

호박꽃, 두부, 건표고버섯, 애호박, 

풋고추, 당근.

 

【 양념 】

소금, 한식 간장, 참기름.

 

【 만드는 법 】

1. 호박꽃의 수술을 떼고 물에 헹궈 물기를 빼 주세요.

2. 두부를 으깨어 물기를 짜서 준비합니다.

3. 물에 불린 표고버섯을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4. 애호박, 당근, 풋고추는 소금에 살짝 절여서 물기를 짜서 준비합니다.

5. 팬에 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과 채소를 센 불로 살짝 볶아 줍니다.

6. 볼에 두부와 채소를 모두 넣고 한식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을 맞춥니다.

7. 호박꽃 속에 만두소를 넣고 오무려 줍니다.

8. 찜기에 물이 끓으면 꽃만두를 올리고 5분만 쪄서 완성합니다.

 

TIP.

- 만두소는 익은 상태이므로 만두는 살짝만 쪄도 됩니다.

- 너무 오랫동안 익히면 호박꽃잎이 물러집니다.

- 만두소 재료의 수분을 충분히 제거해 주세요.

- 채소를 볶을 때는 소금간을 약하게 하고 센 불에서 빠르게 볶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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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전통음식연구가.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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