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를 만들어 낸 불교의 바닷길 ]
동서남북을 오고 간 아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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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 2025 년 3 월 [통권 제143호] / / 작성일25-03-09 15:22 / 조회8회 / 댓글0건본문
생각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쉽지 않다. 불교의 전파에 관한 불교사에 대한 고정관념도 마찬가지이다. 불교 전파는 과연 동전東傳만으로 이루어졌을까? 불교의 동전이라는 도식은 그야말로 도식일 뿐이다. 불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직선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불교의 역사는 여러 나라와 지역, 민족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 교류와 상호 영향의 역사로서,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산물이다. 불교는 서진도 했고, 남북으로 교섭하였고, 당연히 바다로도 소통하였다.
아라비아해에 족적을 남긴 불교
불교 전파와 성립에 관한 다면적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아티샤(Atisha, 980〜1054)란 인물의 족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아티샤란 한 인물을 통하여 불교가 동서남북으로 교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아티샤의 족적은 의외로 아라비아해의 무역거점 칸헤리(Kanheri) 석굴에서 확인된다. 칸헤리는 뭄바이 북쪽의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에 위치한다. 유력한 무역상인이 포진한 타나의 경제력으로 번성하던 곳이다. 석굴군이 위치한 산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아라비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제무역항 타나의 경제력이 이들 석굴사원을 가능하게 했다.

벵골만은 불교 전파의 중요 교차로
아라비아해에서 족적이 확인된 아티샤는 벵골만 출신이다. 벵골만은 북방에서 내려온 불교가 동남아로 전파되는 루트였으며 힌두교가 벵골만을 가로질렀다. 불교는 갠지스강가에서 숙성되고 벵골만에서 확산되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오늘날 회교국으로 변신한 방글라데시는 천년 불교왕국이었다.

갠지스강 하구는 오늘날 방글라데시 영역이다. 방글라데시 역시 힌두와 불교의 땅이었다. 방글라데시 최초의 도시 고고학 유적지의 하나인 마하스탄가르(Mahasthangarh, Môhasthangôṛ)는 강가에 건설되었으며, 강을 통하여 벵골만과 연결되었다. 8세기 중엽에 벵골지방에서 일어난 마지막 불교왕국 팔라왕조(Pāla, 750〜1161)가 오늘의 방글라데시와 인도 마가다 영역까지 지배권에 넣었다.
전설에 따르면, 붓다가 이 지역에 직접 왔다. 붓다는 기원전 6세기에 마지마데시(Majjhimadesh) 또는 카장갈(Kajangal) 마을 동쪽에서 설교하였다. 붓다는 설법을 위해 이 경계를 도보로 여행하였다. 그러나 붓다가 생애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설법하셨다는 문헌 기록은 없는 상황이라 유사무서有史無書의 역사이다.
8~12세기 팔라왕조는 방글라데시에 불교를 전파하고 마하스탄가르나 소마푸라 마하비하라와 같은 수도원을 세웠다. 같은 시기, 중세 불교의 위대한 인물 아티샤가 비크람푸르(Bikrampur)에서 태어나 대승불교를 전파했다. 비크람푸르는 현 방글라데시 다카 남쪽 19km 지점이다. 불교 유물은 지역 전체에서 발굴되고 있다.
9세기 초 전성기의 팔라 제국은 북부 인도 아대륙에서 지배 강국이었으며, 파키스탄 동부와 북동부, 네팔과 방글라데시의 일부 지역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갠지스강 하구의 국제항구 탐라립티와 파탈리푸트라도 그 영역 안에 있었다. 팔라는 벵골 역사의 황금기 중 하나다.
팔라는 대승불교, 특히 탄트라 불교를 장려했다. 그들은 많은 뛰어난 사원, 수도원 및 예술 작품의 창작을 후원했다. 팔라는 아바시드 칼리프(Abbasid Caliphate), 티베트 및 스리위자야와 긴밀한 관계를 누렸다. 팔라는 다르마팔라(Dharmapala)와 데바팔라(Devapala) 치하에서 정점에 이르렀으며 힌두교 세나 왕조로 대체될 때까지 4세기 동안 통치했다.
남북을 오고간 디빵까라 아티샤
팔라는 비크라마쉴라 및 날란다대학과 같은 불교대학도 후원했다. 팔라의 저명한 불교학자로는 아티샤(Atisha), 산타라크시타(Santaraksita), 사라하(Saraha), 틸로파(Tilopa), 비말라미트라(Bimalamitra), 단쉴(Dansheel), 단스리(Dansree), 지나미트라(Jinamitra), 즈나나스리미트라(Jnanasrimitra), 만주고쉬(Manjughosh), 무크티미트라(Muktimitra), 파드마나바(Padmanava), 삼모가바즈라(Sambhogabajra), 샨타라크쉬트(Shantarakshit), 실라바드라(Silabhadra), 수가타스리(Sugatasree) 및 비라찬(Virachan) 등이 있었다.
팔라왕국의 다르마팔라(Dharmapala, 재위 770〜810)는 불교 철학자 하리바드라를 영적 스승으로 삼았다. 그는 비크라마쉴라 수도원과 소마푸라 마하비하라를 세웠다. 16〜17세기 티베트 역사가 비구 타라타니(Taranatham)의 기록에 의하면, 1백 명 이상의 교수와 1천 명의 학생이 있었다. 과목은 종교연구, 철학, 문법, 형이상학, 논리학 강의가 있었는데 중요한 학습은 탄트리즘[밀교]이었다.
디빵까라가 티베트로 가서 불교를 국교로 이끄는 역할을 하였다. 동시에 수마트라의 스리위자야 팔렘방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서 밀교를 가르쳤다. 디빵까라의 티베트 이름이 아티샤이다. 아티샤는 벵골의 불교 종교지도자이자 스승이었다. 11세기 아시아에서 불교를 확산시킨 주요 인물 중 하나이며 티베트에서 수마트라에 이르는 불교 사상에 영감을 주었다.

아티샤는 티베트와 수마트라에서 설교했으며 그는 11세기 대승불교를 전파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티베트와 방글라데시, 수마트라에 이르는 긴 노선으로 불교가 움직인 것이다. 아티샤는 스리위자야의 수마트라에서 12년을 보냈으며, 촐라 왕조의 라젠드라 촐라 1세가 수마트라를 침공한 같은 해인 서기 1025년에 인도로 돌아왔다. 수완나품(Suvarnabhumi)에서 아티샤가 돌아와 인도에서 명성을 얻게 된 시기는 불교문화와 수행이 번성하던 시기였고, 아티샤의 영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기여했다. 그는 톨룽(Tolung)에서 3년 동안 머물며 자신의 가르침을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작인 『보디파타프라디파(Bodhipathapradīpa)』, 즉 ‘깨달음의 길에 관한 등불’로 정리했다.

팔라의 불교학자들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벵골에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했다. 이처럼 불교는 남진, 북진을 하면서 오늘의 티베트와 방글라데시, 수마트라와 자바 등으로 바다를 건넜다. 벵골만을 무대로 남방과 북방을 오고 간 이타샤가 좋은 사례이다.
이슬람 침탈로 사라진 비끄라마쉴라대학
팔라왕국이 후원하였던 비끄라마쉴라 사원은 인도불교의 마지막 거점이었다. 이 사원의 교학·조직·전적 등 대다수가 그대로 티베트에 전해져 티베트 불교를 형성했다. 유의할 것은 팔라는 힌두신앙도 육성 지원하였으며, 불보살의 이미지 외에도 비슈누, 시바, 사라스바티의 이미지가 팔라시대에 만들어졌다. 데바팔라는 시바의 배우자에게 바쳐진 사원을 지었고, 마히팔라는 시바교 수도원을 후원했다.
1203년 이슬람의 침입으로 비끄라마쉴라 사원이 파괴되면서 인도불교는 최후를 맞이하였다. 대량 학살에서 피신한 비구들은 흩어져서 네팔로 가든지 아니면 티베트나 남쪽으로 갔다. 탄트리즘의 본거지인 비끄라마쉴라대학의 비구들이 티베트·네팔로 피신하였다.
1203년 이슬람 군대가 철저하게 파괴할 때 살아남은 승려들이 불경을 품에 안은 채 목숨을 걸고 티베트로 탈출했다. 이들을 이끌고 티베트로 넘어온 지도자가 바끄라마쉴라 사원의 마지막 주지 사카스리바드라(釋迦室利跋陀羅, 1127〜1225)이다. 티베트 호족과 민중은 이들을 환영했다. 이들은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티베트어로 열심히 번역했다. 그리하여 인도불교의 법맥이 티베트에서 살아남았다.
아티샤 역시 티베트에 가서 핵심 역할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가 저술하거나 번역한 책만 200권이 넘으며, 가장 유명한 저서는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이다. 이처럼 아티샤란 걸출한 불교지도자를 통하여 서방의 아라비아해, 남방의 스리위자야, 북방의 티베트 등 동서남북을 이동한 가르침과 배움의 족적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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