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사막이 숨긴 불교미술관 ]
서위 시대의 막고굴 석가설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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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 2025 년 3 월 [통권 제143호] / / 작성일25-03-09 14:38 / 조회73회 / 댓글0건본문
서위시대(535~566) 때 개착된 굴 중에는 제249굴이 대표적이다. 이 굴은 돈황 벽화에서 중국화가 이루어지는 초기 석굴로 가장 큰 특징은 천정 형식이다. 천정은 복두형覆斗形으로, 천정의 4면 상부에는 구름과 천계를 그리고, 천정 가운데에는 연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그 아래에는 산악과 사냥하는 장면 등 인간세계가 그려져 있다.

또한 중국 고대의 신선사상인 수목, 신수神獸와 신선 등을 배치하였다. 천정의 서쪽 면에는 사비四臂의 아수라가 바다 위에 서서 두 손은 높이 들고 해와 달 그리고 수미산을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이다. 돈황 벽화에서 보기 힘든 서역적인 색채뿐만 아니라 중국 고대 신화 속의 인물과 동물, 신선 등을 배치하고 있어 미술사적 연구 가치가 높은 석굴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이 석굴 내 벽화의 구성과 또 다른 표현 양식의 석가설법도가 그려져 있어 돈황 벽화 도상의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돈황 벽화 예술의 걸작 중 하나인 〈사진 2〉의 설법도는 북벽 중앙에 위치해 있다. 서위西魏 시대 그려진 작품으로 가운데 석가모니 붓다는 우견편단 가사를 입고 오른쪽 옆구리를 드러낸 채 오른손은 앞을 향해 들고 왼손은 가사를 잡고 장엄하고 엄숙하게 서 있다. 양측에는 두 명의 보살이 있는데, 오른쪽이 우견편단 가사나 반라의 치마를 입고 있다. 보살은 날씬한 몸매와 부드러운 팔다리를 가지고 있어 온화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붓다 위에는 동물의 머리가 두 개인 쌍봉황으로 장식한 천개가 높이 걸려 있고, 옥으로 장식한 술이 늘어져 있다. 천개 양쪽에 흐르는 구름 속에 네 명의 비천이 있는데, 위쪽 한 쌍은 용모가 수려하며, 긴소매 옷을 입고, 소매를 펄럭이며 다리를 구부리고 경쾌하게 춤을 추고 있다. 아래쪽 한 쌍은 웃통을 벗은 반라半裸이며, 스카프와 긴 치마를 입고, 손에는 연꽃을 손에 들고 있거나 꽃잎을 뿌리는 자세이다. 다리를 머리 위로 뻗어 올려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하며, 움직임이 대담하고 활발해 보인다.
그림 하단에는 연못이 있는데, 그 구성은 〈정토변상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 그림 속 인물은 생동감이 넘치며 의상과 천개의 장식은 중원과 서역의 양식이 혼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붓놀림이 간결하고 설색設色이 우아하며 장식이 뛰어나다.
중국 고유의 신앙과 외래 신앙이 습합된 새로운 도상 출현
〈사진 3〉은 남쪽 벽의 서위시대 설법도로 북쪽 벽의 법도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천개에는 동물 머리와 두 마리의 용이 장식되어 있다. 서 있는 붓다의 손 자세는 ‘전법륜인’에 가깝다. 밑바닥에 있는 보물 연못에는 연꽃이 있는데, 이는 〈정토변상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두 벽의 설법도 하단에는 공양인들의 행렬이 있다.

〈사진 4〉는 초기 돈황석굴 중 보존이 가장 완전한 대형 설법도의 하나이다. 초기 석굴은 인도나 서역의 영향을 받았으며, 서위나 북위北魏 시대가 되면, 중국 고유의 신앙과 외래 신앙이 습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불교미술은 시대에 따라 형태와 그 쓰이는 위치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연꽃이나 화염火焰 등과도 결합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수와 당나라 때 조성된 굴에서는 둥근 형태의 보주가 나타나는 데 비하여, 제285굴(서위西魏, 535〜556년) 등에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보주가 그려져 있다. 또한 제285굴의 천정 네 면에는 비천飛天, 역사力士, 중국의 신화 전설에 나오는 복희伏曦, 비렴飛廉, 개명開明 등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날고 있어 굴 천정 전체가 마치 하나의 허공세계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채색은 녹색과 코발트색 그리고 흰색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제288굴은 인人자 형 경사로 이루어져 서측보다 동측이 넓기 때문에 설법도 자체가 좌우대칭을 이루지는 않는다. 붓다의 동쪽에는 많은 형상이 있고, 서쪽에는 적은 수의 형상이 있다. 화가는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고 북쪽과 남쪽 벽을 대칭으로 만들기 위해 국부적 비대칭을 사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관람자가 그 안에서 대상을 바라본다면, 여전히 그림의 구도와 구성이 질서정연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량과 북위의 설법도의 불상은 장엄 엄숙하며, 보살의 몸은 종종 S자 형태로 생동감 넘치고 다채로우며 풍부한 색채를 띠고 있다. 연대가 오래되어 신체 대부분의 부위에 얼룩이 짙어지는 현상 때문에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진 5〉의 제263굴 남벽의 설법도는 표면 벽화를 벗겨내서 드러난 것이므로 그림의 색상이 당시 원본 그림과 동일하여 북위시대의 실제 색상과 선묘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이는 한 폭의 〈삼불설법도〉로 중앙 붓다의 키가 약간 더 크고, 가사의 깃을 석청으로 칠해서 본 가사의 붉은색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양쪽의 부처는 중앙을 향하고 있으며, 가장 바깥쪽에는 보살이 양쪽에 대칭적으로 서 있는데, 머리를 약간 숙이고 불상을 바라보고, 한 손은 허리에 대고 있다. 손은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몸은 살짝 S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으며, 상체는 반라로 긴 치마에 어깨부터 리본이 늘어져 복부에서 겹쳐져 있다. 금색 목걸이와 완장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분홍색 피부와 밝은 하늘색 긴치마는 토홍색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보살의 우아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중원미술의 영향을 받은 서위 설법도
서위 제285굴 설법도는 중원미술의 영향으로 불상과 보살상이 새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이 굴의 북쪽 벽에는 8포鋪의 설법도가 있으며 동벽에 3포가 있다. 특히 동벽문 양측에 각 1포씩 설법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 규모도 크고 인물도 많이 등장한다.

붓다 양측의 윗부분에는 두 명의 제자가 있고, 아랫부분에는 두 명의 보살이 있다. 불상 옆에 있는 두 보살은 한식漢式 대의大衣를 입고 있으며, 어깨에는 덮개 옷이 덮여져 가슴 앞에서 교차되어 팔 사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 바깥쪽에 있는 두 보살도 앞의 두 보살과 마찬가지로 덮개 옷이 덮여 있고, 상체는 반라로 붉은색 긴치마에 넓은 덮개 옷으로 가려져 몸은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이는 서역 양식의 ‘나裸(알몸)’의 표현이 중국식 미학적 사고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붓다와 보살의 옷과 리본 끝부분이 모두 날카로운 각도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화가가 옷의 날아갈 듯한 표현을 연출한 것이라 보여진다.
당대의 설법도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화가들은 인물의 성격 묘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당나라 초기 때 조성된 제57굴의 관음보살상은 막고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그시 감은 눈, 미소를 머금고 오므린 듯한 입술, 화려한 장신구, 유려한 포즈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진 8〉의 제57굴 남쪽 벽에 있는 설법도에는 15~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중앙에 붓다가 연화좌에 결가부좌로 앉아 있고 양측에 늙은 제자와 젊은 제자가 그려져 있는데, 늙은 제자는 정병을 들고 있고, 젊은 제자가 발우를 들고 양측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두 명의 큰 보살이 있는데, 특히 좌측의 협시보살이 가장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머리에는 화불관化佛冠을 쓰고, 상체는 반쯤 벗은 채 어깨에는 긴 스카프를 두르고, 몸에는 목걸이를 걸치고 있으며, 한 손에는 공양물을 들고 있다. 살짝 S자 몸매에 시선은 살짝 아래를 보며 고아한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이 보살이 걸치고 있는 목걸이와 화려한 드레스를 보면 신분이 높은 귀부인처럼 보인다. 협시보살 뒤에 있는 네 명의 보살도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화가는 눈을 표현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 듯하다. 때론 소심하고, 때론 매력적이며, 때로는 은밀하게 쳐다보는 듯하다. ‘전신아도傳神阿道’, 즉 눈의 표현을 통해 정신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보살의 기품이 보이는 돈황의 미인굴
보살과 제자들의 얼굴은 중국 전통 채색법을 주로 채택하고 있는데, 볼, 턱 등 돌출된 부분에 붉은색을 물과 흐리게 하여 자연스럽게 요철凹凸 음영 기법을 만들어 내어 붓 자국을 드러내지 않고 얼굴의 붉은 색조를 아름답게 처리하는데. 이는 ‘서역 기법’을 당나라식으로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다. 이 기법은 젊은 여성의 섬세하고 윤택한 피부를 표현하는 데 아주 유용하고 이상적인 방법이다.
협시보살이 착용한 화불관과 목걸이는 금분으로 덮여 있는데, 이렇게 금분을 쌓는 방법은 침출 금가루를 아교와 합성하여 칠한 후 완전히 건조된 다음 거기에 다시 금분 쌓기를 반복하여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금분을 쌓아 올리는 기법은 평면화에 일정한 입체감을 부여하고 금빛 효과를 강화하며 보살의 기품을 고귀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57굴의 보살이 아주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 어떤 사람들은 이 동굴을 ‘미인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초당 제322굴 북쪽 벽에 그려진 설법도는 중앙에 전상田相 가사를 입은 아미타여래가 결가부좌에 양손으로 설법인을 하고 있으며, 좌대 아래에는 칠보 연못이 있다. 양측에 두 보살이 물 위의 큰 연꽃 위에 서 있는데, 오른쪽 보살은 보관을 쓰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며, 신체는 미미한 S곡선으로 한 손은 위로 들고 한 손은 아래로 자연스레 늘어뜨리고 리본을 살포시 잡고 있다. 왼쪽의 보살도 화려한 옷차림과 늘씬한 몸매로 붓다를 향해 서 있으며 우아한 손가락 사이로 리본이 흘러내리는 듯, 가느다란 손가락의 우아한 움직임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칠보 연못에는 여섯 명의 공양 보살이 있는데, 어떤 보살은 연꽃 위에 무릎을 꿇고 양손에 연꽃을 들고 공양하고 있으며, 어떤 보살은 연꽃에 기대어 물고기를 바라보는 듯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보살은 다리를 접고 앉아 붓다의 설법을 조용히 듣고 있다. 경전에서는 서방정토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칠보 연못에서 화생化生하여 자연스럽게 자라는데, 영양을 공급할 젖이 없으므로 자연의 음식을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림 속에는 화생 동자가 연꽃 위에 다리를 개고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녹색 연못에는 오리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그려져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그림의 양측에는 세 비천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하늘에서 비천이 춤을 추고 아쟁, 공후 등 천상의 악기 연주가 상서로운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고 있다.
이 설법도에는 많은 인물이 그려져 있지만 혼잡스럽지 않으며 연못과 수목을 묘사함에 있어 필묵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몰입감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당대 변상도의 영역이 형성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화가가 불과 보살의 일부 이미지가 아닌 불국세계의 한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음을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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