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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미  /  1998 년 6 월 [통권 제10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0,97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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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미 보살님

 

백련암에 오르기 하루 전날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 기대감으로 지낸 지 벌써 몇 달. 수련법회를 신청한 날부터 연속되는 불안, 긴장,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하루 일과를 500배로 올리고는 기운이 빠져 넋 놓고 앉았다가 남편에게 야단까지 맞았다. 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면 정작 3000배는 할 수가 없다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하다 다시 일과를 200배, 300배로…로 올려나갔다. 땀을 흘리며 오직 한 가지, 이번엔 꼭 삼천배를 해 낼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달라고 간절한 원도 세웠다. 경험상으로 볼 때 일단은 정신력이 우선하므로, ‘나 자신에게 질 수 없다. 나의 육신에 절대 끄달리지 않고 이끌고 나가리라’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였다.

 

작년 수련회에서 삼천배를 통과하지 못하고 하산할 때의 미안함, 내가 이것밖에 안 되었을까? 특히나 우리 딸 은송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남편도 딸도 다 했는데….

“엄마, 느낌이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괜찮아요?”
“그래! 이번엔 꼭 해낼꺼야. 꼭!”

 

 


 

 

백련암에 도착하여 기도 시작 전, 가슴이 쿵쿵, 다시금 긴장과 불안이 엄습해 온다. 한번 못 했다고 또 못 할까봐? 정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단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 생각보다는 너무나 쉽게 삼천배를 통과했을 때, 나도 할 수 있다는, 해냈다는 성취감과 쾌감, 그리고 자신감!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꾹 참으며 기도를 마쳤다. 남편의 눈길­걱정과 격려의­을 보며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우리 딸에게도….

 

둘째 날, 머리가 깨어질 듯한 통증이 있었다.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지만 약을 먹으며 모질게 참았다. 그야말로 육신에 끄달리지 않으려고, 아니 나의 육신을 이겨내고 싶었기에.

 

셋째 날부터는 이상하게 기분도 상쾌하고 느낌도 좋았다. 너무도 이상하리만큼. 그래서인지 백련암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야말로 백련암이 좋아졌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것, 그래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면서 자신을 추스린다.

 

‘달리 살리라. 진짜 틀리게 살리라. 게으름도 버리고.’
지금껏까지도 열심히 살았지만 더더욱 열심히 살아가리라.
나에게 이런 무한한 힘을 내도록 힘껏 밀어준 남편과 딸 은송이, 열심히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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