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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탁  /  1997 년 9 월 [통권 제7호]  /     /  작성일20-05-06 08:36  /   조회9,59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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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등서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제목이 말해 주듯이 다섯 종류의 전등서를 모았다. 다섯 종류가 무엇인가는 미뤄 두고, 먼저 전등(傳燈)이란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 등불을 전한다는 뜻이다. 절에 다녀 본 사람이면 아침 저녁으로 예불에 참석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하는 염불 중에 “지심귀명례, 역대전등, 천하종사, 일체미진수”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역대전등’은 ‘대대로 진리의 등불을 전하시는’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이래로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훌륭한 스님들께 인사를 올린다. 이렇게 예배의 대상이 되는 여러 큰스님들의 행적과 계통을 밝혀 놓은 책이 바로 전등서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세상에서 말하는 ‘족보’와 비슷한 책이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전등서는 <경덕전등록>으로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기도 하다.

 

 

 

2.<오등회원>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나?

 

전등서는 중국 송나라 이후 많이 편찬되었는데, 그 중에서 잘 편집된 것 다섯 종을 골라서 한데 모아 놓은 것이 <오등회원>이다. 즉 <경덕전등록>, <천성광등록>, <건증정국속등록>, <연등회요>, <가태보등록>이다. 이 책들은 모두 30권으로 되어 있다. 전부 합치면 150권인 셈이다. 이것을 20권으로 줄인 것이 <오등회원>이다. 겉으로 보면 약 7분의 1로 줄였지만, 내용으로 보면 약 2분의 1 정도로 줄였다.

<오등회원>은 대혜 종고(1088-1163)스님의 3세 손자벌에 해당하는 대천 보제(大川普濟: 1179-1253)스님의 지휘 아래 그 제자들이 편집한 것으로 송나라 보우 원년(寶祐元年: 1253)에 간행되었다. 그 뒤 원나라 말기인 지정 2년(至正二年: 1364)에 중각된 뒤로도 여러 번 증각되었다. 그러다가 가흥속장의 제 60함과 제 61함에 들어갔으나 이것은 국가에서 만든 대장경은 아니었다. 결국 국가에서 인정하는 대장경에 정식으로 입장(入藏)된 것은 청나라의 용장(龍藏)이다. 이 용장에서는 60권으로 나누어 실었는데 명나라 뒤로는 원나라 시대의 ‘지정본’에 따라 다시 20권으로 하였다.

 

용장의 보급이 잘 안된 지금으로써는 일본의 『속장경』판이 통용되었다. 그러다가 1900년대 초의 송판이 발견되었다고 중국에서 발표는 되었었는데 그 원본을 볼 수가 없었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중국 화동대학의 소중상(蘇仲翔) 교수가 상해의 어느 절에서 송나라 ‘보우본’을 발견하고, 소연뢰(蘇淵雷) 교수가 중화서국에서 1984년 10월에 세 책으로 총 1,418페이지에 달하는 점교본을 내었다. 그 후 1989년 9월에 제2차 수정본이 나왔다. 본 한글 번역에서 대본으로 쓴 것은 바로 이 책이다. 이 5년 사이에 사천대학 항초(項楚) 교수에 의해 두 편의 논문이 발표되어 중화서국의 점교본의 오류가 지적되었다. 물론 한글 번역에서는 이 연구성과를 반영시켰다.

 

3. 『한글 오등회원』의 특징

 

『오등회원』을 볼 때면 늘 생각나는 것이 국민학교 시절에 보던 『동아전과』이다. 한 책에 모든 것이 다 나온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동아전과』만큼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 참 손을 봐야 한다. 『동아전과』는 단지 낱권의 교과서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 말고도,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다. 이 책을 『동아전과』처럼 이용도가 높게 만들어 놓는 나라는 아직 없다. 물론 현대어 번역도 없다.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약 60만자가 되니 200자 원고지로 옮겨 쓰면, 3,000매가 되니 한글로 번역하면 5배만 쳐도 15,000매이다.

 

이렇게 양이 방대하다 보니 웬만한 불교 출판사는 번역 출판할 엄두도 못 낸다. 우선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어떻게 자세하고 편리하게 주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까이다. 그래서 본 번역서는 자세함과 이용의 편리를 위해 다음 사항을 고려하였다.

 

첫째, 찾아보기 편리하게 했다. 인명 색인을 비롯하여 어휘 색인 등등 여러 가지 색인 장치를 마련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둘째, 이 책이 다섯 종류의 책을 대본으로 해서 편집한 것이라면 원 대본의 어느 부분에서 뽑아왔는지 밝혔다. 그리하여 이용자들이 필요하면 원래의 문헌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도 거친 부분이다. 『오등회원』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잘못 베껴 쓴 부분을 시정하고 번역을 정확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셋째, 이 책의 원문은 문단의 구별이 엉성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있었던 대화인데도 문단을 나누지 않았다. 번역 과정에서는 이것을 나누어 번역자 자신은 물론 읽는 이가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
넷째, 문헌학적인 훈고의 과정을 거쳐서 번역을 하되, 그 과정을 주를 통해서 공개했다.

 

끝으로 우리말 번역은 모두 11권으로 출판할 것이다. 앞의 10권은 원문을 번역한 것과, 마지막 권은 어휘사전을 겸한 색인집이이다.

 

도서출판 장경각에서는 93년도 10월 선림고경총서를 완간하면서 장경각 책을 사랑해 주신 독자들에게 오등회원과 명추회요의 출판을 약속하였습니다. 4년 여의 기간 동안 윤문, 재 번역 등 불교를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보다 좋은 책으로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드렸습니다. 오랫동안 원고와 씨름하신 필자분들께 삼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아울러 묵묵히 출간을 독자 제위께도 심심한 사과의 인사를 드립니다.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 곁에서 사랑받는 책으로 출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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