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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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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6 년 9 월 [통권 제3호]  /     /  작성일20-05-06 08:32  /   조회9,28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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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본지풍광 평석 3 / 성철 스님

 

 


 

 

수시
임제의 할(喝)은 땅을 파서 하늘을 찾음이요
덕산의 방(棒)은 얼음을 두드려 불을 찾음이다.
뜰앞의 잣나무(주1)는 굽은 것을 꺾어 곧은 것을 만듦이요
개에 불성이 없음(주2)은 금을 버리고 똥을 취함이로다.
석상수좌(石霜首座)는 무상정인(無上正印)을 차고
조계적자(曹溪嫡子)는 지옥에 떨어지기 화살 같으니
눈 밝은 큰 종사(宗師)가 어째서 칠수팔각(七手八脚)(주3)인가.

 

해설

석상스님의 수좌는 석상스님이 돌아가신 뒤에 구봉시자와 조실문제로 법담을 하다가 향연기 피어오르는 사이에 그냥 가버렸다. 그러자 구봉시자가 수좌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앉아서 죽고, 서서 죽는 것은 없지 않은 일이나 선사의 도리는 꿈에도 보지 못했다. 그런 수좌는 지금 위없는 바른 도장을 차고 있고, 조계, 육조의 적자들은 화살같이 지옥에 떨어진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 뜻을 잘 알아야 내 법문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게송을 알면 오늘 법문이 다 되었는데 몇 마디 더하겠습니다. (한참 묵묵히 계셨다.)

 

바람이 버들가지에 부니 버들강아지 솜털이 날리고
비가 배꽃을 두드리니 범나비 나는구나.

 

해설

임제스님의 제자 가운데 삼성(주4)과 흥화(주5)라는 이가 가장 뛰어난 제자입니다. 그래서 임제스님의 정법안장을 삼성과 흥화가 이어받았는데, 그 후 흥화스님의 아손이 천하를 풍미하였습니다. 그래서 임제문하라면 삼성과 흥화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고칙

삼성스님이 법상에 올라 말하였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곧 나간다. 나가면 사람을 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흥화스님이 이 말을 듣고 법상에 올라 말하였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나가지 않는다. 나가면 문득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

 

해설

삼성은 사람을 보기만 하면 나간다. 그  말은 사람을 보기만 하면 나가서 접대를 한다. 그렇지만은 나가면 실제로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그 말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사람을 보면 나가는데, 즉 사람을 보면 나가서 접대를 하는데 그것이 실제로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까? 거기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화는 그 말을 듣고 말하기를, 사람을 보면 나가지 아니한다 즉 사람을 만나도 접대를 아니한다. 그런데 나가게 되면 실제로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스님이 말한 것과는 정반대로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둘 다 참 깊은 뜻이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 깊은 뜻을 깨쳐서 알면 임제의 골수를 분명히 아는 것이요, 삼세제불, 역대조사의 정법안장을 분명히 알 수 있고, 불법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은 사량분별로써는 이것을 절대로 모르는 것입니다.

 

착어

두 사람이 다같이 임제정인(臨濟正印)을 이었거늘 어찌하여 말하는 것이 이와같이 서로 반대 되는가. 여기에서 밝게 깨쳐 남김없이 철저하게 의심이 없으면, 임제스님만 친견할 뿐 아니라 큰 선지식의 신묘한 수법을 알 것이니 어떠한가?

 

하늘에는 별이 있어 다 북쪽을 향해 돌고
인간에는 동쪽으로 흐르지 않는 물이 없다.

 

고칙

죽암 규(주6)선사가 송하였다.
“사람이 가남함에 지혜 짧음이 많고 말이 여윔에 털 길어짐을 보나니
홀로 쌍봉사(雙峰寺)에 자고 한 가닥 향을 피우노라.”

 

해설

이 게송을 알 것 같으면 앞에 말한 별들은 모두 북쪽을 향해 돌고 인간에는 물들이 모두 동쪽을 향하여 흐르더라는 말도 알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삼성과 흥화스님이 한 법문의 낙처를 알 수 있습니다.

 

착어

관음보살과 세지보살이요 세지보살과 관음보살이니
눈 속에서 숯을 보내고 간장 속에서 소금을 얻는다.
필경 이 무슨 뜻인가?
주장자 한 번 내려치고 말씀하셨다.

 

만 얼굴의 야차(夜叉)가 겨우 머리를 숙이니
소머리의 옥졸이 문득 머리를 드는구나.

 

1) 뜰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 : 조주스님에게 어떤 스님이 묻기를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하니 조주스님은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 하였다.
2) 개에 불성이 없음(狗子無佛性) : 조주스님에게 어떤 스님이 묻기를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스님은 “없다(無)” 하였다.
3) 칠수팔각 : 궁지에 몰려서 손발을 다급히 어지럽게 흔드는 모양을 말한다.
4) 삼성혜연(三聖慧然) : 생몰연대는 알 수 없음. 임제종의 승려
5) 흥화존장(興化存獎 : 830-888) : 임제종의 승려
6) 죽암사규(竹菴士珪 : 1083-1146) 임제종 양기파의 승려. 불안 청원의 법제자


사자후 원본
수시
臨濟喝은 掘地覓天이요 德山棒은 叩氷求火요 庭前栢樹子는 拗曲作直이요 狗子佛性無는 捨金取糞이로다 石霜首座는 佩無上正印하고 曹溪嫡子는 入地獄如箭이라 明眼大宗師가 爲什麽하야 七手八脚고

(良久)


風吹柳絮毛毬走하고 雨打梨花蛺蝶飛로다

해설
三聖 興化는 臨濟神足이니 具大機大用하야 傳臨濟正法眼藏하니라 三聖이 上堂云 我는 逢人則出하나니 出則不爲人이라 興化聞之하고 上堂云 我는 逢人則不出하나니 出則便爲人이라하니라

착어
師云 二人이 同佩臨濟正印이어늘 爲什麽하야 出言이 却如此相反고 於此에 明得하야 了徹無疑하면 非但親見臨濟오 亦知大善知識의 神妙手法하리니 作麽作麽오


天上有星皆拱北이요 人間無水不朝東이로다

고칙
竹菴 珪 頌云 人貧에 多智短이요 馬瘦에 見毛長이라 獨宿雙峰寺하고 同焚一炷香이라하니라

착어
師云 觀音勢至요 勢至觀音이니 雪中에 送炭하고 醬裏에 得鹽이로다 畢竟如何오


馬面夜叉才稽首하니 牛頭獄卒便擎拳이로다
(卓拄杖一下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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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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