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판화]
왜 정토에 가야하나
페이지 정보
한선학 / 2021 년 9 월 [통권 제101호] / / 작성일21-09-06 10:16 / 조회5,092회 / 댓글0건본문
불교판화 9
‘관경 만다라’ 이야기②
‘관경觀經 만다라慢茶羅’는 우리가 왜 정토에 가야하는지, 간다면 어떻게 가는지, 정토는 어떤 세계인지, 왕생인은 어떤 모습인지 등 네 부분을 하나의 그림 속에 종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의 중앙에 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를 가장 크게 표현하며, 좌측에는 관경觀經이 설해진 인연, 우측에는 정토로 가는 방법, 하측에는 왕생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 1. 서분의.
『관무량수경』은 마가다국의 비극적인 가족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빔비사라왕과 위제희 왕비, 그들의 아들 아사세 태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왜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세계인 극락에 가야하는지를 극명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바로 『관무량수경』의 시작인 ‘서분의序分義’로, 좌측에 길게 아래에서 위로 지그재그 형식으로 묘사되어 있다(사진 1). 이해를 돕기 위해 ‘서분의’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풀어 본다.
①첫 번째는 금부연(禁父緣,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다)으로 4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사진 2). 맨 밑에서부터 제바달다의 꿰임에 빠지는 아사세 태자, 아사세가 아버지 빔비사라왕을 감옥에 가두는 장면, 위제희 부인이 남편을 위해 몸에 벌꿀을 바르고 영락에 포도주를 넣어 목숨을 연명시키는 장면, 빔비사라왕이 부처님께 청해 아난과 부루나 존자의 법문을 듣고 계戒를 받는 장면 등이 시간대 별로 아래에서 위로 표현되고 있다(사진 3).
사진 2. 서분의 부분1.
사진 3. 서분의 부분2.
사진 4. 서분의 부분3.
②서분의 두 번째 부분은 금모연(禁母緣, 어머니를 유폐시키다) 2장면과 염고연(厭苦緣, 고해를 싫어하다) 2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사진 4).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몰래 음식을 주는 것을 아사세 태자가 알고 노발대발하며 어머니를 살해하려 하자(사진 5) 신하들이 이를 만류해 위제희 부인은 궁궐 깊은 곳에 유폐되고, 위제희 부인이 부처님께 아난과 목련 존자를 보내 주실 것을 청하자 부처님이 직접 왕림하는 장면과 영락을 풀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오체투지하며 맞이하는 장면이 전개되고 있다(사진 6).
사진 5. 금부수계청법.
사진 6. 금모해모간쟁.
사진 7. 염고예이견불.
③세 번째 부분(사진 7)은 ‘흠정연(欣淨緣, 정토를 좋아하다)’으로 위제희 부인의 간절한 발원을 듣고 고통 없는 정토 세계들을 보여주자, 위제희 부인은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을 선택하는 장면(사진 8)과 부처님이 아난과 위제희 부인과 목련 존자에게 극락세계에 대해 설법하는 ‘현행연.行緣’ 장면이 나타나고, 위제희 부인에게 아미타부처님, 관음 보살, 대세지 보살(미타 삼존)을 공중으로 보여 주시는 ‘시관연示觀緣’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자 위제희 부인이 부처님께 “자기는 극락의 실체를 보았기에 극락정토를 믿지만 이를 보지 못하는 미래의 중생들은 어떻게 극락정토에 갈 수 있는지”를 알려 주실 것을 간청하는 장면, 석존이 영취산에서 많은 보살들에게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방법을 설하는 ‘화전서化前序’(사진 9)로 끝을 맺는다.
사진 9. 화전연기산복설.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려는 아들(아사세 태자)을 보고 위제희 부인이 부처님께 올리는 발원은 왜 우리가 영원한 행복과 자유가 가득한 극락에 태어나야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한 악한 아들[惡子]을 낳았으며, 부처님께서는 또한 무슨 인연으로 제바달다와 함께 친족이 되었습니까? 오직 원하옵니다. 저를 위해 널리 고뇌 없는 세상을 설해주소서. 저는 마땅히 (그곳으로) 왕생하고자 합니다. 염부제의 탁악濁惡한 세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탁악한 세상에는 지옥·아귀·축생이 가득 차 있어 불선不善이 너무 많습니다. 원하옵건대, 저는 미래에 악한 소리를 듣지 않고 악인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부처님께 오체투지의 예를 드리며 참회하나이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