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축하 노래를 우리가락으로 > 월간고경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월간 고경홈 > 월간고경 연재기사

월간고경

[한국의 다도]
생일축하 노래를 우리가락으로


페이지 정보

오상룡  /  2022 년 8 월 [통권 제112호]  /     /  작성일22-08-05 10:06  /   조회3,844회  /   댓글0건

본문

차도과정 1년이 끝날 때는 항시 졸업 발표회를 하였다. 졸업 발표회의 주제는 그 해의 상황에 따라 차도과정생들이 정한다. 해마다 개강 때부터 무엇을 할지 노심초사 하는데 2010년 제13기는 그 해 회장, 차무과정 담당교수 그리고 차도과정 담당 및 지도교수인 필자 세 사람이 회갑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다른 생각할 것 없이 바로 회갑 진차례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설가차문화연구원이 우리가락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보급하는 일환으로 2002년 목공장인 농암 박봉규 선생과 그 친구 세 분의 회갑진차례를 하였는데 그것을 모델로 삼았다.(주1) 그 내용은 차도과정 1학기 교재에도 실려 있다.(주2)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락으로 만든 생일축하 노래를 소개하고, 2010년에 있었던 회갑진차례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멋스러움을 한번 느껴 보십사 하는 바람을 담았다.

 

생일노래와 케이크

 

우리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생일이 되면 으레 부르는 노래가 있으니 그것이 곧 ‘Happy birthday to you’이다. 이 노래의 원제목은 ‘Good Morning to All’로, 1893년 미국에서 두 자매 Mildred Hill이 작곡, Patty Hill이 작사하였으며, 원래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인사할 때 쓰였던 노래였다. 1933년 Patty Hill에 의해 ‘Happy birthday to you’로 개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 케이크는 서양에서 전래된 음식 중 이제는 우리 문화에서도 매우 친숙해진 것 중의 하나로, 흔히 생일축하, 약혼, 결혼 등의 경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필수음식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이기도 한다.

 

지금의 생일 파티는 중세 독일 농민들 사이에서 ‘킨데 페스테’라고 하는 어린이를 위한 생일축하 행사가 기원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생일을 맞은 아침에 눈을 뜨면 촛불로 장식된 케이크를 아이 앞에 놓으면서 시작되며, 이 촛불은 저녁 식사 때 온 가족이 케이크를 먹을 때까지 계속 켜 놓았다. 특히 촛불은 아이 나이보다 하나 더 많게 하여 밝혀 놓았는데, 그 촛불은 ‘생명의 등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생일을 맞은 아이들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함께 음식을 나누고, 소원을 빌며 촛불을 끄는 등의 오늘날의 관습도 그때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생일 촛불은 단숨에 끌 것, 소원은 꼭 비밀에 부쳐야 할 것 등의 풍습도 오늘날까지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생일 파티의 전형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쳐 서양의 생일 풍습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풍습으로도 얼마든지 생일을 축하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빵 케이크를 떡 케이크로 대체하고, 노래 역시 우리가락으로 만들어 보급하였다.

 

회갑 진차례

 

부모의 회갑을 맞이하여 자식들이 그 은혜에 감사하며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차려드리는 상이다. 그리고 회갑상 위에 올리는 음식들을 높이 쌓는 까닭은 음식을 쌓아 올리는 높이가 바로 자손들의 효심을 나타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는 경쟁하다시피 높이 쌓기도 하였다. 그러나 회갑상 차림에는 형식보다 정성어린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음식의 종류, 모양, 높이보다 각각의 뜻이 좋은 성현께 올리는 육법공양을 원용한 상차림을 제안한다.

 

진차례의 실제

 

아래는 2010년 앞에서 언급한 세 사람을 위한 회갑 진차례의 시나리오다. 다소 생소하시겠지만 한국적 풍습을 가미한 기념행사의 형태를 살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감 없이 제시해 보기로 한다.

 

지금부터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평생교육원 차도과정 제13기 및 차무과정 제2기생들이 졸업에 즈음하여 그동안 공부한 것을 조금이라도 보여 드리기 위해 생일 진차례를 올리겠습니다.

진차례를 올리기 위해 우선 진설을 하겠습니다. 진설은 육법공양을 원용했습니다. 올릴 것은 향기로운 향, 밝은 등불, 아름다운 꽃, 맛있는 과일, 농부의 땀의 결실인 쌀로 빚은 떡 그리고 감로의 차입니다.

 

향을 살라 올리겠습니다.

향은 주위를 맑히는 정화제로서, 자신의 몸을 태운 연기는 하나로 융합되는데, 그것은 희생과 화합을 의미하며, 이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향기와 즐거움을 줍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가 향이 되어 온 우주를 맑히고저 하옵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사진 1. 향을 올림.

 

촛불을 밝혀 올리겠습니다. 

촛불은 밝은 빛, 즉 지혜를 상징합니다. 촛불은 자신의 몸을 계속해서 녹여 가면서 빛을 내어 어둠을 밝힙니다. 지혜의 빛이 모든 무명을 일시에 깨뜨리고 우리 마음속의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가 등불이 되어 온 누리를 두루 밝히고자 하옵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사진 2. 꽃을 올림.

 

꽃을 올리겠습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하여 온갖 인고의 세월을 견딥니다. 따라서 꽃[花]은 아름다움을 갖춘 덕을 나타냅니다. 이 캠퍼스에서 인내의 세월을 견디고 복과 덕을 갖춘 꽃을 피우기를 바라며 이 꽃을 올립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과일을 올리겠습니다.

과일은 완전한 결실입니다. 우리들의 수행과 공부는 깨달음이라는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입니다. 이곳 세 분의 앞길에 무한한 영광과 아름다운 결실 있기를 바라며 이 과실을 올립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떡을 올리겠습니다.

쌀은 농부에게 있어서 곧 기쁨입니다. 수확한 쌀을 손에 든 농부는 환희로 가득합니다. 쌀은 기쁨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쌀은 특별한 맛은 없지만 한결같아서 질리지 않습니다. 한결같은 그 맛이야말로 깊은 각성의 깊은 맛을 상징합니다. 이곳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에서 노벨상을 타는 성과 있기를 바라며 이 떡을 올립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차를 올리기 전에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을 모시겠습니다.)

 

사진 3. 진설됨.

 

차를 올리겠습니다. 

모든 생명을 살려주고 생명의 근원이 되는 것은 물이니, 그 깨끗한 물로 지극한 정성이 담긴 예로 달여 올리는 것이 차입니다. 차는 우리 정신과 몸을 맑게 합니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이 맑게 되기 위해 백 가지의 찻잎을 모아 경북대 상주캠퍼스의 맑은 물로 돌솥에 달여서 옥사발에 담아 이 차를 올립니다. 원컨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이시여, 이 공양을 받으소서.

 

사진 4.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께서는 차를 드시기 바랍니다. 휘호 서예가 고천 김동수 선생의 축하 그림.

 

(굿거리)

1. 잔치 축하드립니다. 차도과정 잔칫날 차와 같이 맑고 군자같이 어지시기를

(후렴)(자진모리)

우리 사랑 모두 모아 진심으로 축하하니 에헤라 좋은 날 에헤라 좋은 날

(굿거리)

에헤라 복 되소서 얼쑤!

 

2. 잔치 축하드립니다. 차무과정 잔칫날, 춤과 같이 곱고 구름같이 고요하기를

3. 회갑 축하드립니다. 오상룡 교수님, 하늘같이 높고 땅과 같이 넓은 크신 은혜에

4. 회갑 축하드립니다. 김자혜 교수님, 학과 같이 곱고 소나무처럼 건강하시길

5. 회갑 축하드립니다. 배영희 회장님, 물과 같이 맑고 대나무처럼 건강하시길

 (기타 참석자들 축하 노래)

 

사진 5. 다음은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축하노래가 있겠습니다.

 

이것으로 경북대학교 상주캠퍼스 평생교육원 차도과정 제13기 및 차무과정 제2기생들이 졸업에 즈음하여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께 올리는 진다례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오늘 진다례를 통하여 받으시는 분과 올리는 사람은 물론 오늘 이곳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 다 같이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진정한 차인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항상 오직 차 마시는 일에 힘씁시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사진 6. 이어서 올해 회갑을 맞으신 세 분을 대표해서 차무과정 김자혜 교수님께서 고마운 마음과 기쁜마음을 춤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사진 7. 음식 나누기 

 

제안사항

 

진차례 동참자의 의상은 생활한복이나 전통한복 어느 것이나 예를 충분히 갖출 수 있을 정도의 단아한 복장이 적합하고 너무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옷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올리는 사람의 정성스런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설하는 사람은 여유 있는 발걸음과 표정 등 흐트러짐 없이 절도 있는 자태를 유지해야 한다.

 

진차례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축하객도 축가를 할 때는 축하하는 말을 한 소절씩 하고, 특히 후렴을 함께 힘차게 불러서 다 같이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에 동참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노래 가사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바꿔 부를 수 있다. 차인들은 모두 가족들의 생일에 한 잔의 차에 우리가락을 싣고 소원, 소망, 축원을 담아 보내자.

 

 

주)

(주1) 김우영, 계간 『다담』, 2002년 겨울호, pp. 84-87, 계간 다담사(2002).

(주2) 오상룡, 『차도학茶道學』, pp.223-228, 국립 상주대학교 출판부(2005).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오상룡
계간 《차생활》 편집인. (사)설가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생명축산연구협회 협회장, (사)아시아-태평양 지구생명 환경개선협회 협회장, (사)한국茶명상협회 이사·감사. 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차도학』(국립 상주대 출판부, 2005) 이외 저 역서 다수. 「차의 품질평가」 등 논문 및 연구보고서 100여 편.
오상룡님의 모든글 보기

많이 본 뉴스

추천 0 비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우) 03150 서울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1232호

발행인 겸 편집인 : 벽해원택발행처: 성철사상연구원

편집자문위원 : 원해, 원행, 원영, 원소, 원천, 원당 스님 편집 : 성철사상연구원

편집부 : 02-2198-5100, 영업부 : 02-2198-5375FAX : 050-5116-5374

이메일 : whitelotus100@daum.net

Copyright © 2020 월간고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