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감로수]
내 마음의 법구
페이지 정보
이해인수녀 / 2013 년 5 월 [통권 제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11,915회 / 댓글0건본문

언젠가 친지들과 같이 전남 보성군에 있는 대원사에 갔을 때 그곳의 현장 스님이 절 입구에 적어놓으신 여러 종류의 법구들을 읽다가 베껴온 글이 있다.
수행이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공부노트’에서
나는 이 글을 많은 사람들, 특히 수도자들에게 적어 주었는데 다들 기뻐하며 좋다고 하였다. 나의 글방과 침방에도 누가 붓글씨로 적어준 이 글을 걸어두고 오며 가며 기도처럼 읽어본다. ‘어떻게 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막막해지다가도 자꾸만 되풀이해 묵상하다 보면 ‘나도 노력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새 힘과 용기가 솟는다.
늘 낮아지고 손해 볼 준비가 되어있는 어리석음의 용기와 결단 없이는 결코 수행자의 길을 걸을 수 없음을 일러주는 이 지혜의 말씀을 나는 더 깊이 새겨들으리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공경하기, 다른 이의 실수를 알고도 모른 척하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도 상대가 우기면 일단은 져 주고 보기, 그리고 마침내 남의 허물까지 뒤집어 쓸 수 있는 사랑의 용기를 지니고 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고 싶다.
월간 「불광」 2011년 11월호 - 이해인 수녀의 ‘내 마음의 법구’ 중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부설거사 사부시 강설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4 부설거사浮雪居士 사부시四浮詩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모두 다 잘 아는 것 아니야? 지금까지 만날 이론만, 밥 얘기만 해 놓았으니 곤란하다 …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의 오도처 파르삥의 동굴
카트만두 분지의 젖줄인 바그마띠(Bagmati)강 상류에 위치한 파르삥 마을은 예부터 천하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으로 힌두교와 불교의 수많은 수행자들이 둥지를 틀고 수행삼매에 들었던 곳이다. 그러니만…
김규현 /
-
인도 현대 인도불교의 부활과 과제들
심재관(상지대 교수) 많은 한국의 불교인들은 “어찌하여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불교가 이토록 처참히 위축되었는가?”를 질문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식자들은, 이슬람의 인도 정복이나 힌두교…
고경 필자 /
-
봄빛 담은 망경산사의 사찰음식
사막에 서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두렵고 막막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 생각 달리해서 보면 사막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습니다. 무한한 갈래 길에서 선택은 자신의 몫입니다. 누군가가…
박성희 /
-
집중한다는 것과 업장소멸
질문1. 집중하는 힘에 대해 절과 능엄주를 일과로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실수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인지 잡념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