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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심리학의 만남]
불교심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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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조  /  2023 년 12 월 [통권 제128호]  /     /  작성일23-12-04 15:17  /   조회1,802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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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마음학이 마음의 본래적 특징에 중점을 두고서 전개된다면, 불교심소학은 마음의 다양한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마음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은 심소 때문이다. 붓다는 심心과 심소心所를 구분하는 것은 바다의 물이 어느 강에서 흘러들어왔는지를 구분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불교마음학과 불교심소학을 구분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구분으로 인해서 서양심리학에서는 다루지 못하고 있는 마음 자체에 대한 탐구영역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마음의 기능에 대한 탐구로써 불교심소학을 다루고자 한다. 

 

불교심소학의 관점

 

불교심소학(Buddhist cetasikalogy)은 마음의 다양한 기능을 다룬다. 심소心所(cetasika) 또는 마음부수는 심과 함께 생멸하면서 다양한 마음의 작용을 만들어 낸다. 마음 자체는 아는 기능이라는 하나의 기능을 하지만, 심소로 인해서 다양하게 기능한다. 마음의 아는 기능과 느끼고, 생각하고, 의도하는 심소의 기능의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심소의 다양한 작용을 살핌으로 인해서 마음 자체의 기능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심소는 마음과 함께 생멸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한다. 다양한 기능으로는 오온의 느끼고[受], 생각하고[想], 의도하는[行] 기능이 대표적이다. 오온에 의해서 인간의 대표적인 기능이 드러났다면, 심소에 의해서 세부적인 기능이 드러난다. 오온 각각이 하나의 심리학의 주제가 된다면, 심소는 그 각각의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항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심소의 구분은 인간의 기능에 따른 구분에 준해서 볼 수 있다. 오온 가운데 수受는 정서, 상想은 인지, 행行은 동기라고 할 수 있다.

 

팔정도의 계정혜 관점에서 보면 계정혜 각각은 동기, 정서, 인지에 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뿌리인 탐진치貪瞋痴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탐·불탐, 진·부진, 치·불치는 순서대로 동기, 정서, 인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동기와 정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인지는 둘의 전제가 된다. 인지의 중요성은 마음의 다양한 기능 가운데 아는 기능이 근본적인 기능이라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오온 전반의 특이성과 고유성에 초점을 맞춘 성격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 

 

 

 서구심리학은 기초심리학과 응용심리학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기초심리학에는 인지, 기억, 정서, 동기, 발달, 학습, 성격, 사회 등의 분야가 있고, 응용심리학에는 상담, 임상, 교육, 장애, 산업, 환경, 재해, 범죄, 건강, 신체, 스포츠, 의료, 간호, 복지, 정치, 법, 경제, 경영, 가족, 공동체, 문화, 종교, 예술, 초심리학 등이 있다.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에서 심리학이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불교심리학에서 마음의 기능을 중심으로 인지, 정서, 동기,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서구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기초심리학의 논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인지

인지심리학은 인간이 외부세계를 인식하고 기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이라는 의미와 인지적 시스템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을 밝히려는 심리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인지심리학은 인지과정 즉 지각, 주의, 대상의 정체 파악, 학습, 기억, 언어이해와 산출, 추리, 판단, 결정, 문제해결 등 각종 사고, 지능, 의식, 정서 등의 심리적 과정들을 연구주제로 다룬다.

 

불교의 인지심리학은 앎이 발생하는 과정, 앎의 다양한 종류, 통찰의 다층성, 성인의 앎과 범부의 앎 등을 연구주제로 할 수 있다. 인지의 발생에서는 마음과 함께 생멸하는 심소를 통해서 안다는 기능이 발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이렇게 발생한 인지는 유익한 심소와 결합하는지, 해로운 심소와 결합하는지에 따라서 희론적 흐름과 지혜적 흐름이 있다. 희론과 지혜는 인지의 대표적인 예이다. 희론적 사고의 흐름은 범부의 삶을 지속하게 하고, 지혜적 사고의 흐름은 성인의 삶으로 나아가게 한다.

 

인지의 다양한 종류와 관련해서는 식識(viññāṇa), 상想(saññā), 냐나(ñāṇa), 빤냐(paññā), 아빈냐(abhiññā), 빠린냐(pariññā), 안냐(aññā) 등이 있다. 모두 ‘알다’를 의미하는 ‘냐(ñā)’를 포함한다. 다양한 종류의 앎 가운데 어떠한 앎이 열리는가에 따라서 계界가 다르게 열린다. 이러한 앎에 따라서 견해(diṭṭhi)도 다르게 열리고 정견과 사견의 차이가 발생한다. 정견正見(sammādiṭṭhi)은 팔정도의 첫 번째이면서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견의 대표적인 예인 유신견有身見(sakkāyadiṭṭhi)의 유무는 앎의 차원이 바뀌는 시금석이 된다. 정견의 경우 지혜적 흐름으로 나아가고, 사견의 경우 희론적 흐름으로 나아가게 된다. 불교심리학에서 인지는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과 해탈 또는 견성에 유익한지, 유해한지에 따라서 인지과정이 구분된다. 이러한 인지의 발생, 과정, 목표를 중심으로 불교인지심리학의 주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2) 정서

서구심리학에서 정서는 정서의 기반, 정서의 요소, 정서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신경생리학적 기반 위에서 인지와 느낌을 요소로 표현하고,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적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정서는 밖으로 나아가는 운동(e-motion)으로 다양한 의도 가운데 하나이다. 정서는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는 느낌이 토대가 되어서 다른 의도가 결합되어 표현된다. 이러한 느낌은 이후에 다양한 정서와 결합하게 된다. 느낌이 곧 정서는 아니지만, 느낌은 정서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느낌에는 좋은 느낌, 괴로운 느낌, 좋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의 세 종류가 있다. 이러한 느낌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드러난다. 이러한 정서는 점점 더 인지화 되고 연결고리가 복잡해지면서 교류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기본적인 정서에서 이차적인 정서로 나아간다.

 

이차적인 정서는 주로 관계에서 일어나는 정서이다.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정서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질투, 부러움, 부끄러움, 양심(hirī), 수치심(ottappa)과 같은 관계적 정서이다. 그리고 공포에 대한 일차 인지정서로 위협(menace), 불안(anxiety)이 있고, 이차 인지정서로 부끄러움(shame), 질투(jealousy), 부러움(envy)이 펼쳐진다. 이차 인지정서의 차원에서 자아개념은 새로운 요소가 된다. 공포의 경우 자아개념은 위험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에 대한 가치개념을 포함한다.

 

문제는 기본정서가 아니라 두 번째 화살 즉 이차적인 정서이다. 느낌과 마찬가지로 정서도 좋은 정서와 해로운 정서로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 역시 불교의 궁극적 목표와 연관해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에는 해로운 정서의 바탕인 진瞋에서 수치심 없음과 양심 없음 등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있고, 유익한 정서의 바탕이 되는 부진不瞋에서 수치심과 양심, 사무량심 등으로 나아가는 흐름이 있다. 이러한 정서의 흐름을 기반으로 해서 불교의 정서를 연구하는 것이 불교의 정서심리학이 될 것이다. 또한 긍정적인 정서와 부정적 정서를 구분하여 그 각각을 탐구하고, 이들을 증장하거나 제거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 등은 불교의 정서심리학의 연구주제가 될 수 있다. 

 

3) 동기

동기(motive)는 행동에 에너지와 방향을 제공하는 내적 과정인 욕구, 인지, 정서가 공유하는 공통적인 기반을 말한다. 동기의 근원에는 욕구, 인지, 정서와 같은 내적 동기와 외적 사건이 있다. 동기연구에서는 아홉 가지 주제를 다룬다. ① 동기는 적응을 돕고, ② 동기는 주의를 지배함으로써 행동에 영향을 주고, ③ 동기강도는 시간경과에 따라 변동하고, 행동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④ 동기는 접근 경향성과 회피 경향성을 포함하고, ⑤ 동기연구는 인간성의 내용을 밝혀주고, ⑥ 동기는 강도뿐만 아니라 유형에서 변동하고, ⑦ 우리는 항상 자신의 행동의 동기적 기초를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않고, ⑧ 동기원리들은 응용될 수 있고, ⑨ 좋은 이론은 더 실용적이다.

 

불교에서 동기는 의도(cetanā, 思)를 말한다. 신구의身口意 삼업은 의도, 말, 몸으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오계五戒의 경우도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준다. 십선업十善業, 십불선업十不善業도 동기와 행동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팔정도 가운데 계학戒學에 해당하는 정어, 정업, 정명은 행위의 영역과 관련이 있다면, 정정진正精進은 모든 행동과 동기에 대한 지침을 제시한다. 이미 일어난 선은 더욱 증장시키고, 이미 일어난 악은 손감시키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은 일어나도록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정정진은 모든 유익한 또는 해로운 심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서 유익한 의도와 행동, 유해한 의도와 행동을 분류하고, 이를 증장시키고, 손감시키는 것과 관련된 주제가 불교의 동기심리학의 연구주제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4) 성격

성격은 타고난 마음의 타입 또는 패턴을 말한다. 성격의 원어인 ‘personality’는 ‘인간됨’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이라고 할 때 가장 특징적인 특성과 특질을 말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성격이라는 용어 대신 ‘인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성격을 ‘개인의 삶에 방향과 패턴을 부여하는 인지, 정서, 행동의 복합적 조직’으로 정의한다. 성격은 내적 속성이고, 통합성, 고유성, 일관성, 역동성을 지닌다고 한다. 성격은 ① 내적 속성이고, ② 정신적 신체적 체계들 즉 인지, 정서, 행동의 통합과정이고, ③ 개인은 고유한 성격을 갖고 있고, ④ 성격에는 일관성이 있고, ⑤ 성격은 역동적이다. 성격은 이러한 5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격심리학은 종종 심리학을 대표하는 영역으로 간주되고, 심리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는 지식을 성격의 틀 안에서 종합한다.

 

이제까지 오온의 각각에 대응하는 심리학을 다루었다면, 불교의 성격심리학은 오온 전반을 다루는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심리학에서 성격은 인지, 정서, 동기라는 오온 각각에 대한 논의를 일관적이고 고유한 성격으로 통합한 것이다. 오온에서 온蘊은 ‘무더기’로 번역되는데, 무더기이면서 집적集積이기도 하다. 그 무더기와 집적의 패턴을 보여주는 것을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오온 각각의 기능에 의해서 활동을 하지만, 오온 전체의 특성과 고유성에 따라서 개별성이 드러난다. 불교의 성격심리학에서 좋은 성격은 오온의 전체적인 기능이 잘 발휘되는 상황을 말하고, 좋지 못한 성격은 오온의 전체적인 기능이 잘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서구심리학의 정서, 인지, 동기, 성격은 가치 중립적이지만, 불교심소학은 오온의 기능을 중심으로 하면서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를 전제로 하므로 목표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유익한 인지와 정서와 동기와 성격, 그리고 해로운 인지와 정서와 동기와 성격이 구분된다. 이는 인지, 정서, 동기, 성격이라는 기능이 잘 기능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심소학에서 오온의 기능성 여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불교심리치료적 함의

 

심心(citta)과 심소心所(cetasika)의 구분은 불교심리학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심과 심소의 구분으로 인해서 마음 자체의 기능이 보존될 수 있고, 이로 인해서 마음이 수행의 주제가 될 수 있고, 마음을 보는 것이 원칙이 될 수 있고, 마음과 객진번뇌의 차이가 둘의 구분에서 시작될 수 있고, 혜능에게서 거울은 닦을 필요가 없다는 논의가 성립할 수 있고, 이 둘의 구분을 전제할 때 초기불교에서 빛나는 마음이 성립할 수 있다.

 

심소와는 달리 마음 자체의 기능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성佛性, 자불성自佛性, 자성自性의 가능성과 연결된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고 이미 사용하고 있으므로, 마음을 안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일 뿐이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 특별한 것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후 선불교의 대전제가 된다.

 

불교심소학에서는 심소의 다양한 기능이 잘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심리치료의 원칙이 된다. 삼법인 가운데 고苦의 원리는 오온의 이러한 기능이 잘 기능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삼계三界 자체의 구조라는 것이 붓다가 파악한 고제苦諦의 진리인 것이다. 이러한 기능성이 잘 발현되는 세계가 출세간계出世間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교심소학의 심리치료적 함의도 명확해진다. 심소가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것이 심리치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기능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붓다가 제시한 궁극적 목표가 된다. 이러한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궁극적 목표를 성취하는 데 유익한 기능들은 일으키고 증장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궁극적 목표의 성취를 방해하는 유해한 기능은 일으키지 않고 손감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불교적 관점에서는 수행의 과정이 되고, 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불교심리치료의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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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조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ㆍ석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석ㆍ박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불교상담학전공 지도교수. 한국불교상담학회 부회장, 슈퍼바이저. 한국불교학회 부회장. 저역서로 『불교심리학연구』, 『불교의 언어관』, 『불교심리학사전』 등이 있다.
heecho12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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