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삼국의 선 이야기 ]
수행자를 판별하고 검증하는 세 가지 방법
페이지 정보
김진무 / 2024 년 7 월 [통권 제135호] / / 작성일24-07-04 16:20 / 조회1,559회 / 댓글0건본문
중국선 이야기 42 | 조동종의 선사상 ⑧
동산양개洞山良价가 동산에서 법을 펼치고, 조산본적曹山本寂이 계승하여 설립한 조동종은 『인천안목人天眼目』 권3에서 “가풍이 세밀하고, 언행言行이 상응하며, 기연機緣에 따라 사물을 이롭게 하며, 언구言句에 따라 학인을 제접提接한다.”(주1)라고 평가한다. 이는 조동종 선사들이 학인을 제접할 때 다양한 근기에 따라 접인接引하고, 방편을 보이며, 간략한 언구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조동종의 대표적인 제접법인 ‘삼종삼루三種渗漏’, ‘삼로접인三路接人’, ‘삼종타三種墮’, ‘사빈주四賓主’ 등은 모두 면밀함과 세밀함의 풍격을 갖추고 있으므로 학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동산양개어록』에는 양개가 본적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내가 운암雲巖 선사先師 처소에서 친히 보경삼매寶鏡三昧를 인가받았는데, 일을 궁구함에 핵심이니 지금 너에게 부촉하겠다.”라고 하였다. 선사는 다시 말하기를 “말법末法 시대에는 사람들이 건혜乾慧를 많이 갖고 있다. 만약 참과 거짓을 변별하여 검증하려면 세 종류의 삼루渗漏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견삼루見渗漏로서 기機가 위位를 떠나지 않아 독毒의 바다에 빠지는 것이다. 둘째는 정삼루情渗漏로서 향하고 등질 것에 막혀 견처見處가 고루함에 치우친 것이다. 셋째는 어삼루語渗漏로서 묘함을 궁구하여 종宗을 잃고, 기機가 끝내 어두워 지혜가 탁해져 생사에 유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세 종류에서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알 것이다.”라고 하였다.(주2)
이로부터 양개는 운암에게서 인가받은 「보경삼매」를 바탕으로 삼종의 삼루渗漏를 학인들의 제접에 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혜’와 ‘삼루’는 모두 유루법有漏法에 천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혜는 비록 지혜와 비슷한 견해가 있을지라도 참다운 체득을 겪어서 나온 것이 아님을 의미하고, 삼루 역시 망집妄執에서 나타난 다양한 견해, 정식情識 혹은 언구言句에 집착하여 얽매인 것을 의미한다. 이 삼종의 삼루는 ‘견삼루’, ‘정삼루’, ‘어삼루’의 세 가지를 가리킨다.
그런데 『인천안목』 권3의 삼종삼루 항목에서는 양개가 조산에게 한 말이 조금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양개) 선사가 조산에게 말하기를, “내가 운암 선사先師의 처소에서 친히 보경삼매를 인가받았는데, 일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니 너는 잘 호지護持하여 단절됨이 없게 하라. 참다운 법기法器를 만나면 비로소 전수할 수 있다. 마땅히 비밀을 지켜야 하고, 드러내 밝혀서는 안 된다. 세상에 유포되어 나의 종지가 손상되고 없어질까 두렵다. 말법시대에는 사람들이 건혜를 많이 갖고 있으니 만약 향상인向上人의 진위眞僞를 판별하고 검증하려면 삼종의 삼루가 있으니 곧바로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주3)
여기에서는 운암이 전한 보경삼매를 양개의 종지라고 밝히고 있으며, 그를 전함에 신중할 것과 향상인, 즉 조사선을 행하는 학인을 만났을 때의 판별과 검증은 바로 삼종의 삼루를 통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잘못된 견해를 고집하는 견삼루
우선, 삼종의 삼루 가운데 첫째는 견삼루見渗漏이다. 견삼루는 학인이 자기가 아는 측면에 집착하여 선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갖는 것이다. 앞에서 양개는 견삼루에 대해 “기機가 위位를 떠나지 않아, 독의 바다에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학인이 자신의 근기를 고집하여 절대로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천안목』의 이 항목에서는 명안明安의 다음과 같은 말이 추가되어 있다.
아는 바에서 견해가 막혔다고 이르는 것은 만약 전위轉位를 하지 못하면, 바로 하나의 색色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삼루渗漏를 말하는 것은 단지 그 가운데 선善을 다하지 못할 뿐이며, 모름지기 겪어온 자취를 변별하여야 비로소 현묘한 기틀과 묘한 용[玄機妙用]을 상속받을 수 있다.(주4)
이로부터 보면 앞에서 언급한 ‘기機가 위位를 떠나지 않음’은 명확하게 ‘아는 바에서 견해가 막힘’을 가리키며, 학인이 자기의 아는 바에 집착하여 얽매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다면 필연적으로 진세塵世의 독의 바다, 즉 고해苦海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학인을 접인接引할 때는 반드시 그 집착하여 얽매여 있는 바를 타파하고 전위轉位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인식에 얽매이는 정삼루
둘째, 정삼루情渗漏는 학인이 정식情識의 경계에 집착하여 얽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학인을 제접할 때는 반드시 그들의 정식의 경계에 집착한 얽매임을 타파하여야 할 것이다. 양개는 앞에서 정삼루에 대하여 ‘향하고 등질 것에 막혀 견처見處가 고루함에 치우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모든 부딪는 경계에서 버려야 할 법과 추구해야 할 법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식으로부터 형성된 견처만을 고집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안목』의 이 항목에서도 역시 명안의 다음과 같은 말이 추가되어 있다.
정情의 경계[境]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취하고 버리는 것에 막혀서, 앞뒤로 치우치고 고루하며, 보고 느끼는 것이 온전하지 못하니, 이는 식識의 파도가 흐르고 구르는 도중인 변안邊岸의 일로서 모름지기 곧바로 구절구절마다 두 변을 떠나지 않아야 정의 경계에 막히지 않는다.(주5)
여기에서도 추구해야 할 법과 버려야 할 법을 버리지 못함을 바로 식識의 파도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정삼루는 실제로 하나의 식識의 작용과 같은 것이라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삼루에 의해 조성된 정식의 경계에 대한 집착과 얽매임을 타파하려면 반드시 이변二邊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 문자에 집착하는 어삼루
셋째, 어삼루語渗漏는 바로 조사선의 언어와 관련된 것이라 하겠다. 양개는 이를 “묘함을 궁구하여 종宗을 잃고, 기機가 끝내 어두워 지혜가 탁해져 생사에 유전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학인들이 언어 문자에 집착하고 얽매여 참다운 조사선의 종지를 잃고, 나아가 기봉機鋒도 잃게 되어 생사에 유전한다고 평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앞에서 고찰한 위앙종의 영우가 앙산에게 “『열반경涅槃經』 40권 가운데 불설佛說이 얼마나 있고 마설魔說이 얼마나 있는가?”라고 묻자 앙산이 “모두 마설입니다.”라고 답한 것(주6)과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임제가 “세간과 출세간에 부처도 없고 법도 없으며, 또한 나타나지 않고, 또한 잃을 수도 없는 것이다. 설사 (부처와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명칭과 말과 문장일 뿐이다. 어린아이를 이끌기 위한 것이고, 병에 따른 약을 시설施設하여 드러난 명구名句일 뿐이다.”(주7)라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사상적 취지로 볼 수 있겠다.
『인천안목』의 이 항목에서도 역시 명안의 다음과 같은 말이 추가되어 있다.
묘함을 체득하고자 종宗을 잃었음은 언어의 길[語路]에서 막힌 것이고, 구句에서 종지宗旨를 잃었다. 기機가 끝내 어두워졌다는 것은 ‘기’가 어두워짐에 있어서 다만 말 가운데 종지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절구절 가운데 모름지기 말이 있음 가운데 말이 없고, 말이 없음 가운데 말이 있어야 비로소 묘지妙旨와 은밀한 원만함[密圓]을 얻는 것이다.(주8)
이로부터 학인은 어구에 집착하여 얽매일 수 없으며, 이러한 집착과 얽매임을 타파해야 말 없는 가운데 말이 있고 말이 있는 가운데 말이 없어 비로소 참다운 조사선의 종지를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동종의 삼종삼루는 결국 학인들에게 조사선의 선리를 깨우치게 하려고 일반적인 견해, 정식, 언어 등의 세 가지 측면에서 타파시키는 공능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이 삼종삼루에 대하여 『인천안목』에서는 마지막에 늑담유조泐潭惟照의 삼삼루송三渗漏頌을 싣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견見[견삼루]
천하에 절경인 계곡과 산이 그윽한데
뉘라서 능히 손잡고 함께 가려나.
머리 돌려 돌연 두견새 노래 들리니
웃으며 흰 구름 가리키고 돌아가 쉬네.
천하계산절승유天下溪山絶勝幽
수능파수공동유誰能把手共同遊.
회두홀청두견어回頭忽聽杜鵑語
소지백운귀거휴笑指白雲歸去休.
정情[정삼루]
옛날 일찍이 현객玄客을 참알하더니
두루 현관玄關 두드려 핵심적인 맥을 궁구하였네.
다시 먹물 가둬 적삼을 물들여
다른 이를 향해 말하니 입을 막는구나.
석년증작참현객昔年曾作參玄客
편구현관궁요맥遍扣玄關窮要脈
갱란묵즙오조삼更闌墨汁汚皂衫
설향타인구문착說向他人口門窄.
어語[어삼루]
나무 사람이 봉우리에서 입을 놀리니
돌 계집이 시냇가에서 가만히 머리를 끄덕이네.
그때 이태백을 감히 비웃었는데
밤에 돌아와 낚싯배에 묵더라.
목인령상경개구木人嶺上輕開口
석녀계변암점두石女溪邊暗點頭
감소당년이태백堪笑當年李太白
야래환숙조어주夜來還宿釣漁舟.
<각주>
(주1)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3(大正藏48, 320c), “曹洞宗者, 家風細密, 言行相應, 隨機利物, 就語接人.”
(주2)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3c), “吾在雲巖先師處親印寶鏡三昧, 事窮的要, 今付于汝. 師又曰: 末法時代, 人多乾慧. 若要辨驗眞僞, 有三種渗漏: 一曰見渗漏, 機不離位, 墮在毒海; 二曰情渗漏, 滯在向背, 見處偏枯; 三曰語渗漏, 究妙失宗, 機昧終始, 濁智流轉. 於此三種, 子宜知之.”
(주3)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3(大正藏48, 319a), “師謂曹山曰: 吾在雲巖先師處, 親印寶鏡三昧, 事最的要, 今以授汝, 汝善護持, 無令斷絶. 遇眞法器, 方可傳授. 直須祕密, 不可彰露. 恐屬流布, 喪滅吾宗. 末法時代人多乾慧, 若要辨驗向上人之眞僞, 有三種渗漏, 直須具眼.”
(주4) 앞의 책, “明安云: 謂見滯在所知, 若不轉位, 卽在一色, 所言渗漏者, 只是可中未盡善, 須辨來踪, 始得相續玄機妙用.”
(주5) 앞의 책, “謂情境不圓, 滯在取捨, 前後偏枯, 鑒覺不全, 是識浪流轉, 途中邊岸事, 直須句句不離二邊, 不滯情境.”
(주6) [明]語風圓信·郭凝之編集, 『潭州潙山靈祐禪師語錄』(大正藏47, 578b), “師問仰山: 涅槃經四十卷, 多少是佛說, 多少是魔說? 仰山云: 總是魔說.”
(주7)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502b), “世與出世, 無佛, 無法, 亦不現前, 亦不曾失. 設有者, 皆是名言章句. 接引小兒施設藥病, 表顯名句.”
(주8) [宋]智昭集, 『人天眼目』 卷3(大正藏48, 319a), “明安云: 體妙失宗者, 滯在語路, 句失宗旨. 機昧終始者, 謂當機暗昧, 只在語中, 宗旨不圓. 句句中須是有語中無語, 無語中有語, 始得妙旨密圓也.”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