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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오래된 미래]
삼매와 지관의 관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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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  2018 년 2 월 [통권 제58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26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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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 연재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정은 삼매와 연관하여 이해된다. 삼매는 심일경성(心一境性)’, 마음이 대상에 (몰입하여) 하나가 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구사론(俱舍論)에서는 한 가지 소연(所緣)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매는 사마타적인 속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선정은 정려(靜慮)’라고 이해되는데, 그 이유는 선정은 잘 심려(心慮)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려란 진실로 잘 안다[實了知義]’는 뜻으로, 유부에서는 지혜를 심려의 본질로 보았다. 구사론에서 정려를 뛰어나다고 보는 이유는 그것만이 사정려(四靜慮)의 각 지분을 포섭하며 지와 관이 균등하게 작용하여 가장 잘 심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와 관을 균등하게 작용시킨다는 것은 곧 등지(等持)’로서 삼매의 동의어로 사용된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구사론의 선정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선정은 사선의 각 단계를 차례로 닦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요소를 아우르며 동시에 지()와 관()이 균등하게 작용한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이 발생한다. 지난 호 연재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 vitarka)’(, vicāra)’라는 마음의 작용이 사선정(四禪定)에서 작용하는데, 어떻게 한 가지 소연에 전념하는 삼매의 의식 상태와 조화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이다. 또한 구사론에서 지적하듯이 선정의 본질적 가치가 진실한 앎에 있다면 어떤 대상도 지향하지 않는 의식의 상태가 어떻게 앎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라는 문제도 제기된다.

 

심일경성(心一境性)이라는 집중된 의식상태는 마음을 넓은 범위로부터 특별한 하나의 인식대상으로 좁혀가는 주의기울임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 쓸모없는 자극을 피하고 의식의 내용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모든 감관에서 오는 외적 자극이나 지각작용, 인식 등 모든 관념을 제거함으로써 마음이 어떤 대상도 갖지 않고 하나의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반면 식별적 통찰이라고 일컬어지는 위빠사나 수행은 기본적으로 집착된 대상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그른 것을 제거하여 진리를 이해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진리를 기준으로 모든 측면에서 인식대상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사유하도록 훈련하고 그것을 통해 진리를 있는 그대로 알고 보게 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수행방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수행을 할 때 수행자는 마음에 생겨나는 갖가지 장애 때문에, 노력을 해서 어느 정도의 경지를 성취했다가도 다시 삼매를 잃어버리기 쉽다.

밖으로 감각 대상과 접촉하여 그 인상을 즐기고 거기에 결박되어 마음이 산만해지거나 흩어지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선정을 닦으면서 내적인 장애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순경계라고 일컬어지는 장애로, 수행자들 가운데에는 선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익이나 효과를 즐기고 집착하여 삼매를 잃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는 사선정(四禪定) 또는 사무색정(四無色定)을 닦으면서 각 단계를 성취할 때 그 성취 결과에 집착하여 발생한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구사론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등지(等持)를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 세 가지란 유심유사(有尋有伺), 무심유사(無尋有伺), 무심무사(無尋無伺)의 수행으로, 그 자세한 내용은 중아함 장수왕본기경(長壽王本記經)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경에서는 삼정(三定)’이라고 일컫는데, 유각유관정(有覺有觀定), 무각소관정(無覺少觀定), 무각무관정(無覺無觀定)이 바로 그것이다. ()과 관()은 심()과 사()의 구역으로, 두 번째 삼매인 무각소관정에서 소관(少觀)’()의 작용이 미세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장수왕본기경에 따르면, 첫 번째 정()에서 세 번째 정()에 이르기까지 순조롭게 한 단계씩 진전을 이루어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을 바로잡았다고 한다.

 

한편,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성문지(聲聞地)에서는 사마타와 비파사나의 반복적인 수습을 통해 처음으로 도가 생겨났으며, 이 도는 번뇌의 제거로 이끌며, 마침내 선정에 대치해 있는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고 실제적인 선정으로 인도한다고 한다.

 

지관쌍운(止觀雙運)’이라는 개념은 유가사지론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지와 관을 명확히 분리된 수행도로 받아들인 초기불교의 입장과 달리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할 수행법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안성두 교수에 따르면 이 새로운 이해의 근거는 관상 수행에서 즐겨 사용했던 명상대상으로서의 심적 이미지의 산출 및 소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슈미트하우젠은 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선수행의 과정에 대한 슈미트하우젠의 설명에 따르면, 선정을 행할 때 수행자의 노력은 마음이 산란되지 않도록 하는 데 경주된다. 마음이 아직 어떤 구체적 대상을 향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상에 대한 현상적 영상이 없으며(nirnimitta), 그로부터 발생하는 심적 작용도 없다(avyapara). 따라서 자의적인 개념적-반성적 활동에서 벗어나며(nirvikalpa), 노력이나 흥분됨이 없으며, 완전히 적정하며 편안하다. 마음에 떠오르는 장애요소를 즉시 알아차리고, 그것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무시함에 의해 그것을 사라지게 한다.

 

이것은 사마타 수행 방법으로, 수행자는 그것을 지속하지만 만일 억지로 그 상태를 연장하려고 한다면 그의 주의력을 차이가 있거나 대안적인 명상에 향해야 한다. 즉 처음 단계에서 취했던 부정관(不淨觀)을 행하면서 시체나 부패하는 몸을 의식으로 불러오거나 또는 다른 명상의 대상에 집중함으로써 그런 이미지들을 자의적으로 다시 산출한다.

 

이는 비파사나 수행으로, 실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단지 이미지를 따르는 것으로서, 명상의 대상은 단지 관념 속에서 직면하거나, 또는 명석·판명하게 의식 속으로 불러오지만 그 실재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관념 속에 명상 대상을 불러일으켜 시각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별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며, 오랜 기간의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야만 비로소 이미지를 눈앞에 현전시킬 수 있다. 이 이미지는 비록 상상된 것이지만 참된 지각과 구별될 수 없을 정도로 눈앞에 현전하는 것으로서 표상된다. 수행자는 관념 속에서 불러오는 이미지가 명상 대상과 완전히 동일하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것을 지우고 재산출하기를 거듭함으로써 마침내 그 이미지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다음 과정에서 수행자는 비파사나 속에서 산출한 관념상의 이미지를 버리고 다시 사마타의 상태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새로워진 사마타의 상태에서 이제까지 명상의 대상이었던 것은 취해지지도 방기되지도 않는다. 명상 대상이 사마타의 상태 속에 보존되고 있기 때문에 방기되지 않고, 수행자가 이 상태에서 그것을 현실적으로 이미지를 만들지 않고 단지 사라진 상태 속으로 놓았기 때문에 취해지지도 않는다. 명상의 대상은 사마타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잠재적으로 보관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문지에서 비파사나 단계의 특징인 분별이 인지와 검토뿐 아니라 명상 대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관념 속으로 가져오는 작용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성문지의 다른 곳에서는 사마타의 상태에서의 명상 대상은 분별에 의해 수반되지 않는 영상으로서, 이는 사마타 속에는 검사하고 검토하는 행위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검사하고 검토하는 행위의 대상이 바로 비파사나 단계에서의 명상대상으로, ‘분별을 수반한 영상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유가사지론』 「성문지에 나타난 지관쌍수의 개념은 대승 불교의 삼매개념으로 이행하는 중요한 단계이므로 앞으로 더 상세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이에 앞서 다음 연재에서는 구사론에서 제시한 삼삼매에 대한 논의를 검토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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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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