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감로수]
내 마음의 법구
페이지 정보
이해인수녀 / 2013 년 5 월 [통권 제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10,128회 / 댓글0건본문
언젠가 친지들과 같이 전남 보성군에 있는 대원사에 갔을 때 그곳의 현장 스님이 절 입구에 적어놓으신 여러 종류의 법구들을 읽다가 베껴온 글이 있다.
수행이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공부노트’에서
나는 이 글을 많은 사람들, 특히 수도자들에게 적어 주었는데 다들 기뻐하며 좋다고 하였다. 나의 글방과 침방에도 누가 붓글씨로 적어준 이 글을 걸어두고 오며 가며 기도처럼 읽어본다. ‘어떻게 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막막해지다가도 자꾸만 되풀이해 묵상하다 보면 ‘나도 노력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새 힘과 용기가 솟는다.
늘 낮아지고 손해 볼 준비가 되어있는 어리석음의 용기와 결단 없이는 결코 수행자의 길을 걸을 수 없음을 일러주는 이 지혜의 말씀을 나는 더 깊이 새겨들으리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공경하기, 다른 이의 실수를 알고도 모른 척하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도 상대가 우기면 일단은 져 주고 보기, 그리고 마침내 남의 허물까지 뒤집어 쓸 수 있는 사랑의 용기를 지니고 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고 싶다.
월간 「불광」 2011년 11월호 - 이해인 수녀의 ‘내 마음의 법구’ 중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죽은 뒤에는 소가 되리라
오늘은 친구들과 모처럼 팔공산 내원암 산행을 합니다. 동화사 북서쪽 주차장에 내리니 언덕을 밀고 대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멀리 팔공산 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팔공산 능선을 바라보면 언제나 가…
서종택 /
-
연꽃에서 태어난 사람 빠드마 삼바바
‘옴 아 훔 바즈라 구루 빠드마 싣디 훔’ ‘마하 구루(Maha Guru)’에게 바치는 만트라(Mantra, 眞言)이다.지난 호에 『바르도 퇴돌』의 출현에 대한 글이 넘쳐서 이번 달로 이어…
김규현 /
-
30여 년 만에 금빛 장엄을 마친 고심원
어느 날 큰스님께서 부르시더니, “원택아! 내가 이제 장경각에 있는 책장을 열 힘도 없어졌다. 그러니 장경각에 들어가면 책장을 열지 않고도 책을 자유롭게 뽑아 볼 수 있게 장경각을 새로 지어야겠다.…
원택스님 /
-
가을의 풍미를 더하는 연蓮 요리 3선
곱게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겁먹지 않고 당당하게 피어나는 봄꽃은 청춘을 닮았습니다. 반면 세월의 원숙함을 간직한 채 급변하는 일교차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
박성희 /
-
참선 수행의 무량한 공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설사 억천만겁 동안 나의 깊고 묘한 법문을 다 외운다 하더라도 단 하루 동안 도를 닦아 마음을 밝힘만 못하느니라.” 붓다의 참선과 아난의 글&nb…
성철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