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불교학의 성립과 전개]
동국대와 한국 불교학의 초석을 놓은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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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 2022 년 8 월 [통권 제112호] / / 작성일22-08-05 09:22 / 조회4,058회 / 댓글0건본문
근대한국의 불교학자들 20 | 김동화(1902~1980)
김동화金東華(1902~1980)는 『불교학개론』의 저자이자 해방 후 동국대 불교학의 초석을 다진 학자이다. 승려 출신으로서 혜화전문학교와 동국대 교수를 역임했고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소(현재 불교문화연구원)의 제2대와 제4대 소장을 맡는 등 후학 양성에 매진하면서 한국 불교학의 기반을 닦았다. 그는 불교학 분야의 개설서와 체계적 연구가 미비한 상황에서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 선종과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와 주제에 걸친 개론서를 저술해 불교의 전체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김동화의 수학 이력
뇌허 김동화는 1902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10대 초반인 1913년 상주의 동해사東海寺로 출가했고 다음 해에 남장사南長寺에서 사미계를 받았다. 1916년 구족계를 받고 상주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19년 상주 남명학원에서 이력과정의 사집과 교재를 배웠으며 1923년 김룡사金龍寺 지방학교에서 사교과와 대교과를 수료했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1928년 릿쇼立正 대학 전문부 종교과를 마쳤고, 1932년 릿쇼대학 문학부 종교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1936년에는 전문부 종교과의 전임강사가 되었다. 릿쇼대는 일본 일련종 종립대학으로 니치렌日蓮의 『입정안국론立正安國論』에서 교명을 따왔고 당시 저명한 화엄학자인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男 등이 강의를 하고 있었다. 김동화는 1940년 귀국했고 1941년에는 경상북도 오산불교학교(현재 능인고등학교)의 교장을 맡았다. 한편 경성의 혜화전문학교에서 강의했고 1943년에는 교수로 승진했다. 이듬해 조선불교 중앙포교사와 조선불교 교학위원이 되었다.
1947년 혜화전문이 동국대학으로 승격한 뒤에는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장과 대학원장, 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며 많은 저술을 남기고 교육에 힘쓰면서 불교학 진흥에 크나큰 역할을 했다. 1962년 동국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197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그리고 1972년 대한민국 학술원 공로상을 받으면서 종신회원이 되었다. 저술로는 『불교학개론』, 『불교교리발달사』, 『구사학개론』, 『대승불교사상』, 『유식철학』, 『선종사상사』, 『삼국시대의 불교사상』, 『불교의 호국사상』 등을 남겼고 『한국불교사상의 좌표』가 사후에 간행되었다. 또 「선종소의경에 대하여」 등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총 14권으로 된 전집이 2001년에 출간되었다.
불교학 이해의 지남서 『불교학개론』
김동화의 저작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 지식인들이 불교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데 길라잡이가 되었다. 그의 책에는 『아함경』 등 초기불교 경전부터 대승의 경론까지 폭넓게 인용되어 있어서 원전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한국전쟁 때 집필한 그의 대표작인 『불교학개론』(1954)은 불교를 꼼꼼히 공부하려는 이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수십 년 동안 몇 번이나 간행되었다.
김동화는 일본 근대 불교학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불교의 역사와 교리, 다양한 사상들이 그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론 외에는 연구서 등 참고 문헌의 내역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불교학개론』은 우이 하쿠주宇井伯壽의 『불교범론佛敎汎論』 등 일본의 개론서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비록 그가 산스크리트나 팔리어를 제대로 익히거나 원전을 대상으로 한 엄밀한 문헌 해석학적 연구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최신 성과를 활용해 불교 입문의 길을 활짝 연 것이다.
『불교학개론』의 서론에서는 불교의 의의, 전적과 연구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불교 연구의 방법에 대해서 그는 사상의 정체를 규명하고 사상의 발생과 성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이를 공간성과 시간성에 관한 문제라고 보고, 논리(철학)적 연구와 역사적 연구로 나누었
다. 이 밖에 어문학, 종교학, 미술사와 고고학 등 ‘보조학 연구’와 ‘주석적 연구’의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본론은 모두 3편으로 구성되었는데, 제1편 불보론과 교주론은 1장 역사적 불타론(응신), 2장 진리즉불타론(법신), 3장 제종의 불신설로 되어 있다. 제2편은 법보론(진리론)으로 1장 불교의 근본 교리, 2장 우주론, 3장 만유제법의 분류, 4장 연기설(현상론), 5장 실상론(실체론)이며, 제3편 승보론(해탈론)은 1장 승보의 의의, 2장 신앙론(신信), 3장 열반론(해解), 4장 수행론(행行), 5장 단혹증리론(증證), 6장 불국정토론이다.
김동화는 책의 첫머리에서 “인생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고 묻고, “참된 삶을 찾고 영생을 얻게 하는 것이 불교다. 생과 사, 일대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교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불교를 ‘부처에 의지하는 가르침’, ‘부처가 곧 가르침’, ‘부처가 되는 가르침’의 세 가지로 풀었다. 이는 불·법·승 삼보에 해당하며 다른 말로 교주론, 진리론, 해탈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각각의 성격을 종교적·철학적·윤리적이라고 보고, 이를 경장·논장·율장에 배대하기도 했다. 한편 진리를 설하는 법보론에 대해 우주론, 연기론(현상론), 실상론(실체론), 지혜론(인식론)으로 구분했는데, 불교 교리를 해설하면서 현상과 실재라는 서양철학의 개념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불교의 신·해·행·증 개념을 통해 승보에 관한 논의를 끌어낸 것은 전통 불교에 입각한 관점이다.
김동화의 불교관과 한국불교 인식
김동화는 『불교교리발달사』(1969)의 머리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변함없는 진리이지만 인연에 따라서 나타나고 숨는다. 진리는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인연에 따라 늘고 주는 등 변화와 차별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책의 서명을 ‘불교 교리 발달’이라고 한 것도 변화하지 않는 법이 아니라 법을 이해하는 시대 문화의 변천상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교 교리의 다양함을 불타 교설에 대한 ‘표현 방법의 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근대 불교학의 연구 경향을 잘 알고 있던 김동화는 경전의 역사적 성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모든 불교 경전이 ‘불설佛說’이라 하여 다 석가세존의 직설법이라 단정함은 몰역사적인 옛날 학자들의 독단에 불과한 것이다. 설령 불교인들이 아무리 그렇게 단정하고자 해도 스스로의 만족만으로 교리의 무질서와 부조리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불교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수많은 불교 전적이 단계적으로 만들어지고 시기별로 변천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동화가 보는 교리 발전사는 기존의 교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의 지속적 등장과 그 역사적 필연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원시불교(기원전 531~370년)→ 부파불교(기원전 370~100년)→ 소승불교(기원전 100년~기원후 150년)→ 대승불교(150~470년)→ 종파불교’의 도식을 내놓았는데, 특이한 것은 부파불교와 소승불교를 별도로 구분한 점이다. 다만 최근에는 원시불교 대신 초기불교, 소승보다는 부파불교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며 부파와 대승이 공존하는 시기도 인정되고 있다
김동화는 『대승불교사상』(1974)의 서문에서 학문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할 수 없으며 초월적 이상의 경지라고 해도 사람이 궁극적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방편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학문에서는 초월적 언어가 통용되지 않으며 비록 초월성을 학문의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윤리·철학’의 학문 분야를 기준으로 불교의 다양한 층위를 나누었는데, 종교적 불교는 신앙적 불교, 윤리적 불교는 실천적 불교, 철학적 불교는 조직적·사색적·명상적 불교라고 정의했다.
또한 김동화는 서양철학의 본체와 현상이라는 잣대를 통해 불교를 대상화했다. 서구 형이상학의 본체와 현상 개념은 불교의 실상, 연기 용어와 대비된다. 이러한 이해는 일본 메이지 시기 이후 불교학 연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현상을 설명하는 연기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제시한 ‘업감 연기설→ 아뢰야 연기설→ 진여 연기설→ 법계 연기설’은 지금도 사용하는 도식인데, 이는 일본 불교학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더 올라가면 그 원형을 칸트 이후 체계화된 독일 관념론에서 찾기도 한다.
김동화의 저술에는 유물론과 유심 관념론이 물체 철학과 심체 철학으로 전환되었고 절대적 보편체로서 진여나 법성이 각각 절대 관념론, 주관 관념론으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도식과 틀의 형성에는 일본 메이지 시기의 대표적 철학자 이노우에 엔료井上圓了의 역할이 컸다. 이뿐 아니라 김동화의 연기론 이해와 불교관은 같은 제목의 『불교학개론仏教学概論』(1936)을 남긴 사카이노 고요境野黄洋 등 일본 불교학계의 성과 위에서 나온 것이다.
김동화는 한국불교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밝혔는데 한국불교를 선종 위주로만 파악하는 경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불타가 성도하여 인간 해방과 정신 해탈의 종교, 철학, 사상, 윤리, 문화를 창도했다. 이러한 정신문화를 하나의 수행적 선종에 귀일시키는 것은 협의의 세계로 함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경전과 교학에 대한 철저한 이해 없이 깨달음만 강조하거나 선의 세계만으로 불교를 규정함을 거부한 것이다.
그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조계종이나 선종의 시각으로 제한하는 것에 반대했고, 선종과 교종, 염불이 구비된 종합불교, 회통불교의 성격으로 이해했다. 이처럼 그는 최남선의 주장을 이어서 원효 이래 통불교의 전통을 강조했고 그 회통의 원리를 일심一心에서 찾았다. 김동화는 『불교학개론』 등의 저술을 통해 동국대와 한국 불교학의 기반을 다졌고, 체계적인 불교 이해를 가능케 했다. 또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선과 교를 망라한 종합적 흐름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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