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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인과의 도리가 분명하니 계율로써 스승을 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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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4 년 12 월 [통권 제140호]  /     /  작성일24-12-05 13:21  /   조회40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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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인과의 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어, 무슨 결과든지 그 원인에 정비례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우주의 원칙이다.

콩 심은 데 팥 나는 법 없고, 팥 심은 데 콩 나는 법 없나니, 나의 모든 결과는 모두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를 맺는다.

 

인과의 도리는 분명하다[因果歷然]

 

가지씨를 뿌려 놓고 인삼을 캐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미친 사람일 것이다. 인삼을 캐려면 반드시 인삼씨를 심어야 한다.

불법도 그와 마찬가지로 천만사가 다 인과법을 떠나서는 없다. 세상의 허망한 영화에 끄달리지 않고 오로지 불멸의 길을 닦는 사람만이 영원에 들어갈 수 있다.

 

허망한 세상길을 밟으면서 영생을 바라는 사람은 물거품 위에 마천루를 지으려는 사람과 같으니 불쌍하기 짝이 없다.

 

사진 1. 상당법문을 하고 계신 성철 큰스님.

 

이것이 생사윤회하는 근본원칙이니, 대도를 닦아서 불멸을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행동을 이 원칙에 비추어 일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영원을 위해서 악인과惡因果는 맺지 않아야 한다.

모든 일이 다 나의 인과 아님이 없나니, 추호라도 남을 원망하게 되면 이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이같이 못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모두 내가 지어 내가 받는 것인데 누구를 원망한단 말인가? 만약 원망한다면 명경明鏡을 들여다보고 울면서, 명경 속의 사람보고는 웃지 않는다고 성내는 사람이다. 또 몸을 꾸부리고 서서, 그림자 보고 바로 서지 않았다고 욕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어리석지 않다고 할 수 있겠는가?

 

천만사가 전생이건 금생이건 다 내 인과인 줄 깊이 믿어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기가 더욱더 노력하여야 할 것이니, 이래야 인과를 믿는 수도인이라 이름할 것이다.

 

털끝만큼이라도 남을 해치면 반드시 내가 그 해를 받는다. 만약 금생이 아니면 내생, 언제든지 받고야 만다. 그러므로 나를 위하여 남을 해침은 곧 나를 해침이고, 남을 위하여 나를 해침은 참으로 나를 살리는 길이다.

 

부처님께서 전생에 누더기를 깁다가 모르고 바늘로 누더기 속에 든 이 한 마리를 찔러 죽였다. 이 인과로 성불하여서도 등창이 나서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그러므로 부처님도 정업定業은 면하기 어려우니, 자기가 지은 죄업은 꼭 재앙을 받고 만다.

 

사진 2. 성철 큰스님의 법문을 듣기 위해 해인사 보경당을 가득 메운 대중들.

 

인과의 법칙은 털끝만치도 어김이 없다. 그러나 출가한 불자로서 수도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 해태굴懈怠窟에 빠져서 시주물만 헛되이 소비하는 무리는 하루에 천 명을 때려죽여도 인과가 없다 하였으니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오직 부지런히 정진할 것이다. 비극 가운데서도 비극은 스님이 가사 입은 몸으로서 공부를 부지런히 하지 않고 게으름만 부리다가, 죽어서 악도惡途에 빠져 사람 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불자로서 사람 몸을 잃지 않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걱정하고 걱정할 일이다.

 

계율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以戒爲師]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최후로 부촉하셨다.

 

“내가 설사 없더라도 계戒를 스승으로 삼아 잘 지키면 내가 살아 있는 것과 같으니, 부디부디 슬퍼하지 말고 오직 계로써 스승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하라. 너희가 계를 지키지 못하면 내가 천년만년 살아 있더라도 소용이 없느니라.”

 

지당한 말씀이다. 계는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그릇이 깨어지면 물을 담을 수 없고, 그릇이 더러우면 물이 깨끗지 못하다. 흙그릇에 물을 담으면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흙물이 되고 말며, 똥그릇에 물을 담으면 똥물이 되고 만다. 그러니 계를 잘 지키지 못하면 문둥이 같은 더러운 사람의 몸도 얻지 못하고 악도에 떨어지고 만다.

 

사진 3. 해인사 백련암 설경. 사진: 현봉 박우현.

 

그러니 어찌 계를 파하고 깨끗한 법신을 바라리오. 차라리 생명을 버릴지언정 계를 파하지 않으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장율사慈藏律師는 신라 귀족의 아들로서 사람됨이 하도 훌륭하여, 국왕이 속인으로 환속케 하여 대신으로 삼으려고 자주 사신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리 간청하여도 오지 않으니 왕이 크게 노하여 사신에게 칼을 주며 “목을 베어 오라.”고 하였다. 사신이 가서 전후사를 자장스님께 알리니, 스님은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차라리 하루 동안이라도 계를 지키다 죽을지언정, 계를 파하고서 백년 동안 살기를 원치 않노라.”

사신이 이 말을 듣고 차마 죽일 수 없어 왕에게 돌아가 사실대로 아뢰니, 왕도 노기를 거두고 더욱 스님을 존경하였다.

고인古人이 말씀하였다.

“알고서 죄를 지으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나니라.”

수도인은 더욱 명심하고 명심할 것이다. 

 

- 성철스님 법문집 『자기를 바로봅시다』(장경각, 201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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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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