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감로수]
내 마음의 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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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 / 2013 년 5 월 [통권 제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9,993회 / 댓글0건본문
언젠가 친지들과 같이 전남 보성군에 있는 대원사에 갔을 때 그곳의 현장 스님이 절 입구에 적어놓으신 여러 종류의 법구들을 읽다가 베껴온 글이 있다.
수행이란 안으로는 가난을 배우고
밖으로는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다.
어려움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용맹 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공부 가운데 가장 큰 공부는
남의 허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공부노트’에서
나는 이 글을 많은 사람들, 특히 수도자들에게 적어 주었는데 다들 기뻐하며 좋다고 하였다. 나의 글방과 침방에도 누가 붓글씨로 적어준 이 글을 걸어두고 오며 가며 기도처럼 읽어본다. ‘어떻게 이 말씀대로 살 수 있을까’ 막막해지다가도 자꾸만 되풀이해 묵상하다 보면 ‘나도 노력하면 이렇게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새 힘과 용기가 솟는다.
늘 낮아지고 손해 볼 준비가 되어있는 어리석음의 용기와 결단 없이는 결코 수행자의 길을 걸을 수 없음을 일러주는 이 지혜의 말씀을 나는 더 깊이 새겨들으리라.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공경하기, 다른 이의 실수를 알고도 모른 척하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도 상대가 우기면 일단은 져 주고 보기, 그리고 마침내 남의 허물까지 뒤집어 쓸 수 있는 사랑의 용기를 지니고 사는 행복한 수행자가 되고 싶다.
월간 「불광」 2011년 11월호 - 이해인 수녀의 ‘내 마음의 법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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