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생각나는 선승, 휴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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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8 년 9 월 [통권 제65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329회 / 댓글0건본문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생각하기 힘든 일이 벌어져 소납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전국선원수좌회장 이름이 ‘유력 후보 반대자 단체들 명단’에 올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국선원수좌회가 어떤 곳입니까? 1950년대 정화불사로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이 1962년 출범한 이래 50여 년이 넘도록 조계종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 왔던 조직입니다. 묵묵히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이 한마음이 되어 산중의 어른 스님들을 모시고 오늘의 조계종을 굳건히 다져왔습니다. 그런데 ‘산중 수좌 스님들이 의연하고 결연한 의지로 종단위기를 수습해왔던 청정가풍이 근년에 옅어 지는듯하더니,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런 모 습까지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수좌회의 어색한 모습만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최근 어느 스님이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41일간 단식했었습니다. 선원수좌회가 독자적이 아닌 또 그 단체에 동참하는 모습이 재연되어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보며 수좌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나 불리한 이야기가 있으면 격려와 경책을 휘둘렀던 은해사 기기암의 휴암 스님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듣기 좋거나 싫거나를 생각지 않고 수좌들의 갈 길에 대해 감연히 소리 질렀던 휴암 스님이 지금 너무 그립습니다. 휴암 스님이 떠난 지 20여 년, 수좌 스님들의 ‘고함소리’가 많이 움츠려들어 버렸습니다. 수좌 스님들의 수행의 힘이 세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법상法床에서 해인사 대중들에게 “종단에 분쟁이 생기거든 옳은 편도 들지 말라.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라고.”고 당부하셨습니다. 그러나 혼란한 종단현실 앞에서, 편들고 싶은 옳은 편이 없다는 점이 종도들을 더욱 상심케 하고 있습니다. 휴암 스님이 지금 계셨더라면 선원수좌회가 이처럼 무기력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단에 분쟁이 생기면 대중의 뜻을 모아 항상 중심에 서서 해결해 온 조직이 선원수좌회가 아니었습니까? 언제부터 팔 흔들고 있는 사람 옆에 서서, 같이 팔흔드는 그런 조직으로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좌회는 수좌회의 전통을 이어, 수좌회가 결정한 것을 종단정책으로 실천해 나가는 능력과 책임을 회복했으면 합니다. 전통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수좌회 회장 스님 이하 모든 수좌 스님들이 옛날 선배들의 기백을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원수좌회가 진면목을 찾아 종도들에게 희망을 보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1980년 신군부가 저지른 10.27 법난은 종단을 유린한,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스님들이 강제로 연행되어 말하기 힘든 고통을 당했습니다. 종단을 추스르기 위해 정화중흥회의가 그 해 11월5일 출범, 제6대 종회가 개원하기 하루 전인 1981년 1월18일까지 활동했습니다. 정화중흥회의에는 수좌 스님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종단 역사상 전무한 일로, 대부분은 봉암사에서 정진하던 스님들이었습니다. 상임위원장 탄성 스님을 비롯해 총무부장 고우 스님, 재무부장 휴암 스님, 사서실장 활성 · 지환 스님, 중흥위원 적명 · 무여 스님 등이 집행부에 들어가 활동했습니다. 중흥회의의 핵심이 봉암사 선승들로 구성된 것입니다. 그 후 책무를 종회에 넘기고 다시 선방으로 돌아간 그 스님들은 종단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정진에 매진해 대선사로 많은 신도와 사회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작금의 혼란한 종단상황과 권위가 약화된 선원수좌회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 올렸습니다. 수좌 스님들이 널리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원수좌회가 더욱 굳건해져 종단의 중심이 되기를 마음 속으로 항상 기원하고 있습니다. 8월23일은 휴암 스님의 2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산중 수좌 스님들을 외호했던 휴암 스님을 진심으로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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