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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는 불상의 미학]
미륵신앙과 과거불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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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  2024 년 1 월 [통권 제129호]  /     /  작성일24-01-05 11:00  /   조회2,71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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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 동아시아학과 한국학 교수

 

지난 호는 불교의 연기사상에 의해서 미륵오존불도상이 하나의 불감 안에 자리할 수 있는 시간성과 미륵상생신앙의 도솔천과 하생신앙의 예토염부제의 공간이 하나의 오브제(objet)에 함께 공존하는 장소성 의미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불교의 연기이론 중에서 과거불사상을 다루려고 한다. 선진연구를 보면, 이러한 연기이론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과거세에 보살 수행의 인연을 인식하며 성불했다는 연기성불설을 확립하고 있다. 초기경전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고 삼명(세 가지 지혜)를 얻고 정각에 이른다. 첫 번째는 지혜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는 숙명지명, 두 번째는 중생의 생사를 볼 수 있는 천안지명, 세 번째는 번뇌의 소멸을 이루는 누진지명을 성취하고 성불하였다. 이러한 연기성불설은 곧바로 과거불사상과 연관된다.

 

미륵상생보살과 과거칠불도상

 

윈강 35굴 입구 동쪽 미륵불감(사진 1)을 보자. 미륵불감의 교각본존불은 미륵상생보살 도상이다. 수인은 양손이 모두 훼손되어 확실치 않으나 시무외인과 여원인으로 짐작된다. 불감의 천개는 일곱 부분으로 나눠 각각 선정불이 자리하고 과거칠불이 3차원적 공간감으로 부조되었다. 불감 하단의 명문을 보면, 연창 4년(515) 죽은 동생 안봉한을 위해 미륵과 칠불 그리고 협시보살 입상을 조상한다고 하였다.

 

사진 1. 윈강 35굴 입구 동쪽 미륵불감.

 

미륵보살의 복식을 보자. 천의는 등과 어깨를 지나 복부에서 X자형으로 교차하고 북위양식이다. 천의 옷주름은 선각되어 제비 꼬리 모양의 끝부분이 대좌 위에 놓여 있다. 미륵보살의 양발을 받치고 있는 반신상은 뇌도발제 대신(『고경』 제126호 사진 7 참조)이다. 이와같이 미륵상생보살 도상과 과거칠불이 함께 표현된 불감은 윈강 11굴 서벽 미륵불감, 윈강 13굴 동벽 미륵불감, 윈강 17굴 명창 동쪽 미륵불감, 윈강 19a굴 입구 미륵불감 등에서 볼 수 있다.

 

윈강 5굴 서벽의 미륵불감(사진 2)을 보자. 불감의 본존불은 육계가 있으며 시무외인을 하고 사자좌에 앉아 있다. 교각상의 종아리 높이 좌우로 웅크린 사자가 미륵을 향하고, 불감의 동서 벽면에 작은 협시상이 서 있다. 

 

사진 2. 윈강 5굴 서벽 미륵불감.

 

본존불 복식은 승가리 대신 보살의 특징인 천의를 입고 있다. 천의는 어깨와 위팔을 지나 복부에서 X자형으로 교차되는 북위양식이다, 뤄양洛陽의 룽먼석굴龍門石窟 고양동 미륵불감에서 북위양식 복식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다. 천의의 겹친 주름은 좌우 팔꿈치 위에서 바람에 날리는 듯하며 이러한 생동감은 미륵도상의 동적인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미륵불감 천개에는 일곱 분의 선정불이 앉아 있는 과거칠불도상이 표현되었다. 그렇다면 윈강 5굴 미륵불감 천개의 칠불은 보살의 복식인 천의를 입고 있는 미륵도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미륵하생성불경』을 보자. 마가다국Magadha 파사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사리불과 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은 과거의 부처님들이 항상 악마의 항복을 받던 장소이다.(주1)

석가모니는 사리불에게 미래세에 하생하는 미륵과 예토 염부제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또한 미륵은 하생하여 성불한 후 용화삼회 설법으로 중생을 해탈하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사리불과 그곳에 모인 수많은 천자天子와 무수한 범왕梵王, 팔부대중들이 석가모니께 합장 공경하며, 미래세의 예토는 어떠한 곳이고 어떤 공덕을 쌓아야 미륵을 친견할 수 있는지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말씀하셨다.

 

사진 3. 계유명 삼존천불비상(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과거에 일곱 부처님께서 계시던 곳에서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그 인연으로 (너희들의) 업장이 깨끗하게 소멸될 것이다[若於過去七佛所 得聞佛名 禮拜供養 以是因緣 淨除業障]. (그 후 너희들이) 미륵의 대자비 법문을 들으면 청정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너희들은 이제 마땅히 한마음으로 합장하여 미래의 대자비한 미륵에게 귀의해야 할 것이니라.”(주2)

 

또한 석제환인과 욕계의 모든 천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는다.

 

“우리들에게 과거의 부처님을 보여 주시고, (미륵이 석가모니의) 가사를 입고 (당신이) 남긴 법을 듣게 하소서. (우리가) 전생의 탁악겁에 지은 못된 악업을 참회하고 청정함을 얻게 하소서.”(주3)

 

중생의 악업은 과거불에게 예배하는 연기설을 인지해야 깨끗이 소멸된다. 그 후에 미륵이 하생하면 그의 설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과거칠불은 과거 장엄겁莊嚴劫에 나타난 비바시불, 시기불, 비사부불의 세 분 부처님, 현재 현겁賢劫(부처님이 출현한 시대)에 출현한 구류손불, 구나함모니불, 가섭불, 석가모니불의 일곱 부처님을 지칭한다. 불교에서 우주의 시간을 3대겁으로 나누고, 과거를 장엄겁, 현재를 현겁, 미래를 성수겁이라고 한다.

 

사진 4. 유보생 석조불상.

 

겁은 산스크리트어로 칼파(kalpa)이다. 사람의 수명이 84,000세일 때 백 년마다 한 살씩 줄어든다. 사람의 수명이 10세가 되었을 때 다시 백 년마다 한 살씩 늘어 84,000세가 되는 동안이 1소겁이다. 20소겁이 1중겁이고, 4중겁이 1대겁이다. 위의 3삼대겁은 각각 1천 명의 부처님이 탄생한다. 장엄겁의 세 분 부처님은 천불 중 마지막 세 분이고, 현겁의 네 분 부처님은 천불 중 처음 네 분이다. 이러한 우주관에서 미래 성수겁에도 천불이 탄생한다.

 

한국의 천불도상은 백제시대의 계유명 삼존천불비상(사진 3)과 고구려의 연가칠년명 금동입상, 그리고 수많은 탱화와 조상에서 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석존의 정각이 과거불사상과 연관되는 연기성불설은 이미 기원전 2세기 바르후트Bhārhut 불탑에서 발견되고, 1세기 무렵 산치Sanchi 불탑(제1탑)에서 세 개의 불탑과 네 그루의 성수로 표현하고 있다.

 

미륵하생불과 연기緣起

 

유보생 석조불상(사진 4)을 살펴보자. 베를린 동아시아박물관 소장이며 높이가 104cm이다. 경명연간(500〜503)에 조상되었다. 미륵불은 곱슬머리 육계와 통견가사를 입고 사자좌에 앉아 있다. 

이와 같은 육계는 황흥 5년명 교각불상(『고경』 제126호 사진 6 참조)과 윈강 16굴 본존불(사진 5)의 두상양식과 매우 유사하다. 미륵하생불 수인은 양손이 가슴 위에 포개져 있는 설법인이며, 과장된 다섯 손가락 모두 가지런히 펴서 위를 향하고 있다. 

 

사진 5. 윈강 16굴 본존불 두상(부분).

 

통견복식의 주름선이 비현실적으로 부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좌우협시상의 옷주름도 같은 양식이다. 특히 본존불 광배의 일곱 분의 선정불과 커다란 꽃 문양은 과거칠불사상과 연관된 비석상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칠불도상이 미륵하생불의 광배에 자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윈강 11굴 명창 미륵불감(사진 6)을 보자. 석가모니불감 상층에 미륵불감이 있는 2층 구조이며 불감 하단에 명문이 있다. 미륵불감의 본존불은 높은 보관을 쓰고 시무외인을 하고 있다. 천의복식은 복부에서 X자형으로 교차하는 북위양식이다. 석가모니불감의 본존불은 시무외인을 하고 통견복식는 북위양식이다. 불감의 동서 벽에 협시상이 서 있다. 석가모니불감의 천개는 일곱 분의 선정불이 표현된 과거칠불도상이다. 불감 하단의 명문 좌우로 4명의 시주자들이 합장하고 있다.

 

사진 6. 윈강 11굴 명창 미륵불감의칠불(박스안).

 

명문을 보면, 태화 19년(495) 주씨 부인이 남편과 자식을 위해 조상하였다. 비구 혜공이 주관하였으며 주씨 부인의 죽은 남편은 상산태수 전문호이고, 죽은 아들 사수, 딸 아각을 위해 조상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아들이 정토에 왕생하고 불자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또한 미륵이 하생할 때 이들이 용화삼회에 참석하기를 기원하였다.

 

이와 같이 5세기 말 북위 불교에서 표현된 과거칠불사상과 미륵하생신앙은 위의 주씨 부인이 석가모니와 미륵 그리고 과거칠불을 조상하는 인연으로 미륵이 하생하면 죽은 가족들이 용화삼회에 참석할 수 있는 공덕이 되는 연기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각주> 

(주1) T456/428/b23-24, “過去諸佛常降魔處.”

(주2) T456/429/a8-10.

(주3) T456/433/b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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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Prof. Heyryun Koh.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학교박물관에서 발굴한 도자기 등 유물을 분류하고 사진작업을 하다가 독일유학을 갔다. 독일에서 장학금을 받고 석사논문 자료수집을 하며 항주대학(현 절강대학) 대학원과정을 수료하였다. 함부르크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학위를 받고,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예술사학과 중국학 복수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 후 뮌헨대학(LMU) 중국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7년 한국에 귀국하였다. 2017년 5월 하이델베르크대학 연구년으로 나가기 전까지 부산대와 단국대학교에 재직하였다. 현재 뷔르츠부르크대학 동아시아학과 한국학 교수(국제교류재단 파견교수)로 재직 중이다.
herion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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