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불교에서 유래한 고려시대 대표과자 유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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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4 년 5 월 [통권 제133호] / / 작성일24-05-04 22:29 / 조회1,864회 / 댓글0건본문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벚꽃의 향연은 막을 내리고 연둣빛이 선연히 짙어가는 5월입니다. 마치 차례로 줄을 서서 4월이 밀어 올린 기운을 받아 5월은 더욱 찬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장미꽃의 붉은 향기는 5월을 가득 채워 줄 것이고, 보랏빛 등나무꽃 아래에서 5월을 노래하게 되겠지요. 모란은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다가 금새 질 터이고, 얇은 꽃잎이 후두둑 떨어지면 눈물 나게 아쉬워지겠지요. 계절은 이렇게 끌어 올려 주고, 힘차게 밀어 주고, 서로를 보완해 주는 질서와 법칙이 있는가 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이토록 아름다운 날에 아기부처님은 이 땅에 오셨고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연등을 켜며 도량을 장엄합니다. 꽃비 나리는 룸비니 동산을 연상케 하는 계절이기에 불자들은 환희심으로 가득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지금도 연등축제를 열어 등을 밝히고 어울림 마당을 펼칩니다.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하여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갖가지 행사를 준비합니다.
연등회와 팔관회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어서 고려시대에 가장 번창하였습니다. 연등회와 팔관회는 국가 차원에서 거행한 불교의례 행사였던 것이지요. 특히 연등회는 정월 대보름에 불을 켜고 부처님께 복을 비는 불교의 큰 행사였습니다. 의종의 양자였던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에 점등하였다는 것이 사월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기독교만의 명절이 아니라 온 세계인의 명절이 되어 가는 것과 같이 고려시대에 봉행했던 연등회는 만인의 축제였고 부처님의 탄생과 함께 만 생명을 축복하는 날이었던 것입니다. 공민왕은 직접 초파일 연등행사를 열었고, 이후 서민층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거슬러 내려와 연등회는 국민 모두의 행사가 되었고, 2012년 4월 6일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그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추억
불교에서 연등은 자신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여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고, 대자대비한 부처에게 귀의하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연둣빛 물결 속에 오색 연등이 걸려 있는 거리의 풍경은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축제의 서막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불심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이와 같은 풍경은 저에게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알록달록한 오색의 연등이 오색의 풍선만큼이나 설레게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절기상으로 양력 5월은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시기로 농촌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모내기를 준비해야 하고 황금 들녘의 보리를 베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에 이 시기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늘 부모님이 그리웠던 시기였습니다. 할머니와 부모님은 평상시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잠이 들 땐 부모님이 곁에서 토닥토닥 잠을 재워 주셨지만 잠에서 깨고 나면 항상 곁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잠에서 깨고 나면 억울한 생각마저 들어서 엉엉 울기 일쑤였습니다. 잠들기 전에 엄마, 아빠를 더 만지고 더 안아 볼 걸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잠에서 깨고 나면 늘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린 시절 저에게 부모님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늘 그리워하며 지내다가 부처님 오신 날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습니다. 불심이 돈독하셨던 할머니와 어머니는 새벽부터 목욕재계하시고 절에 가실 채비를 하셨고, 그날 하루는 밤늦게까지 목포 유달산 달성사에 머무시면서 지극정성으로 연등을 밝히셨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온종일 함께할 수 있던 유일한 날이었으니 부처님 오신 날은 일 년 중에 가장 행복했던 날로 기억됩니다. 설날보다 부처님 오신 날의 추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고 설레는 이유입니다. 아마도 할머니와 어머니의 지극한 기도가 씨앗이 되어 지금 저의 불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불심이 된 효심
시시때때로 불교를 유산으로 남겨 주신 할머니와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항상 선한 마음으로 기도하시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에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종교가 저의 종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가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매사에 정성을 들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다짐하게 됩니다.
작년 시월에는 불교의례 음식에 관한 기획전시를 맡게 되어 부처님을 향한 ‘불심’과 어머니를 향한 ‘효심’을 담아 전시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불교의례 중의 하나인 수륙재를 바탕으로 감로탱화를 참고하여 전시를 준비했고,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일상음식이 아니라 의례에 사용되었던 음식을 바탕으로 재현한 전시였습니다.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의 세시음식과 의례음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화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공민왕이 직접 연등을 만들어 불을 밝혔고, 궁중에서 서민층에까지 호기풍속呼旗風俗이 전파되었듯이 불교 음식문화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년에는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하여 신세계푸드와 함께 ‘육바라밀연꽃단팥빵’을 출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단순히 빵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오신날에 대중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의미를 두었고,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하나의 매개체를 만들어 친근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바람처럼 연등회가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려시대 인기과자, 고려병高麗餠
불교의례 음식으로 사용되는 유밀과는 고려시대의 대표 과자입니다. 유밀과는 차와 함께 먹는 다식의 역할을 했고 고려시대 인기 과자였습니다. 고려의 유밀과는 원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고려병高麗餠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세시풍속이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문화만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처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달콤한 유밀과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생각입니다.
농가월령가 4월령에 등장하는 느티떡과 콩찌니를 비롯하여 유밀과를 나누는 문화는 궁중을 비롯하여 전 백성이 함께 즐겼던 민속문화였습니다. 고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해 나가는 데 음식문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오신날의 풍습을 함께 하고, 이어 나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바르게 알고, 새롭게 이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월은 감사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이 모두 들어 있는 달입니다. 불가의 내림음식 유밀과를 만들어서 여러분의 귀한 인연들에게 마음을 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절에서는 느팃잎을 따서 느티떡을 만들고 콩찌니를 만들어서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약게팅(약과+티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유명해진 유밀과를 만들어 공양도 올리고 선물도 해 보면 어떨까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약과와 주악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밀과는 조과造菓이다
유밀과는 밀가루를 주재료로 해서 꿀과 기름으로 반죽해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 후에 즙청을 한 대표적인 한과입니다. 종류로는 약과, 모약과, 다식과, 연약과, 만두과, 박계, 매작과, 타래과 등이 있습니다. 유밀과는 진짜 과일이 아니고 가짜로 만든 것이어서 조과造菓라고도 부릅니다. 유밀과는 과실을 모방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유밀과를 조과류로 통칭하였습니다.
유밀과를 꽃으로 장식하여 차린 유밀과상油蜜果床은 고려시대의 연회에서 이어져 내려온 상차림입니다. 유밀과는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불교가 융성하면서 차에 곁들이는 다식이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연등회나 팔관회 같은 국가적인 큰 행사에서부터 사사로운 연회나 제향에 이르기까지 유밀과를 많이 쓰게 되면서 사치와 낭비가 심해지자 여러 차례 유밀과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유밀과는 밀가루, 기름, 꿀을 섞은 반죽을 기름에 지졌다가 집청(꿀에 담금)한 과자를 총칭하는 것으로 ‘과줄’이라고도 합니다. 약과는 유밀과의 한 종류입니다.
조선시대 여성생활백과인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서는 유밀과를 약과라고 칭하는 이유에 대해 “밀은 사시정기四時精氣요, 꿀은 온갖 약의 으뜸이요, 기름은 벌레를 죽이고 해독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음식은 그만큼 귀한 음식이었다는 의미입니다.
약과(다식과) 만들기
재료
밀가루 4컵, 소금 1작은술, 후추, 참기름 5큰술, 꿀 5큰술, 생강즙 3큰술, 청주 3큰술, 잣, 즙청 시럽(설탕 2컵, 물 2컵, 꿀 3큰술, 계핏가루).
만드는 법
1. 소금의 입자를 아주 곱게 만들어 준비하세요.
2. 밀가루에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손으로 잘 비빈 다음 체에 곱게 내려 주세요.(2번 정도 체에 내린다.)
3. 생강에 물을 조금 넣고 믹서에 갈아서 생강즙을 만들어 둡니다.
4. 설탕과 물을 1:1로 냄비에 붓고 중간 불로 젓지 않고 끓입니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하고 시럽의 양이 반으로 줄도록 조립니다. 줄어든 시럽에 꿀과 계피가루를 넣고 식힙니다.
5. 기름을 먹인 밀가루에 고루 섞은 꿀, 생강즙, 청주를 넣어 덩어리가 되도록 눌러서 반죽합니다.
6. 약과틀에 기름을 바르거나 랩을 깔고 반죽을 올려서 모양을 찍어내 줍니다. 꼬치로 구멍을 몇 개 내 주어 튀길 때 골고루 익을 수 있게 해 주세요.
7. 약과틀로 찍어 낸 반죽은 150도의 온도에 넣고 갈색이 날 때까지 뒤집으면서 튀겨 냅니다.
8. 약과가 뜨거울 때 바로 즙청시럽에 넣어 완성합니다.
9. 비늘잣이나 잣가루로 장식을 합니다.
TIP.
- 소금의 입자가 굵으면 간이 골고루 스미지 않습니다.
- 약과 반죽은 심하게 치대지 않습니다.
- 처음부터 높은 온도에서 튀기면 속은 익지 않고 겉은 탑니다.
- 130도~150도 사이에서 서서히 튀겨 냅니다.
개성주악 만들기
개성주악은 조선의 찹쌀 도너츠라고 불립니다. 지지는 떡에 속하는 음식이고 우메기라고 불립니다. 황해도 개성지방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만들어 먹었던 음식입니다. 약과와 더불어 불교의례 음식으로 고임상에 자주 등장합니다. 만들어서 선물하기에 좋은 전통음식입니다.
재료
습식 찹쌀가루 240g, 밀가루 60g, 설탕 40g, 생막걸리 30g, 끓는 물, 식용유, 즙청액(쌀조청 300g, 생강 7g, 물 80g), 장식(건대추, 호박씨, 잣 등).
만드는 법
1. 방앗간에서 소금간을 한 습식 찹쌀가루를 구입합니다.
2. 습식 찹쌀가루와 밀가루, 설탕을 합해서 체로 곱게 내려 주세요.
3. 체에 내린 가루에 생막걸리를 넣고 섞어 주세요.
4. 나머지 반죽은 끓는 물을 아주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해 줍니다.
5. 반죽의 농도는 송편 반죽 정도로 맞추어 줍니다.
6. 반죽이 완성되었으면 25g씩 떼어 동그랗게 빚어 줍니다.
7. 나무젓가락이나 마지펜을 이용하여 가운데 구멍을 뚫어 주세요.
8. 기름 온도를 120도로 유지하고 주악이 떠오르면 온도를 높여 150도에 맞춰서 노릇하게 튀겨 주세요.
9. 주악이 알맞게 튀겨지면 꺼내서 바로 즙청액에 넣어 주세요.
10. 즙청액에 2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꺼내서 채반에 올립니다.
11. 취향에 따라 장식을 올려서 주악에 멋을 더합니다.
TIP.
-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쌀가루일 경우에는 100g당 곱게 간 소금 1.2g을 넣으면 됩니다.
- 반드시 생막걸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 찹쌀가루를 익반죽할 때는 물을 아주 조금씩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어야 합니다.
- 물, 조청, 생강을 넣고 처음에는 센 불로 끓여 주고 조청이 다 녹으면 약불로 조절해서 생강이 조려지도록 5분 정도 유지하여 즙청액을 만듭니다.
- 즙청액은 반죽하기 전에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즙청 후에 바로 냉동을 하면 해동 후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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