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의 세계]
부처님 가르침 수호 네 가지 유형 현존
페이지 정보
이은희 / 2021 년 7 월 [통권 제99호] / / 작성일21-07-05 10:06 / 조회6,844회 / 댓글0건본문
불화의 세계 19 | 신중神衆 탱화
신중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기 위해 귀의한 선신善神들이다. 우리나라 신중신앙은 신라시대에 수용됐고 고려시대에는 국난 극복을 위한 호국적 성격이 강조되어 국가 차원에서 각종 신중도량이 개설되며 크게 유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려불화 ‘마리지천도摩利支天圖’(사진 1)다. 마리지천摩利支天은 조선시대 104위 신중의 중단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신중탱화의 유형은 조선시대 후기인 17세기 이후에 정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본존이 모셔진 상단上壇을 참배하고 다음은 호법선신이 함께 모셔져 있는 신중단에 예를 갖춘다. 신중단은 대부분의 경우 법당 중앙 좌우측左右側 면에 봉안된다.
사진 1. 고려 마리지천도(견본채색). 일본 성택원 소장.
우리나라 신중탱화는 화엄신중신앙華嚴神衆信仰에 바탕을 둔 것으로 39위가 그 원형原形을 이룬다. 석존이 깨달음을 이루고 삼칠일[21일]에 걸쳐 『 화엄경』을 설하실 때 먼저 찬탄하고 귀의하며 운집한 대중 가운데 39위의 신중님이 이들이다. 명위名位는 다음과 같다. 금강신金剛神, 신중신身衆神, 족행신足行神, 도량신道場神, 주성신主城神, 주지신主地神, 주산신主山神, 주림신主林神, 주약신主藥神, 주가신主稼神, 주하신主河神, 주해신主海神, 주수신主水神, 주화신主火神, 주풍신主風神, 주공신主空神, 주방신主方神, 주야신主夜神, 주주신主晝神, 아수라왕阿修羅王, 가루라왕迦樓羅王, 긴나라왕緊那羅王, 마후라가왕摩喉羅伽王, 야차왕夜叉王, 용왕龍王, 구반다왕鳩槃茶王, 건달바왕乾闥婆王, 월천자月天子, 일천자日天子, 제석천왕帝釋天王, 야마천왕夜摩天王, 도솔천兜率天, 화락천化樂天,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 대범천왕大梵天王, 무량광천無量光天, 변정천遍淨天, 광과천廣果天,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 등이다. 이들 신중은 화엄법회에 동참해 불법에 귀의함은 물론 불법의 호지護持를 서원했기에 명호名號가 ‘화엄신장華嚴神將’, ‘화엄성중華嚴聖衆’, ‘호법선신護法善神’, ‘옹호성중擁護聖衆’으로 불리게 되고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하게 된다.
사진 2. 선암사 대법당 제석탱.
그러다 차츰 104위 신중으로 확대 도설圖說되고 다시 개개의 신중들이 지니는 본래의 신앙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104위 신중탱화는 다시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된다. 104위 신중은 화엄신중의 토대 위에 불교가 토착화되어 가는 과정에, 민간신앙과 결합되면서 39위 성중이 포함해 확대·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신중탱화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1753년에 조성된 선암사 대법당 ‘제석탱’(사진 2)과 같이 제석천, 대범천을 중심으로 한 탱화이다. 제석은 도리천의 선견성에 주하며 여러 신중 및 사천왕을 권속으로 거느리고 불법을 수호하고 부처님으로부터 법장호지法藏護持의 부촉을 받은 으뜸 신중의 한 분이다. 제석탱화라고도 하는 이 불화는 권속을 제석의 주위에 배치하는데, 그 형상은 보살형 혹은 왕의 모습으로 표현되며 무장武裝을 한 신장도 포함된다.
둘째. 제석천과 대범천 위태천신[童眞菩薩]을 중심으로 한 신중탱화이다. 이 탱화는 3위의 중심 신중을 주축으로 권속들이 배치된다. 이 탱화는 구도적으로 이중 구조를 이룬다. 제석과 대범천을 중심으로 한 천신을 위쪽에, 위태천신을 중심으로 한 금강신장을 아래쪽에 배열한다. 대범천은 일반적으로 범천, 범천왕, 대범천왕으로 불린다. 신중탱화에서 범천은 제석천의 도상과 같은 보살형으로 표현되나, 이마에 눈이 세 개인 삼목三目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제석천과 다르다. 도상상의 이런 특징은 고려불화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켜져 내려 왔다.
사진 3. 송광사 대지전 신중탱.
셋째. <그림 3>에서와 같이 위태천신을 중심으로 한 신중탱화이다. 이 경우는 두 번째 유형과 존상의 숫자에서 차이가 있지만 존상의 배치원리는 다르지 않다. 위태천신韋駄天神은 4부四部의 근심을 덜어주고 3주三洲를 옹호하며, 위타장군韋陀將軍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는 ‘동진 보살’이라고도 한다. 이 탱화는 위태천신을 중심으로 좌우상하에 팔부신장八部神將과 십이지신장十二支神將 등 신장만을 묘사하는 까닭에 신장탱화神將幀畵라고도 한다.
넷째. <사진 4>의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탱화와 같이 대예적금강신大穢跡金剛神을 주축으로 한 탱화이다. ‘104위 신중탱’은 ‘124위 신중탱’으로도 소개되는데, 이는 신중의 권속까지 포함해 말한 것으로 104위 신중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하겠다. 지혜의 불길이 호위하는 대예적금강은 일체의 악을 제거한다. 전체 화폭의 3분의 1을 이 금강신이 차지하고 좌측에 제석천, 우측에 대범천, 아래에 위태천신을 배치하며 주위에 성군星君․명왕明王․천녀天女 등이 묘사된다.
신중은 중단中壇 신앙으로 다양한 유형의 신중탱화가 조성되었다. 구체적인 존상의 의미와 권능을 조선후기에 조성된 송광사松廣寺 대지전大智殿(사진 3)의 신중탱화를 통해 살펴보자.
사진 4.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
네 가지 유형 가운데 세 번째에 속하는 대지전의 신중탱화는 상부에 대범천왕과 제석천왕이 나란히 합장하고 있다. 대범천왕은 ‘범천권청梵天勸請’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우주의 생성을 주관하며 제석천왕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대표적인 천부의 주존이다. 제석천왕은 강한 힘의 신들 가운데 제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석존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범천과 함께 설법을 요청했다. 제석천왕은 수미산 정상의 도리천忉利天을 주관한다.
바수루나 천자波數婁那天子를 좌左 보처로, 이사나 천자伊舍那天子를 우右 보처로 하며 부처님의 감화를 입어 불교에 귀의한 뒤 정법을 수호하고 부처님과 그 제자를 옹호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도리천은 불교 28천 중 욕계欲界 6천의 제2천에 해당된다. 지상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고 하늘 세계에서는 아래에서 두 번째 되는 곳이다. 중앙의 선견성과 주변의 32성을 합친 33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천상계를 33천이라 한다.
마장을 물리치는 제석천왕은 중앙의 선견천善見天에 머문다. 대범천왕 옆에는 번뇌의 열을 식히는 청량한 빛을 가진 ‘월궁 천자’가 있고 그 옆에 천녀 천동 두 분[二位]이 시립해 있다. 제석천왕의 옆에는 어둠을 지우는 새벽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부富를 가져다 준다는 ‘일궁 천자’와 옆의 천녀 그리고 천동이 마찬가지로 시립해 있다. 아래쪽 중앙에는 위태천신이 배치돼 있다.
위태천신 우측의 염마라왕은 유명계幽冥界를 지배하며, 복덕 대신은 오복을 관장한다. 주산신은 높고 움직임이 없는 산처럼 동요함이 없는 지혜에 비유되며, 조왕은 부엌을 지키는 신으로 인간의 선악을 관찰한다. 가람신은 사찰과 일체의 스님을 수호하는 신이다. 위태천신 좌측의 ‘사갈라 용왕’은 한 생각에 여러 가지 중생신을 나타낼 수 있으며 비를 내리게 한다. ‘호계 대신’은 부처님의 계를 받은 사람들을 옹호하는 선신이며, 도량신은 도량의 더러움을 없애고 또한 지키는 신이다. 그리고 옆으로 1위의 천동이 시립해 있다.
104위의 신중이 배치될 경우 상단 신중으로는 대예적금강大穢跡金剛, 8대 금강, 4대 보살, 10대 명왕明王 등이 도설되며; 중단에는 대범천, 제석천왕帝釋天王, 사대 천왕四大天王, 위태천신韋駄天神, 대승제천, 공덕천 등의 제 천신 및 용왕龍王·수신樹神 등과 칠원성군七元星君과 삼태육성三台六星, 아수라 등 팔부신중이 도설된다. 하단에는 호계 대신護戒大神, 복덕 대신福德大神, 토지신, 가람신, 도량신, 강신, 풍신, 산신 등과 함께 방위신方位神이 배치된다.
『 화엄경』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에서의 신중은 각기 자신의 위치와 근기에서 석존의 성도成道를 찬탄한다. 그 내용은 발심한 보살이 거쳐야 하는 10주住, 10행行, 10회향廻向, 10지地로서 곧 석존이 정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다. 위로는 불법과 도량을 수호하고, 일체중생에게 강복과 소재를 기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신중神衆 각각은 그 수행과정을 상징하며, 바른 신중기도법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기를 발원하고 정진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