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청천벽력 같은 원적 소식
페이지 정보
원택스님 / 2019 년 6 월 [통권 제74호] / / 작성일20-05-29 10:39 / 조회6,587회 / 댓글0건본문
원택 스님 | 발행인
4월30일 오후 4시쯤 “해인총림 전계사 연암당 종진 대종사께서 오늘 오후 3시17분에 입적하셨습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율원장 서봉 스님에게 연락하여 대강의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졌습니다. 지난 4월20일 소납의 사형되시는 해우당 원융 대선사의 마지막 재에 종진 대종사께서 법주가 되어주셔서 힘찬 요령소리와 엄숙한 음성으로 극락왕생의 마지막 재를 회향해 주시던 그 고고하고 당당한 모습이 떠오르며, 종진 대종사의 부음은 감당할 수 없는 무상함으로 노한 파도처럼 가슴 속에 밀려왔습니다. 사형님은 2~3년 병석에 계셔서 자주 찾아뵙는다 생각은 했지만 마음 같이 자주 찾아뵙지 못한 세월이 이제는 미안함이 되어 49재를 마치고도 허허로운 마음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정해 보이시던 종진 대종사께서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원적에 드셨다는 소식은 맑은 하늘의 날벼락보다도 더 가슴이 아프고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5월4일 영결식 날 해인승가대학 제4회 졸업생 대표로 보광 스님께서 옛날을 회상하시며 조사를 하셨습니다. “4.19 뒤 종진 스님은 동화사에서, 나는 범어사에서 이곳 해인사 강원에 입방하여 사미과부터 수의과까지 졸업하는 동안 시험 때마다 선두를 다투며 경쟁하던 일,…… 대적광전 높은 지붕 위에 짚신을 신고 올라가 기왓장 사이의 잡초 뽑던 일, 숭산리 해인사 농장에 모심기 하던 일, 밤 10시에 진대밭골에 산불이 나 밥을 져다 먹으며 밤새워 불 끄던 일, 모든 일이 주마등 같이 지나갑니다. 그 후로 각기 뜻한 바 있어 대전, 대구, 부산, 서울 등지로 흩어져 불사와 전법도생에 노력하여 왔으나, 스님께서는 계속하여 60여 년 해인총림에 사시며 상하의 신망과 존경을 한 몸에 지니며, 율원장·율주를 거쳐 해인총림 전계사로 종단의 계율을 진작시키신 이 시대의 참 스승이셨다고 감히 종진 대종사 영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종진 대종사께서는 1970년 해인승가대학 5대 학장, 1981년 10대 학장, 1989년 12대 학장에 취임하시어 3차례, 12년 동안 학장의 시절을 보내시며 승가교육에 진력하셨습니다. 종진 대종사님의 열반하신 후에 5대 승가대학장 하시던 시기 전후 제자로 중천 스님, 법등 스님, 재원 스님, 장산 스님, 인호 스님, 법조 스님, 태원 스님, 경선 스님, 원학 스님, 영조 스님, 선룡 스님, 무관 스님, 장윤 스님, 수진 스님 등이 있었습니다. 종단의 지도자가 되어 다방면에 걸쳐 불교중흥에 진력하고 있는 이 분들이 종진 대종사 영전에 제자의 예를 갖추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으며, 이러한 선배 스님들께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반으로서 몇 일간 해인사 계시며 밤낮으로 애틋한 정을 보여주신 설정 스님께도 고맙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원융 스님은 그래도 사형으로서 잘 모셨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한 번 이라도 가서 대화도 나누고 손이라도 만지며 위로라도 드린 세월이 있어, 원적에 드셔도 보내는 온기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5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며 지도받던 종진 큰스님이 떠날 때, 병문안 한번 가보지 못하고 야윈 손이라도 따스하게 한번이라도 만져볼 시간 없이 우리 곁을 이렇게 훌쩍 벼락 치듯 떠나시니, 더욱 허전하고 텅 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종진 대종사시여! 큰스님을 따르던 모든 중생들과 후대의 중생들을 제도하시어 해탈세계에 들게 하여주십시오. "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일곱 개의 밥알
스님들의 발우 보자기 속에는 자그마한 나무 숟가락이 들어 있다. 발우공양을 할 때 굶주린 뭇 중생을 위해 밥알을 덜어놓기 위한 용도이다. ‘나는 이 밥을 먹는데 배고픈 생명은 어찌할까’라는 마음으로…
구미래 /
-
『바로도 퇴돌』의 출현지 부띠아 부스티 사원
국내에 티베트학(Tibetanlogy)이 소개된 지 어언 30여 년이 지난 요즘은 『바르도 퇴돌(Bardo Thödol)』을 굳이 『티베트 사자의 서』라고 번역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 단어의 인지…
김규현 /
-
백련암에 피는 꽃들
퇴옹당 성철 종정예하께서는 말년 10여 년 사이에 당신이 머무시는 좌선실 앞 얼마 되지 않은 터에 꽃밭을 만들어 작약과 모란 등을 심게 하시고, 나중에는 붉은색의 모란보다는 흰색의 모란꽃을 좋아하시…
원택스님 /
-
능엄주, 마장 극복에 탁월한 이유 서원과 의지 그리고 회향의 의미
(질문) “능엄주는 마장魔障 극복에 탁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변)능엄주를 백일기도 일과로써 받아 하시는 분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질문해 왔습니다.수행…
일행스님 /
-
꾀꼬리 울어 쌓지만 나는 그냥 잠자네
골목길에서 오랜만에 분꽃을 만났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옛날에는 집 안은 물론 골목길이나 조그만 빈터만 있으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가 쉽지 않은 꽃입니다…
서종택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