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는 지금]
미국 불교출판의 과거와 현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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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4 년 7 월 [통권 제135호] / / 작성일24-07-05 09:17 / 조회1,270회 / 댓글0건본문
세계불교는 지금 18 | 미국 ⑱
위즈덤 출판사는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라마 툽텐 예세(Lama Thubten Yeshe, 1935〜1984)와 라마 조파 린포체(Lama Zopa Rinpoche, 1946〜2023)가 1975년 설립한 대승불교보존협회인 FPMT(Foundation of the Preservation of Mahayana Tradition)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영리 출판사이다.
한국불교에서 주목해야 할 위즈덤 출판사
FPMT는 오레곤주 포틀랜드 센터를 비롯하여 켈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버지니아 등 미국의 16개 주에 있는 단체로서 티베트 불교와 문화를 보존하고 서양에 불교를 전하기 위한 세계적인 조직이다. 예세 라마가 입적한 후에 라마 조파 린포체가 수장으로 전 세계 센터를 총괄하였는데 라마 조파 린포체도 2023년에 입적하였다.
보스톤에 사무실이 있는 위즈덤 출판사는 1970년대에 라마 툽텐 예쉬(Thubten Yeshe)와 라마 조파(Zopa) 린포체 두 명의 라마에 의해 설립되었다. 위즈덤 출판사는 FPMT 설립자들의 저작뿐 아니라 경전, 탄트라, 다른 티베트 문헌, 그리고 다양한 일반 불교 서적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현재 사장은 다니엘 아잇켄Daniel T. Aitken이고 책임 편집인은 다비드 키델스트롬David Kittelstrom이다. 한국인들이 영어로 출판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출판사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책을 출판하려는 사람들은 이 출판사 웹 사이트를 통해 이 출판사의 출판 동향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 불교 출판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샴발라 출판사에서 출판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샴발라 출판사는 미국에서 출판 경험이 없는 저자들의 책은 절대로 출판해 주지 않는 원칙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나에게 미국에서 출판을 하려고 문의한 금강경독송회의 김재웅 법사, 전수현 박사는 나의 조언대로 위즈덤에서 책을 출판하였다. 김재웅 법사는 1999년 한윤상 씨의 번역으로 ‘Polishing the Diamond, Enlightening the Mind’를 출판했다. 전현수 박사는 2018년에 전하늘 씨의 번역으로 ‘Samatha, Jhāna, and Vipassanā’를 출판했으며, 2019년에는 수불스님의 책 『흔적 없이 나는 새(A Bird in Flight Leaves No Trace)』가 로버트 버스웰 교수와 콜롬비아대학교 김성욱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되었다.
위즈덤 출판사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필자들도 많다. 미국인으로 미국불교계에서 존경받는 비구 보디 스님도 이 출판사에서 니까야에 관한 책을 많이 출판하고 있으며, 태국 아잔 차 스님의 제자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여러 저서들도 역시 이 위즈덤에서 출판되어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위즈덤은 여러 훌륭한 저자들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 출판하려면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연락처에 영어로 질문을 하고 이 출판사의 안내에 따라서 이메일로 원고를 보내면 된다.
2023년 4월에 설립자 라마 조파 린포체 입적 후 이 출판사는 큰 변화가 있다. 요즘에는 홈페이지 들어가면 티베트 스님이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 광고가 전면에 나온다. 앞으로는 출판과 함께 온라인 강좌를 이 출판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보스톤에 있는 이 출판사는 조그만 2층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보스톤에 있는 출판사를 방문해도 상근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었다. 아마 재택 형식으로 집에서 근무하는 것 같다. 내가 작년 10월에 이곳을 직접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 건물을 판다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틱낫한 스님의 주도로 설립된 패럴랙스 출판사
패럴랙스 출판사(Parallax Press)는 틱낫한 스님(1926〜2022)의 제의에 따라 참여불교 관련 서적과 깨어 있는 삶(mindful living)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출판하기 위해 1986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에 설립되었다.
첫번째로 출판한 책은 틱낫한 스님의 저서 『평화로움(Being Peace)』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도서출판 장경각에서 출판되었다. 이 출판사의 베스트 셀러 도서들은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35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다고 출판사는 밝히고 있다. 이 출판사의 비전은 집단적 통찰력과 깨달음, 그리고 보다 즐겁고 건강하며 자비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고통과 불의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모든 사람이 이러한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이러한 운영철학을 항상 유지할 것을 약속하면서 일상생활에서 마음챙김 생활과 참여불교에 관한 책과 미디어물을 출판한다는 비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즉 행복을 키우고 평화를 위한 내적, 외적 노력과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아름다운 삶의 방식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잘 만들어진 책을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출판사는 마음챙김에 관한 책뿐만 아니라 사회참여에 관한 책을 많이 출판하였기 때문에 사회참여 불교활동을 한 스님과 불교 신도들의 책이 많이 나왔다. 저자들을 보면 틱낫한 스님을 비롯하여 로버트 아잇켄Robert Aitken, 스티븐 배철러Stephen Batchelor, 마하 고사난다Maha Ghosananda, 찬공Chan Khong 스님, 달라이 라마, 죠애나 매이시Joanna Macy,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등이 있다. 한국인으로는 고은 시인이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적이 있다.
설립 당시에 틱낫한 스님 계열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즈키 순류의 제자였던 아놀드 코틀러Arnold Kotler와 테레즈 피츠제럴드Therese Fitzgerald는 틱낫한 스님의 제자가 되어 출판사를 설립하고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1999년경 틱낫한 스님의 승가에 큰 변화가 있었다. 스님이 입적한 후에도 승가가 변함없이 잘 운영되도록 하려면 제자들을 지금부터 특별히 훈련시켜야겠다고 생각한 틱낫한 스님은 제자들이 모든 부문에 좀 더 많이 참여하여 일을 맡아 하도록 배려하였다.
이런 기조 아래 패럴랙스 역시 스님들이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산하 모든 조직을 감싸 안는 총괄조직인 연합불교회(United Buddhist Church)를 창설하고는 이어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단체를 모두 그 안으로 들여온 것이었다. 틱낫한식 수행그룹을 총칭하는 ‘Community of Mindful Living’도 그로부터 스님들이 관여하게 되었고, 패럴랙스 역시 스님들이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패럴랙스가 구조조정을 하며 연합불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설립자 격인 아놀드 코틀러 및 테레즈와 플럼빌리지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서구적 사고와 동양적 사고의 충돌이었다고 플럼빌리지의 재가 법사인 샨텀 세스는 평했다. 결국 아놀드 코틀러와 테레즈는 분노를 안고 떠나갔다. 이런 과정을 겪었던 탓에 틱낫한 스님이 입적 이후 패럴랙스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틱낫한 스님 입적 이후 이 출판사는 상근자도 없고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2월과 4월에 신간이 출판되었다.
이 출판사는 이제 프랑스의 플럼빌리지, 그리고 미국의 켈리포니아와 뉴욕 그리고 미시시피에 틱낫한 스님이 세운 수도원들과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은 전에 사용하던 버클리시에 있던 곳으로 되어 있다.
출판을 통해 티베트 불교를 알리는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
미국에서 불교 붐이 한창이던 시절에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에 관한 학술서적과 일반서적을 최초로 영어로 출판한 곳은 뉴욕 이타카에 위치한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Snow Lion Publications였다. 이곳은 뉴욕시에서 약 5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로 이곳에 코넬대학교가 있다. 달라이 라마의 겔룩파 북미 본부인 남걀사원Namgyal Monastery도 이타카에 있다.
이 출판사의 이름인 스노우 라이언(Snow Lion, 설사자雪獅子)은 티베트 문화의 상징으로 티베트 국기에도 두 마리의 설사자가 그려져 있다. 설사자는 불교의 삼보로서 두려움 없이 용감하게 모든 장애를 극복한다는 티베트인들의 정신력을 나타낸다. 샴발라 출판사가 카규파와 닝마파 계열의 초감 트룽파 린포체와 관련이 깊다면 1980년 시드니 피번과 제프리 콕스 두 사람의 공동창업자에 의해 세워진 스노우 라이언은 겔룩파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이 중 한 명인 제프리 콕스가 이끄는 ‘지혜의 미역취(Wisdom's Goldenrod)’에서 가진 수련회의 취재 때문에 여러 차례 제프리 콕스를 만난 적이 있고, 그의 안내로 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1979년에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법문했던 녹취록을 단 한 권의 책도 발행한 적이 없는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에게 주었다. 그것은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하퍼 콜린스Harper Collins 같은 대형 출판사가 원하던 원고를 자본도 없고 경험도 없는 스노우 라이언에게 맡겨준 것이다. 제프리 홉킨스Jeffrey Hopkins가 번역한 그 책은 『친절, 명료, 직관(Kindness, Clarity and Insight)』이며 달라이 라마의 두 번째 미국방문에 즈음하여 출판되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4년에 출판된 이 책은 출판되자 1만 부가 팔렸으며 3판까지 인쇄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책은 스노우 라이언의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게다가 1989년 달라이 라마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되었고 스노우 라이언에게 큰 이익을 안겨 주었다.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는 12권에 달하는 달라이 라마의 책을 출판했으며, 그중 『달라이 라마: 친절의 정책(The Dalai Lama, Policy of Kindness)』는 이달의 책에 선정되는 등 7만 부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가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에게 출판권을 준 것은 달라이 라마와 공동창업자인 시드니 피번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시드니 피번은 미국의 달라이 라마 초청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관계가 있는데, 그는 도반들이 있는 이타카에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 후 1990년에도 피번을 통하여 달라이 라마의 코넬대학 방문이 이루어졌고, 스노우 라이언은 명실상부 정통 티베트 불교와 서구세계를 연결하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1990년 이후 이타카는 서구에서 최초로 달라이 라마의 사원, 즉 남걀사원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티베트인들이 재정착하는 터전이 되었다.
이처럼 스노우 라이언은 명실상부 정통 티베트 불교와 서구세계를 연결하는 주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출판사가 단지 책만 발행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때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는 전 세계에 판매망을 가지며 불황 중에도 꾸준한 서적 판매량을 유지하며 매년 10〜15권의 신간을 출판했다. 2009년 6월 현재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의 직원은 17명, 그중 12명이 풀 타임이고 5명은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 4명의 편집인들 이외에도 우편주문, 발송, 고객서비스, 재고 구매 등 이 직원들은 각 분야에서 맡은 일을 해 나가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의 자비와 친절에서 시작된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는 달라이 라마의 뜻을 지키며 운영하였다. 달라이 라마는 “한 종파에 치우치지 않고 편견이 없이 티베트의 모든 전통을 섭렵할 수 있도록 하라. 즉, 불교는 모르지만 삶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불교 신도들, 불교학자들이라는 세 종류의 독자층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책을 출간하라. 이를 위해 불교 성전과 티베트의 고승들에 의한 주석서와 서양의 불교신도와 학자의 책을 고루 다루어서 동서양 간의 교류를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책을 출판하라.”고 주문하였다.
출판사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지난 스노우 라이언은 2012년 5월 샴발라 출판사로 합병되었다. 그러나 병합 이후에도 스노우 라이언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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