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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이야기]
전의와 전식득지 : 유식 수행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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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해  /  2019 년 5 월 [통권 제7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74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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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해 | 성균관대 초빙교수 · 철학

 

유식 수행은 기나긴 여정을 지닌 것이다. 그 단계는 10주, 10행, 10회향, 10지, 불과라는 41단계로 설명되기도 하고, 자량위(순해탈분), 가행위(순결택분), 통달위(견도), 수습위(수도), 구경위(불과)라는 5위로 설명되기도 한다.

 

수행의 단계

 

이 중에서 1) 자량위資糧位는 10주와 10행을 포함하고 또 더 나아가 10회향의 제10위인 법계무량회향法界無量廻向의 주심住心까지를 포함한다. 10회향의 각 단계와 10지의 각 단계에는 들어서고, 머물고, 나가는, 곧 입심入心, 주심住心, 출심出心이라는 하위 단계들이 있다. 결국 자량위란 곧 법계무량회향의 주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수행 단계를 가리키는데, 붓다가 되기 위한 자금과 양식을 비축하는 단계라는 의미를 지닌다. 2) 가행위加行位는 10회향의 제10위인 법계무량회향의 출심 단계를 말하는데, 수행에 박차를 가하는 단계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단계에서는 통달위에 들기 위해 온난법[온법煖法], 정상법[정법頂法], 인순법[인법忍法], 세제일법世第一法이라는 4선근四善根을 닦는다. 3) 통달위通達位는 10지의 첫 번째 지위인 초지初地, 곧 환희지歡喜地의 입심入心 단계를 말한다. 4) 수습위修習位는 10지 가운데 초지의 주심에서부터 제10지, 곧 법운지(法雲地, 금강심)의 출심의 무간도無間道까지를 말한다. 5) 구경위究竟位는 제10지의 출심의 해탈도解脫道 이후를 말한다.

 

수행은 전의의 과정

 

이 모든 수행 과정은 전의轉依라는 말로 총괄되기도 한다. 전의란 버림과 얻음에 의한 의지처의 전환을 말한다. 무착無著은 『섭대승론본』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전의轉依는 의타기성을 다스림을 말하는데, 그것이 일어날 때 잡염분을 버려서 전환하고[전사轉捨] 청정분을 얻어서 전환한다[전득轉得].”(주1)

 

현장은 『성유식론』에서 이를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의依는 의지처를 말하는데, 곧 의타기가 염오법과 청정법의 의지처이기 때문이다. 염오법은 허망한 변계소집성을 말하고, 청정법은 진실한 원성실성을 말한다. 전轉은 버려서 전환함[전사轉捨]과 얻어서 전환함[전득轉得]이라는 두 부분을 말한다. 계속하여 무분별지를 닦고 익혀 본식 중의 두 종류의 거칠고 무거운 장애를 단절하기 때문에, 의타기 중의 변계소집을 버려서 전환할 수 있고 의타기상의 원성실성을 얻어서 전환할 수 있다. 번뇌장[번뇌의 장애]을 전환하여 대열반을 획득하고 소지장[지식의 장애]을 전환하여 대지혜를 증득한다.”(주2)

 

여기서는 의타기성(연기성) 위에 놓인 변계소집성(계산집착성)을 버리는 것이 원성실성(원만히 성취된 진실성)을 얻는 방안이자 두 장애(번뇌장과 소지장)에서 벗어나 대열반과 대지혜를 얻는 방안으로 설명되고 있다.

 

전의의 4요소

 

전의가 갖는 구체적 의미는 네 가지로 설명된다: (1) 능전도(能轉道: 전의를 이루는 방도), (2) 소전의(所轉依: 전의의 의지처), (3) 소전사(所轉捨: 전의에서 버려지는 것), (4) 소전득(所轉得: 전의에서 얻어지는 것)

 

(1) 첫 번째의 능전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항복시킬 수 있는 능복도能伏道인데, 이것은 두 가지 장애(아집과 법집에서 비롯된 번뇌장과 소지장)의 수면(잠재성)을 항복시켜 그 두 장애의 현행(현실화)이 이끌려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단멸시킬 수 있는 능단도能斷道인데, 이것은 두 가지 장애의 수면을 영원히 단멸하는 것을 말한다. 능단도는 구체적으로는 유루도(가행지)와 무루도(근본지, 후득지)에서 이뤄진다.

 

(2) 두 번째의 소전의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자의 의지처, 곧 근본식인데, 이것은 잡염법과 청정법의 종자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두 법에 대해 의지처가 된다. 다른 하나는 미혹과 깨달음의 의지처, 곧 진여인데, 이것은 그 둘(미혹과 깨달음)의 근본인 까닭에 모든 잡염법과 청정법이 그것에 의지해서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3) 세 번째의 소전사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단사(所斷捨: 단멸해서 버려지는 것)인데, 이것은 두 가지 장애 종자(아집과 법집 종자) 및 이로 인한 변계소집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소기사(所棄捨: 포기해서 버려지는 것)인데, (두 가지 장애의) 나머지 유루(번뇌) 종자와 열등한 무루 종자(연각승과 성문승이라는 2승 종자)를 말한다.

 

(4) 네 번째의 소전득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현득(所顯得: 현현해서 얻는 것)인데, 곧 대열반이다. 다른 하나는 소생득(所生得: 생성되어 얻는 것)인데, 곧 대지혜이다.

 

소현득으로서의 대열반

 

대열반이 소현득으로 말해지는 이유는 그것이 본래부터 자성청정이지만 객진번뇌의 장애로 인해 현현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반에는 네 가지 의미가 있다.

 

(1) 첫 번째의 본래자성청정열반本來自性淸淨涅槃은 모든 법의 진상인 진여 본체를 말한다. 비록 객진번뇌의 오염이 있지만 본성은 청정하고, 무수한 미묘한 공덕을 지니며 생성도 없고 소멸도 없고 허공과 같이 깊은 것이다. (2) 두 번째의 유여의열반有餘依涅盤(신체 내지 제8식이 남아 있는 열반)은 진여(의 마음)가 번뇌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비록 미세한 괴로움의 의지처가 있고 소멸되지 않았지만 번뇌 장애가 영원히 고요한 까닭에 열반이라 부른다. (3) 세 번째의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은 진여(의 마음)가 생사의 괴로움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번뇌는 물론 나머지 의지처[신체 내지 제8식]도 진멸하였고 많은 괴로움이 영원히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부른다. (4) 네 번째의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은 진여(의 마음)가 소지장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대자비와 반야(지혜)에 항상 둘러싸여 있다. 생사와 열반에 머물지 않고 유정(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함을 미래시간이 다하도록 행하면서도 항상 고요하기 때문에, 열반이라고 부른다.

 

유식 불교는 일체 유정에게 처음의 본래자성청정열반만이 있고, 2승의 무학(아라한)에게는 앞의 세 가지 열반이 있고, 세존은 이 네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고 주장하여, 무주처열반(보살도)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열반의 네 의미 중 뒤의 세 가지가 소현득인데, 소현득 중 무주처열반이 대열반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소생득으로서의 대지혜

 

대열반이 소현득으로 말해지는 반면 대지혜는 소생득으로 말해지는데, 그 이유는 그것을 생성시킬 수 있는 종자가 본래부터 있지만 소지장의 장애로 인해 그것이 생성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지혜는 구체적으로 4지四智를 말한다. 4지의 획득이 지닌 전사와 전득의 측면을 고려해 4지의 획득은 전식득지轉識得智라고 불린다. 전식득지는 8개식을 전환하여 4지를 획득하는 것이다. 4지혜는 다음과 같다: (1) 제8아뢰야식이 전환된 대원경지大圓鏡智, (2) 제7말나식이 전환된 평등성지平等性智, (3) 제6의식이 전환된 묘관찰지妙觀察智, (4) 전5식이 전환된 성소작지成所作智.

 

『성유식론』은 이 네 가지 지혜가 네 가지 심품心品[마음 등급]에 상응한다고 설명하는데, 네 가지 심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는 대원경지에 상응하는 심품이다. 이 심품은 모든 분별을 떠나 있고, 그것의 소연(인식대상)과 행상(인식작용)은 미세하여 알기 어렵다. (2) 두 번째는 평등성지에 상응하는 심품이다. 이 심품은 일체법과 자기 및 다른 유정들이 모두 평등하다고 관찰하고, 대자비 등과 항상 함께 상응한다. (3) 세 번째는 묘관찰지에 상응하는 심품이다. 이 심품은 모든 법의 자체적 모습[자상自相]과 공통적 모습[공상共相]을 잘 관찰함에 있어서 장애 없이 전개된다. (4) 네 번째는 성소작지에 상응하는 심품이다. 이 심품은 많은 유정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해, 널리 십방세계에서 각종 변화들의 3업(신체, 언어, 의욕에 의한 행업)을 나타내 보이고, 또한 본래의 서원의 힘으로 응 당히 해야 할 일들을 성취한다.

 

위에 설명한 네 지혜가 얻어지는 단계를 수행의 단계와 연관시키면 다음과 같다. 1) 대원경지는 금강심의 해탈도(성불의 시기: 제10지 출심의 해탈도)에서 이뤄지며, 그 이유는 무간도를 지난 해탈도의 시기, 곧 성불할 때에야 비로소 무루의 종자를 집지해서 영구히 부단히 지속하며 끊임없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 평등성지는 보살의 견도(견도위, 통달위) 초기에 처음 일어나는데, 그 이유는 평등성지가 두 가지 집착(아집과 법집)에 거스르는 것인데, 이 집착은 견도 초기에서 제거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묘관찰지는 아공을 관찰하는 심품의 경우 2승의 견도 위에서 처음으로 일어나고, 법공을 관찰하는 심품의 경우 보살의 견도 위에서 비로소 처음 일어난다고 한다. 4) 성소작지는 성불할 때 비로소 처음 일어난다고 하며, 10지에서는 전5식이 여전히 유루이기에 10지가 무루의 식인 성소작지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식 수행은 기나긴 여정이지만, 그 여정의 의미는 결국 전의轉依와 전식득지轉識得智에 놓여 있다. 그 여정을 간략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주)
(주1) 『攝大乘論本』, T31n1594_p0148c17-c18: 轉依謂即依他起性. 對治起時轉捨雜染分轉得清淨分.
(주2) 『 成唯識論』, T1585_.31.0051a03-a08: 依謂所依即依他起與染淨法為所依故. 染謂虛妄遍計所執. 淨謂真實圓成實性. 轉謂二分轉捨轉得. 由數修習無分別智斷本識中二障麤重故能轉捨依他起上遍計所執及能轉得依他起中圓成實性. 由轉煩惱得大涅槃. 轉所知障證無上覺. 참고: 김묘주 역주, 『성유식론 외』, 동국역경원, 2008, 5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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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철학박사, 성균관대 철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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