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청 선어록]
중봉화상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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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4 월 [통권 제84호] / / 작성일20-05-28 16:20 / 조회7,945회 / 댓글0건본문
김호귀/ 동국대 학술원 HK교수
<어록>의 말미에 [행장]이 수록되어 있다. 이에 의하면 중봉명본(中峰明本 : 1263-1323)의 법맥은 임제종(臨濟宗) 19대손이고, 양기파(楊岐派) 12손이며, 파암류(破庵流) 4대손이다.(법맥은 임제의현 – 흥화존장 – 남원혜옹 – 풍혈연소 – 수산성념 – 분양선소 – 석상초원 - 양기방회 - 백운수단 - 오조법연 – 원오극근 - 호구소륭 - 응암담화 - 밀암함걸 - 무준사범 – 파암조선 - 설암조흠 - 고봉원묘 – 중봉명본이다.) 절강성 항주 전당(錢塘) 출신으로 속성은 손(孫)씨이고, 호는 중봉(中峰)이다.
중봉원명선사
1.중봉명본
어머니 이(李)씨는 무문혜개(無門慧開) 스님이 등롱을 들고 집에 찾아오는 꿈을 꾸고 난 후에 선사를 낳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歌) ‧ 찬(讚) ‧ 범패(梵唄) 등에 소질이 있었고, 서천목산(西天目山) 사자암(獅子巖)의 고봉원묘(高峰原妙)에게 참문하였다. 15세 때 <법화경> ‧<원각경> ‧<금강경>을 읽었다. 이후 <전등록> 등을 열람하였고, <금강경>의 하담여래(荷擔如來)라는 대목에 감명을 받았다. 24세 때 고봉에게 출가하였다. 출가해서는 초의(草衣)를 걸치고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하였다. 26세 때 흘러가는 샘물을 보고 깨치고, 마침내 고봉에게서 사법하였다. 그 후로는 정처가 없이 배를 타기도 하고 암실(庵室)에 기거하면서 자신을 환주(幻住)라고 일컬었다. 승속이 모두 숭앙하여 강남고불(江南古佛)이라 불렀다. 연우 5년(1318)에 인종황제의 부름에 응하지 않자, 금란가사(金襴袈裟) 및 불자원조광혜선사(佛慈圓照廣慧禪師)라는 호를 내리고, 원(院)에는 정종(正宗)이라는 호를 하사했다. 영종황제도 귀의하였다. 선사는 주지라면 도력(道力) ‧ 연력(緣力) ‧ 지력(智力)의 삼종력(三種力)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치 3년(1323) 8월 14일 시적하였다. 세수는 61이고, 법랍은 37이다. 입적 후 7년에 문종황제가 지각선사(智覺禪師)라는 시호를 내리고, 다시 5년 후에 순종황제는 <중봉광록>(30권)을 대장경에 편입하고, 보응국사(普應國師)라고 가호(加號)하였다. <환주암청규(幻住庵淸規)>(1권), <일화오엽(一花五葉)>(5권) 등의 저술이 있다.
2. <중봉화상광록>에 수록된 저술
중봉명본의 어록인 <중봉화상광록>(30권)은 자세하게는 <천목중봉화상광록>인데, 중봉명본이 찬술하고, 자적(慈寂)이 지원 원년(1335)에 편집하였으며, 홍무 20년(1387)에 중간(重刊)되었다. 원(元)의 원통 2년(1334)에 입장(入藏)을 상표(上表)하여 그 칙허(勅許)를 받고, 이듬해(1335) 누판(鏤版)되었지만 아직 광포(廣布)하기 이전에 이재(罹災)가 있었다. 이후 약 50년이 지나서 장자화(張子華)가 지호(智暠) ‧ 혜택(慧澤)의 두 선사와 함께 재간(再刊)하였다. 이 가운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문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권11에는 <山房夜話>가 수록되어 있다. 중봉명본이 깊은 산속에 주석하고 있던 달 밝은 밤에 은자(隱者)가 찾아와서 여러 가지 주제의 질문에 대하여 답변하는 형식으로 제시한 문답식 법어이다. 가령 선종의 기본적인 교의를 비롯하여 좌선공부의 실참방법, 선종오가, 수행과 깨침, 신통력, 교화 등 41가지 주제가 수록되어 있다.
권12는 <신심명벽의해(信心銘闢義解)>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의 양구는 <신심명>의 요강(要綱)이고 본지(本旨)이며, 신(信)이란 오증(悟證)의 전체이지 단순한 신행(信行)의 신(信)이 아니며, 마지막의 언어도단(言語道斷)은 <신심명>의 명(銘)이고, 비거래금(非去來今)은 조사의 면목이 현재하는 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권13은 <능엄징심변견혹문(楞嚴徵心辯見或問)>이다. 여기에서는 15문답을 설정하여 설한다. 각각에 해당하는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난이 칠처(七處)를 가리켜 진술한 것은 말세중생의 미혹을 제거해주려는 것이었는가, 아니면 그 도리를 진정 몰라서 그런 것이었는가. 아난이 가리킨 칠처에 모두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마음이 없다[無心]는 것이 아닌가. 칠처를 가리킨 것이 모두 편(扁)이라면 정(正)은 어떤 것인가. 마음의 비유로 칠처를 가리켰는데 어째서 비유의 마음마저 없다고 하는가. 마음이 이미 편재(遍在)라면 그것이 지각(知覺)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중생의 지각과 여래의 지각은 같은가 다른가. 허망의 본체가 진(眞)에 의거한 것이라면 그것은 진(眞)을 벗어나 별도로 존재하는 것인가. 진심과 망심이 동일한 것인데, 중생과 부처의 길은 어째서 항상 다른 것인가. 진심과 망심 이외에 다른 심(心)이 있는가 없는가. 육근이 모두 묘용을 갖추고 있는데 어째서 여래의 경우에만 그 견(見)을 다스린다고 말하는 것인가. 눈이 대상을 상대하는데도 그것을 견(見)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지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것도 본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주체의 견(見)과 객체의 물(物)은 같은가 다른가. 지금 견물(見物)의 경우 그것을 견(見)이라 말한다면 그 견(見)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견물(見物)의 경우에 그 견(見)이 옳은 견(見)이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허망에 속박되어 있어서 그 허망을 단절하려고 해도 그 방법을 모릅니다.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권14는 <별전각심(別傳覺心)>이다. <별전각심>은 <원각경>의 근본적인 뜻에 대하여 설명한 것이다. 12보살 가운데 문수장과 보현장의 지취(旨趣)야말로 원각을 나아가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또한 조동종 제10대 진헐청료(眞歇淸了)의 원각십이게(圓覺十二偈)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別傳覺心이란 문자에 계합하는 것[即文字] 내지 문자를 벗어나는 것[離文字]에 대한 견해를 초월하여 대원각심(大圓覺心)의 과(果)에는 별전(別傳)의 종지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붙인 제명임을 말한다.
권15는 <금강반야약의(金剛般若略義)>다. <금강경>의 제명을 비롯하여 ‘부주색보시(不住色布施)’, ‘사구게(四句偈)’, ‘사상(四相)과 사견(四見)’, ‘즉비시명(即非是名)’, ‘오어(五語)’,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삼일분(三日分)’, ‘삼제심불가득(三際心不可得)’, ‘오안(五眼)’ 등 주요한 대목 및 용어에 대하여 그 대의를 피력하고, 이어서 32분과의 명칭에 대하여 해당하는 경문을 배대하면서 의미를 설명한다.
권16은 <환주가훈(幻住家訓)>이다. 환인(幻人: 중봉 자신)이 어느 날 환실(幻室)에 있으면서 환좌(幻座)에 앉아서 환불자(幻拂子)를 들고 있었다. 그때 모든 환제자(幻弟子)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와서 물었다. ‘소나무는 어딴 인연으로 곧고, 가시나무는 어떤 인연으로 휘었으며, 고니는 어떤 인연으로 검고, 까마귀는 어떤 인연으로 하얀 것입니까.’ 이에 환인(幻人)이 불자를 치켜세우고 대중을 불러서 일체가 환(幻)임을 이해하여 생사일대사를 해결해야 할 것을 설한다.
권17은 <의한산시(擬寒山詩)>이다. 여기에는 100수에 달하는 한산시를 편집한 것은 그 내용이 교외별전의 종지와 관계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통하여 선종의 활구(活句)‧사구(死句)‧전제(全提)‧반제(半提), 그리고 금(擒)‧종(縱)에 치우침이 없는 여탈자재(與奪自在)한 이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심하지 못하는 납자들에게 교훈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권18는 <동어서화(東語西話)>이다. 22가지 주제에 대하여 설명식으로 제시한 법어이다. 여기에는 마음, 인연, 수행의 자세, 불법의 비방에 대처하는 방식 등 납자가 지녀야 하는 주의사항 등이 널리 설명되어 있다. 또한 마지막 대목은 자신의 약력에 대하여 설명한 내용이다.
권19 및 권20은 <동어서화속집(東語西話續集)>이다. 32가지 주제에 대하여 위의 <동어서화>에 붙여 놓은 법어로서 납자들이 반드시 명심하고 정진해야 하는 자세 등에 대하여 담론하고 있다.
이 외에 <천목중봉화상잡록(天目明本禪師雜錄)> 3권은 <중봉화상광록>에 수록되지 않은 시중 ‧ 법어 ‧ 게송류 등을 일본에서 수집하여 간행한 것이다. 권념아미타불(勸念阿彌陀佛) ‧ 두타고행가(頭陀苦行歌) ‧ 탁발가(托鉢歌) ‧ 행각가(行脚歌) ‧ 자주득가(自做得歌) ‧ 수운자재가(水雲自在歌) 등의 가송도 포함되어 있다. 서문(序文) ‧ 발문(跋文) ‧ 간기(刊記)도 없고 편찬자도 미상인데, 일본의 토쿠가와(德川) 중기 무렵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잡록> 3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권1에는 90꼭지의 법어(혹 게송) 및 두타고행가(頭陀苦行歌) 탁발가(托鉢歌) 행각가(行脚歌) 자주득가(自做得歌) 지오가(紙襖歌) 수운자재가(水雲自在歌) 송화름가(松花廩歌) 등 7종의 가송.
권2에는 50꼭지의 법어(혹 게송)
권3에는 34꼭지의 법어 및 天目中峯和尚懷淨土詩(천목중봉화상회정토시)(108수) 중봉화상화풍해속매화시백영(中峯和尚和馮海粟梅花詩百詠) {일화엽집(一花五葉集)}에 붙인 발문(跋文)(5편)
3. <중봉화상광록>의 구성
<중봉명본어록> 30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도표 속의 아라비아 숫자는 編數‧則數‧項目 등이고, 게송의 경우는 꼭지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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