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 사상논집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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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핵심저작으로 이끄는 디딤돌원택 책임편집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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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7 (화) 20:41:30 |
정성운 기자 |
최근 장경각에서 펴낸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가 나왔다. 성철스님의 핵심저작으로 꼽히는 <백일법문> <선문정로> <본지풍광>으로 이끄는 안내서 또는 해설서다. <백일법문>은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선문정로>는 강경구 동의대 중문과 교수, <본지풍광>은 김영욱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각각 맡았다. 이와 함께 박성배 뉴욕 스토니부룩대 박성배 교수가 ‘돈오돈수설의 종교성에 대하여’를 보태 돈수의 개념 이해를 돕고 있다. 성철스님의 상좌인 중앙승가대 도서관장 원소스님이 ‘곁에서 본 성철스님’을 통해 일상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천년의 침묵을 깨는 사자후
<백일법문>은 성철스님이 1967년 해인총림 방장으로 추대된 후 그 해 동안거에 100일 동안 불교의 핵심을 설한 것을 책으로 묶은 것으로, 불교의 핵심은 중도(中道)에 있음을 강조했다. 서재영 박사는 "1960년대의 한국불교계는 정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날을 예견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격동의 나날이었다.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은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어둠 속에서 포효처럼 울려 퍼진 사자후였다"고 평가했다.
서 박사는 <백일법문>의 특징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백일법문>은 종교적 전통성과 권위를 담지(擔持)한 종정 스님의 저작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전문서적 못지않은 종교적 신뢰성을 갖고 있다. 둘째, 불교의 핵심적 사상, 돈오돈수(頓悟頓修)와 같은 수증론(修證論) 등 심원한 불교사상과 수행에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주제들이 실천이 결여된 채 문헌적 탐구를 통해 기술된 것이라면 종교적 의미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일법문>은 평생 수행으로 일관한 투철한 수행자가 펼친 법문이라는 점에서 내면적 검증을 거친 저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백일법문>은 방대한 인용문헌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 논저로서도 손색없는 위상을 갖고 있으며, 여타 스님들의 저작과도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넷째, <백일법문>은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으로 돌아감으로써 불교의 본래성을 회복하자는 성철 스님의 투철한 가치관이 배어 있는 저서라고 밝혔다.
서 박사가 <백일법문>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종파주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중국의 천태종, 화엄종 등 교판이 풍미한 이후 1500년 만에 우리 불교계에서 아함과 초기불교 교설의 가치를 회복시킨 일대 사건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선문정로> 인용문은 성철스님 발언으로 보아야
강경구 교수는 <선문정로>에 대해 “참선수행의 지침이자 깨달음의 자기 점검기준으로 제시된 수행자의 길잡이 책이다. 그 핵심은 견성(見性), 돈오(頓悟), 무심(無心) 등의 단어에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이르는 첩경으로 공안참구의 길이 제시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문정로>와 관련해서는 성철스님이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인용문 원문을 생략하거나 추가했는데, 이를 두고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 책의 인용문은 전부 성철 스님의 발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문에 개입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생략과 추가에 자유롭고,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맥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강 교수는 이어 “인용문에 개입하여 자기화하는 일은 중국의 전통적 글쓰기나 선사들의 설법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논의의 편의성과 권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용한 문장이라 해도 결국은 성철스님의 발언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선문정로>의 인용문은 보기 드문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다양한 성분들이 성철스님의 용광로를 통과하면서 하나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기억하면서 <선문정로>의 길을 따라가기로 하자"고 밝혔다.
<본지풍광>은 어려운 책이다. 성철선의 핵심이 들어있는 만큼 비껴갈 수 없는 산이다. 김영욱 박사는 ‘본지풍광의 화두와 현재적 의미’를 밝힌다. “성철스님은 이 책에서 자신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스님의 저술 가운데 선사로서의 진면목을 이처럼 철저하게 담은 책은 없다. 동시에 그 진면목을 깊이 숨기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은 해독하기 쉽지 않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어 왔다.”
김 박사는 “<본지풍광>은 한 구절 한 구절마다 보옥을 쏟아낸다. 선의 정수를 꿰뚫어본 안목의 결과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면서 “성철스님이 여러 공안을 추출하여 그것을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재정비한 작품으로서 전통 공안집의 형식과 정신적 골수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는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빛나는 유산 중 하나이면서 전통 공안집 형식으로서는 마지막 유산이기도 하다"고 <본지풍광>을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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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흐트러짐 없는 어른”
박성배 교수는 “점수와 돈수는 말의 족보가 다르다. 점수(漸修)는 연장적인 시간개념이 중심이 되어 하는 말이지만, 돈수(頓修)는 시간개념이 아니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꿈을 비유로 들어 돈오를 설명한다. “꿈속에서 내가 서양 사람이었다고 치자. 꿈속의 나는 서양 사람일지 모르나 꿈을 꾸는 나는 서양 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꿈속의 나와 꿈꾸는 나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그러다가 꿈을 깬다. 꿈속의 서양 사람이 점차로 동양 사람이 되든가? 아니다. 그때 돈이란 말이 나온다. 갑자기란 말도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꿈을 꿀 때도 꿈을 깰 때도 나는 본래부터 똑같은 동양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록이라고 말한다. 망(妄)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돈오돈수의 종교성이 여기에 있다.”
성철스님을 시봉했던 상좌 원소스님은 “수행자의 위의를 잃지 않고 평생을 통하여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 살아 있는 법문이었다”면서 성철스님을 한 점 흐트러짐이 없는 산중의 어른으로 회상한다.
원소스님은 수행자와 불자들은 물론 일반 사회인들을 위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부하신 말씀은 ‘더불어 살자’였다고 말했다. “물질문명에 빠짐을 경계하고 동양사상으로 회귀할 것을 권유하셨다. 사회 지도급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심을 가지고 사회와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멸사봉공할 것을 강조하셨다. 이것은 이 세상 만물이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연기적인 세상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만 잘 사는 것을 경계하신 것이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이 책임편집했다. 애초 원택스님의 상좌들이 원택스님의 고희를 맞아 그 동안 발표한 글들을 모아 고희집을 만들려 했다. 이래저래 미뤄졌고, 그러다 ‘나를 위한 고희집이 아니라 큰스님을 위한 고희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맺혔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을 하나 더 붙인다면, ‘원택스님 고희기념 성철스님 사상논집’ 쯤이 된다.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라는 제목은 성철스님이 남긴 휘호 ‘弘霞穿碧海’(홍하천벽해)에서 따왔다. 성철스님의 삶과 사상을 따르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원택스님은 책 머리에 실은 인사말에서 “큰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쉽게 풀어놓았으니, 진리를 깨쳐 성불하고자 하는 부처님 제자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훌륭한 횃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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