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서독후감 수상작]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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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6-04 16:19 조회16,318회 댓글0건본문
[불서독후감 수상작] 理 보다는 行으로 ‘지금, 여기’에서
일반부 당선작 -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고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현찬 스님
‘천대받고 모욕 받는 즐거움이여,
나를 무한한 행복의 길로 이끄는 도다.’
‘남에게 대접받을 때가 나 망하는 때다. 중상과 모략 등의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해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뼈를 갈아 가루를 만들어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나니 어찌 무서워하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이 대목은 과연 성철 스님다운 페르소나(persona)다.
개인이 외계(外界)로 보이는 이미지 그것은 타인의 기대를 정의하는 것으로 우리의 인습적 역할을 대표하며, 이것은 우리가 진정한 자기와 분리된 남들에게 우리 자신을 은폐시키는 보다 깊은 충돌이다.
미국 심리학의 ‘제3의 세력’으로 불리어지고 있는 현상학적 성격이론의 창시자 Carl Rogers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서 인간을 ‘이상적 자아(ideal self)’와 ‘그대로의 자아(real self)’로 구분하여 이 둘 사이의 불일치를 두 가지 경우로 가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자아와 현실 경험 간의 불일치’와 ‘자아와 현상적 자아간의 불일치’이다. 그는 훌륭한 삶이란 하나의 과정이며 목적이 아닌 방향이고, 자아실현은 완성의 상태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잠재성을 개발해 가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자아실현은 만족한 상태나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답게 살기위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하나의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자아실현은 존재하는 용기를 수반하는 것으로 그것은 자신을 삶의 조류(stream of life)에 완전히 내던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1961).
철당간 꽂은 성철 스님
1987년 만추(晩秋), 침묵의 불교계에 한줄기 조용한 너울이 세간을 향해 출렁거렸다. 가야산에서이다. 이젠 정말 부처님법대로 살아보자며 고뇌하는 선지식의 세간을 향한 의식(意識)의 분출은, 궁구(窮究)하고 또 궁구하며(‘搜抉而索隱’), 씹고 또 씹어,(‘而味精’), (이른바 골똘하게 찰나도 그 생각을 놓지 않는 모양새라고 사료된다) 수십 년 축적된 살림살이는 익을 대로 익어 종국에는 세상을 향해 흘러넘칠 수밖에. 공부 없는 지식인의 초상이 현란한 가운데 유독 성철 스님은 ‘자기를 바로 보자’는 철당간을 한국불교라는 형극의 들판에 꽂았다.
이러한 방법이 스님이 평생을 주장한 주제로의 근접이며,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한국불교의 어두운 실상, 고질적 병폐의 본원적인 진단과 처방인지는 각자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책의 장을 넘기면서 더 맛보되, 20년 시공을 넘은 오늘의 시점에서 당시를 돌아보면, 그토록 조용히 침묵하고자 했으나 결국 도피하지 못하고 세운 간당(看堂)은 사십년 은둔(?)의 과제 해결에 정면으로 맞서 도전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오랜 세월 씹고 또 씹어 가루 되고 먼지 되어 천지간(天地間) 허공(虛空)에 흩날려 사라지기 직전, 문도(門徒)들에 의하여 다행히 간행된 이 작업은 정치(精緻)함 자체이다. 또한 역사적이면서 사상적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매우 정확한 사람이었다. 확실히 깨어있는 분이었다.
글의 곳곳에서 묻혀있던 귀중한 역사와 생략되어 드러나지 않은 사상이 새롭게 조명된다. 토씨 하나도 점검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너무도 명료하여, 마치 유리알 같고 명경(明鏡)과 같다. 특히 봉축법어 같은 단문(短文)은 명료함과 함축성이 그 생명이니 어느 한구절도 깎고 다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수없는 눈 밝은 이들이 주목할 무설토(無說吐) 유설토(有說吐)를 윤문(潤文)하면서 항시 긴장으로 생산해야하는 의식(儀式)의 뇌로움을 종도들은 대부분 외면과 무심(無心)으로 보답했으리라. 그렇지만 스님은 세한(歲寒)을 시비하지 않고 한결같았으니, 돌이켜 보면 ‘존재와 침묵’만으로도 ‘우리 곁에 있어야할 당신’은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피력하면서 ‘서술하되 지어내지 않는다(述而不作)’는 원칙에 충실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불만까지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상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느냐에 Rogers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서 그 표현은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으로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는 의미인데, 우리의 모든 행동은 현상적(現象的) 장(場)이며 본질이라는 그의 지각적 이해와 인식은 우리가 실존적인 삶에서 이는 인간이 스스로 유기체적인 경험에 있어서 존재의 매 순간마다 충분히 만끽하며 사는 지속적인 과정의 참여자인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스님의 도전에는 수많은 유의미(有意味)적 함의(含意)를 부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교계의 베스트셀러다. 선승(禪僧)의 법어집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한국불교의 척박한 독서가(讀書街)에 하나의 이변이다.
4년간에 무려 10쇄가 발행되었다. 단기간의 폭발적 소낙성 인기가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읽혔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책 읽기에 인색하고 불서(佛書)에 냉담한 독자들에게 그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고 어필하였을까? 하여,『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성철 스님의 대표작이 되었다.
자유인 되라는 진리 담겨
이 책은 전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략을 살펴보면, 제7대 조계종 종정 취임 후에 발표하신 신년법어, 초파일법어 및 종정법어를 모은 것, 평소 대중들에게 큰 법당에서 불교진리를 쉽게 설명하신 법어 중 해인지(海印誌)에 연재하였던 것을 재정리하여 모은 것,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하신 후 일간지 및 월간지에 인터뷰로 실린 것을 전재 또는 초록하여 모은 것, 성철 큰스님의 상당법어집인 『본지풍광(本地風光)』 가운데서 다섯 개의 법문을 골라 이해를 위해 쉽게 정리하여 본 것, 그리고 제5장 해탈의 길(수도자에게 주는 글)이란 제목으로 성철 스님이 처음 출가한 승려들로 하여금 퇴보하지 않는 신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둔 글들을 정리하여 옮긴 것이다.
이 책은 구도(構圖)와 편집이 매우 아름답다.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아름다운 만큼 내용 또한 미적(美的)표상 그 이상으로 우리들이 희망하는 이상 세계를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융해되어 있다.
얼마만큼 정성을 들여서 목차를 정하고 내용을 엄선했을까, 이 한권의 책에 많은 가르침이 함축되어 있다. 특히 초발심(初發心)한 공부인의 자세, 어떻게 공부하여야 하는가, 오로지 만(萬) 가지 법이 있으나 그 귀결은 오직 공부하여 미망을 떨쳐 버리고 대자유인이 되어 크나 큰 진리 속에서 모두가 행복하자! 바로 그것이다.
또, 스님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제3장 대담’에서 스님의 솔직담백하고 인간적인 모습, 도인(道人)이기보다 수수한 보통사람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종교계의 책임을 묻는 말에, 누가 종교인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하자 스님은 ‘에게도’가 아니고 전적으로 종교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설한다. 어지러운 사회상의 비인간적인 작태를 모두 종교인의 근본책임으로 돌리며 ‘극중한 죄인은 내가 아니고 누구냐’ ‘정신을 지도하는 근본책임을 맡았으니 종교인이라는 사람, 성직자라는 사람부터 근본자세를 바로 잡아서 참다운 정신적 지도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 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님은 양심인이다.
‘불교에는 구원이란 없다. 원래 구원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함이다.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셔라, 모든 존재를 부모로 섬겨라,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섬겨라, 불공(佛供)이란 남을 도우는 것이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받드는 것이 참 불공이다. 자기를 비우고 남을 존경하자, 거울에 묻은 때는 욕심 때문에 묻어 있는 것이니까, 욕심을 버리자, 욕심을 버리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남을 도운 다는 말이다, 자꾸 남을 돕는 생활을 하자, 욕심이 다 없어져 버리면 마음 거울에 때가 하나도 없어지고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스님의 진정한 면모이다. 스님은 겸손하다. 한국의 선승(禪僧) 큰스님 성철 스님!
치열하고 엄격한 수행의 신화가 전설처럼 풍미하되 결코 거짓 없어 도전할 자 없는 독보적인 진인(眞人)!
실참 실수(實參 實修)로 수행의 신가풍(新家風)을 세운 어른!
가야산 호랑이라는 별호가 무색할 만치 스님의 가르침은 겸손하고 낮다. 책을 자세히 보면 전편에 흐르는 겸손과 하심(下心)을 자주 보게 된다. 참으로 큰사람의 모습이다. 털끝 가식도 없이 군더더기 다 녹아 버린 그 모습은 간소한 의·식·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기를 온전히 비우고 남을 존경할 때, 모두가 본래 부처, 그러니 본래면목(本來面目)일 뿐 참모습인 무심(無心)의 실증(實證)이다.
Here And Now !
여기서 우리는 경전을 중심한 불교의 대중교화 방법에 있어서 스님의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다. 이론적 토대와 함께 자신의 초인적(超人的)인 수행을 접목하여 이른바 실증논적(實證論的) 방법을 구축하였으니 독자들은 감화(感化)하고 설득되고 절복된다. 스님의 시도는 쓸모없는 부정이 붙을 수 없어 여법(如法)하고 시의적절(時宜適切)하며 독자적이다. 이를 보면, 경전 자체가 중생교화의 교과서이며, 거룩한 수행은 참고서 같은 효과를 갖춘 방법론이라고 함에 이의(異議)가 있을 수 없다.
Here And Now(지금 여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적정한 장소를 찾지 말고, 아직은 부족하다고 망설이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오직 자기를 바로 보면서. 주저하지 말고, 인색하지 말고, 냉소하지 말고, 비판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오직 자기를 바로 보면서.
소극적에서 능동적으로, 이론보다는 실천으로 오직 지금 여기에서 자기를 바로 보면서. 나 아닌 남을 위하여, 오직 그들을 위하여 살아가자는 스님의 사자후(獅子吼)에 절복(折伏)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이 희원하는 희망의 나라 우리가 꿈꾸는 행복의 나라는 Here And Now! 지금 여기에.
“치열한 구도 깊은 감동 와”
일반부 당선 현찬 스님
“성철 큰스님의 전설과도 같은 초인적인 수행, 『자기를 바로 봅시다』에서 보이는 고결한 사상과 치열한 구도정신, 독특한 가풍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본지와 동국역경원이 주관한 제5회 불서독후감 공모에서 ‘Here And Now(지금 여기에)’로 일반부에 당선된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현찬〈사진〉 스님. 스님은 성철 스님의 법어집이 가슴에 남긴 울림을 어떻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안됐다.
“성철 큰스님의 사상은 현재 우리들이 풀기 어려운 이상과 현실의 괴리까지 꿰뚫어 보셨습니다. 큰스님의『자기를…』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는 실참 실수의 수행가풍 가르침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옮기고 실천해야합니다.”
중앙승가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스님의 복지에 대한 신념은 성철 스님의 ‘남을 위한 삶’이라는 사자후와 무관하지 않다. 스님은 “승가에서 복지는 시대적 과업이며 복지의 궁극적 가치는 불교의 이상과 같다”며 “사회복지라는 큰 바다에서 불교는 명상, 참선, 요가 등 무궁무진한 실천방법론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승가는 불교적 마인드로 시대의 요청인 복지사회구현에 앞장서 실천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성철 큰스님의 저서가 부족한 독후감으로 조명돼 기쁘다”는 간단한 소감을 밝힌 스님은 독후감 당선 상금을 지구촌공생회에 모두 보시했다.
최호승 기자
법보신문 872호 [2006-10-18]
일반부 당선작 -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고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현찬 스님
‘천대받고 모욕 받는 즐거움이여,
나를 무한한 행복의 길로 이끄는 도다.’
‘남에게 대접받을 때가 나 망하는 때다. 중상과 모략 등의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해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뼈를 갈아 가루를 만들어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나니 어찌 무서워하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이 대목은 과연 성철 스님다운 페르소나(persona)다.
개인이 외계(外界)로 보이는 이미지 그것은 타인의 기대를 정의하는 것으로 우리의 인습적 역할을 대표하며, 이것은 우리가 진정한 자기와 분리된 남들에게 우리 자신을 은폐시키는 보다 깊은 충돌이다.
미국 심리학의 ‘제3의 세력’으로 불리어지고 있는 현상학적 성격이론의 창시자 Carl Rogers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서 인간을 ‘이상적 자아(ideal self)’와 ‘그대로의 자아(real self)’로 구분하여 이 둘 사이의 불일치를 두 가지 경우로 가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자아와 현실 경험 간의 불일치’와 ‘자아와 현상적 자아간의 불일치’이다. 그는 훌륭한 삶이란 하나의 과정이며 목적이 아닌 방향이고, 자아실현은 완성의 상태가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잠재성을 개발해 가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자아실현은 만족한 상태나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 보다 가치 있고 아름답게 살기위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하나의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자아실현은 존재하는 용기를 수반하는 것으로 그것은 자신을 삶의 조류(stream of life)에 완전히 내던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1961).
철당간 꽂은 성철 스님
1987년 만추(晩秋), 침묵의 불교계에 한줄기 조용한 너울이 세간을 향해 출렁거렸다. 가야산에서이다. 이젠 정말 부처님법대로 살아보자며 고뇌하는 선지식의 세간을 향한 의식(意識)의 분출은, 궁구(窮究)하고 또 궁구하며(‘搜抉而索隱’), 씹고 또 씹어,(‘而味精’), (이른바 골똘하게 찰나도 그 생각을 놓지 않는 모양새라고 사료된다) 수십 년 축적된 살림살이는 익을 대로 익어 종국에는 세상을 향해 흘러넘칠 수밖에. 공부 없는 지식인의 초상이 현란한 가운데 유독 성철 스님은 ‘자기를 바로 보자’는 철당간을 한국불교라는 형극의 들판에 꽂았다.
이러한 방법이 스님이 평생을 주장한 주제로의 근접이며, 흔들리고 비틀거리는 한국불교의 어두운 실상, 고질적 병폐의 본원적인 진단과 처방인지는 각자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책의 장을 넘기면서 더 맛보되, 20년 시공을 넘은 오늘의 시점에서 당시를 돌아보면, 그토록 조용히 침묵하고자 했으나 결국 도피하지 못하고 세운 간당(看堂)은 사십년 은둔(?)의 과제 해결에 정면으로 맞서 도전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오랜 세월 씹고 또 씹어 가루 되고 먼지 되어 천지간(天地間) 허공(虛空)에 흩날려 사라지기 직전, 문도(門徒)들에 의하여 다행히 간행된 이 작업은 정치(精緻)함 자체이다. 또한 역사적이면서 사상적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매우 정확한 사람이었다. 확실히 깨어있는 분이었다.
글의 곳곳에서 묻혀있던 귀중한 역사와 생략되어 드러나지 않은 사상이 새롭게 조명된다. 토씨 하나도 점검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너무도 명료하여, 마치 유리알 같고 명경(明鏡)과 같다. 특히 봉축법어 같은 단문(短文)은 명료함과 함축성이 그 생명이니 어느 한구절도 깎고 다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수없는 눈 밝은 이들이 주목할 무설토(無說吐) 유설토(有說吐)를 윤문(潤文)하면서 항시 긴장으로 생산해야하는 의식(儀式)의 뇌로움을 종도들은 대부분 외면과 무심(無心)으로 보답했으리라. 그렇지만 스님은 세한(歲寒)을 시비하지 않고 한결같았으니, 돌이켜 보면 ‘존재와 침묵’만으로도 ‘우리 곁에 있어야할 당신’은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피력하면서 ‘서술하되 지어내지 않는다(述而不作)’는 원칙에 충실하며, 반드시 고쳐져야 할 불만까지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상들을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느냐에 Rogers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서 그 표현은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으로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는 의미인데, 우리의 모든 행동은 현상적(現象的) 장(場)이며 본질이라는 그의 지각적 이해와 인식은 우리가 실존적인 삶에서 이는 인간이 스스로 유기체적인 경험에 있어서 존재의 매 순간마다 충분히 만끽하며 사는 지속적인 과정의 참여자인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스님의 도전에는 수많은 유의미(有意味)적 함의(含意)를 부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교계의 베스트셀러다. 선승(禪僧)의 법어집이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한국불교의 척박한 독서가(讀書街)에 하나의 이변이다.
4년간에 무려 10쇄가 발행되었다. 단기간의 폭발적 소낙성 인기가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읽혔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책 읽기에 인색하고 불서(佛書)에 냉담한 독자들에게 그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고 어필하였을까? 하여,『자기를 바로 봅시다』는 성철 스님의 대표작이 되었다.
자유인 되라는 진리 담겨
이 책은 전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략을 살펴보면, 제7대 조계종 종정 취임 후에 발표하신 신년법어, 초파일법어 및 종정법어를 모은 것, 평소 대중들에게 큰 법당에서 불교진리를 쉽게 설명하신 법어 중 해인지(海印誌)에 연재하였던 것을 재정리하여 모은 것,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하신 후 일간지 및 월간지에 인터뷰로 실린 것을 전재 또는 초록하여 모은 것, 성철 큰스님의 상당법어집인 『본지풍광(本地風光)』 가운데서 다섯 개의 법문을 골라 이해를 위해 쉽게 정리하여 본 것, 그리고 제5장 해탈의 길(수도자에게 주는 글)이란 제목으로 성철 스님이 처음 출가한 승려들로 하여금 퇴보하지 않는 신심을 가지고 열심히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둔 글들을 정리하여 옮긴 것이다.
이 책은 구도(構圖)와 편집이 매우 아름답다.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아름다운 만큼 내용 또한 미적(美的)표상 그 이상으로 우리들이 희망하는 이상 세계를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융해되어 있다.
얼마만큼 정성을 들여서 목차를 정하고 내용을 엄선했을까, 이 한권의 책에 많은 가르침이 함축되어 있다. 특히 초발심(初發心)한 공부인의 자세, 어떻게 공부하여야 하는가, 오로지 만(萬) 가지 법이 있으나 그 귀결은 오직 공부하여 미망을 떨쳐 버리고 대자유인이 되어 크나 큰 진리 속에서 모두가 행복하자! 바로 그것이다.
또, 스님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제3장 대담’에서 스님의 솔직담백하고 인간적인 모습, 도인(道人)이기보다 수수한 보통사람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사회에 대한 종교계의 책임을 묻는 말에, 누가 종교인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하자 스님은 ‘에게도’가 아니고 전적으로 종교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직설한다. 어지러운 사회상의 비인간적인 작태를 모두 종교인의 근본책임으로 돌리며 ‘극중한 죄인은 내가 아니고 누구냐’ ‘정신을 지도하는 근본책임을 맡았으니 종교인이라는 사람, 성직자라는 사람부터 근본자세를 바로 잡아서 참다운 정신적 지도자가 될 수 있어야한다’ 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님은 양심인이다.
‘불교에는 구원이란 없다. 원래 구원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함이다.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셔라, 모든 존재를 부모로 섬겨라, 모든 존재를 스승으로 섬겨라, 불공(佛供)이란 남을 도우는 것이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받드는 것이 참 불공이다. 자기를 비우고 남을 존경하자, 거울에 묻은 때는 욕심 때문에 묻어 있는 것이니까, 욕심을 버리자, 욕심을 버리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남을 도운 다는 말이다, 자꾸 남을 돕는 생활을 하자, 욕심이 다 없어져 버리면 마음 거울에 때가 하나도 없어지고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해질 것이다.’
스님의 진정한 면모이다. 스님은 겸손하다. 한국의 선승(禪僧) 큰스님 성철 스님!
치열하고 엄격한 수행의 신화가 전설처럼 풍미하되 결코 거짓 없어 도전할 자 없는 독보적인 진인(眞人)!
실참 실수(實參 實修)로 수행의 신가풍(新家風)을 세운 어른!
가야산 호랑이라는 별호가 무색할 만치 스님의 가르침은 겸손하고 낮다. 책을 자세히 보면 전편에 흐르는 겸손과 하심(下心)을 자주 보게 된다. 참으로 큰사람의 모습이다. 털끝 가식도 없이 군더더기 다 녹아 버린 그 모습은 간소한 의·식·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기를 온전히 비우고 남을 존경할 때, 모두가 본래 부처, 그러니 본래면목(本來面目)일 뿐 참모습인 무심(無心)의 실증(實證)이다.
Here And Now !
여기서 우리는 경전을 중심한 불교의 대중교화 방법에 있어서 스님의 방법론을 이해할 수 있다. 이론적 토대와 함께 자신의 초인적(超人的)인 수행을 접목하여 이른바 실증논적(實證論的) 방법을 구축하였으니 독자들은 감화(感化)하고 설득되고 절복된다. 스님의 시도는 쓸모없는 부정이 붙을 수 없어 여법(如法)하고 시의적절(時宜適切)하며 독자적이다. 이를 보면, 경전 자체가 중생교화의 교과서이며, 거룩한 수행은 참고서 같은 효과를 갖춘 방법론이라고 함에 이의(異議)가 있을 수 없다.
Here And Now(지금 여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적정한 장소를 찾지 말고, 아직은 부족하다고 망설이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오직 자기를 바로 보면서. 주저하지 말고, 인색하지 말고, 냉소하지 말고, 비판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오직 자기를 바로 보면서.
소극적에서 능동적으로, 이론보다는 실천으로 오직 지금 여기에서 자기를 바로 보면서. 나 아닌 남을 위하여, 오직 그들을 위하여 살아가자는 스님의 사자후(獅子吼)에 절복(折伏)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이 희원하는 희망의 나라 우리가 꿈꾸는 행복의 나라는 Here And Now! 지금 여기에.
“치열한 구도 깊은 감동 와”
일반부 당선 현찬 스님
“성철 큰스님의 전설과도 같은 초인적인 수행, 『자기를 바로 봅시다』에서 보이는 고결한 사상과 치열한 구도정신, 독특한 가풍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본지와 동국역경원이 주관한 제5회 불서독후감 공모에서 ‘Here And Now(지금 여기에)’로 일반부에 당선된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현찬〈사진〉 스님. 스님은 성철 스님의 법어집이 가슴에 남긴 울림을 어떻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안됐다.
“성철 큰스님의 사상은 현재 우리들이 풀기 어려운 이상과 현실의 괴리까지 꿰뚫어 보셨습니다. 큰스님의『자기를…』에서 명료하게 드러나는 실참 실수의 수행가풍 가르침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옮기고 실천해야합니다.”
중앙승가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스님의 복지에 대한 신념은 성철 스님의 ‘남을 위한 삶’이라는 사자후와 무관하지 않다. 스님은 “승가에서 복지는 시대적 과업이며 복지의 궁극적 가치는 불교의 이상과 같다”며 “사회복지라는 큰 바다에서 불교는 명상, 참선, 요가 등 무궁무진한 실천방법론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승가는 불교적 마인드로 시대의 요청인 복지사회구현에 앞장서 실천해야 겠다”고 덧붙였다.
“성철 큰스님의 저서가 부족한 독후감으로 조명돼 기쁘다”는 간단한 소감을 밝힌 스님은 독후감 당선 상금을 지구촌공생회에 모두 보시했다.
최호승 기자
법보신문 872호 [200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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