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선사상

이 시대 한국불교에서 영원한 종정으로 각인된 성철 스님은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뛰어난 선사로서 뿐만 아니라 탁월한 사상가로 꼽히고 있다.

스님은 불립문자를 표방하는 선종에서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선승으로서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역설적이게 어느 교학승 못지않게 많은 저술을 남겼고 스스로를 ‘다독주의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스님은 철저한 수행과 실천, 자신의 견성체험을 바탕으로 한 법문과 저술 등을 통해 근현대 한국불교가 나아갈 바를 제시했으며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선불교의 정통성 확립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때론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고, 주장하는 바는 곧 불교계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등 스님의 행적 하나하나가 한국 근현대불교의 역사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대중적 스타가 된 스님의 선사로서의 행적과 대중적 접근은 다양하게 시도돼 생애나 일화 등을 다룬 책들이 여러 종 출판되었고, 스님의 사상을 고찰하는 학술논문 역시 다양하게 발표됐다. 하지만 이들 책과 논문 대부분이 특정 주제에 한정되거나 단편적인 접근에 머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성철선사상-돈오돈수와 중도·영원에서 영원으로-’는 세간에 널리 알려진 스님의 선사상이 성립하게 된 사상적 배경과 수증관 및 견성관 등을 총체적으로 고찰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동국대에서 불교학 석사, 부산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 도대현이 그동안 성철 스님 연구에 천착해온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스님의 선사상 핵심이 ‘돈오돈수(頓悟頓修)와 중도(中道)’에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선종사에서 성철 선사상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깨침의 확실한 기준과 한국 선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으로, 선의 바른 길은 돈오돈수라는 수증관(修證觀)을 밝힌 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론은 이미 알고 있듯, 보조 지눌의 돈오점수설에 대해 한국 선불교의 정법의 맥을 끊어놓았다는 냉철한 비판으로 이어져 ‘돈점논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선사로서 성철 스님의 행(行)은 현대 한국불교의 사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사상적, 역사적, 실천적, 개념적, 논리적 측면에 걸쳐 성철 스님의 선사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성철 스님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고, 그런 이유로 스님의 선사상에 대해 고찰하는 일은 바로 근현대 한국불교의 선사상에 대한 고찰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