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원신부 : 간화선 통해 참그리스도인 삶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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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6-04 16:45 조회16,059회 댓글0건본문
간화선 통해 참그리스도인 삶 찾아
가톨릭 서 명 원 신부
불교를 사랑한 이웃 종교인들
[새해특집] 김경재목사-박청수 교무-서명원 신부-이찬수 원장
기사등록일 [2008년 01월 03일 목요일]
종교는 인간이 우주의 진리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자신의 믿음과 다른 이름을 가진 이웃 종교인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신념으로 인해 때로는 적이 되기도, 때로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신년특집 ‘불교를 사랑하는 이웃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의 성직자로서 불교인들과 깊은 소통을 나눈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찾아가는 진정한 세계를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된 기획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종교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과 내 안의 진리를 밝히기 위한 구도 수단이자, 영혼을 키우는 바다다. 편집자 주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간화선, 그리고 성철 스님.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셋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것을 100%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듯이, 나에게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들을 설명할 수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서명원 신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강대 종교학과에서 불교철학을 가르치는 서명원(본명 Bernard Senecal) 신부는 예수회 소속의 수도자이다. 그는 매일 간화선 수행을 하고, 성철 스님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개량한복을 입고 서강대에서 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84년 여름 서강대 한국예수회 초청으로 방한했을 당시 진정한 한국문화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불교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1990년 사제품을 받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가 파리7대학 동양학과에서 한국문화를 공부했다. 석사논문은 구산 스님에 대해 썼다. 그리고 구산 스님의 제자였던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송광사 수행기 『파란 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를 통해 성철 스님을 알게 되었다. 돈점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10여년간 성철 스님의 저서들을 연구한 그는 2005년 파리 7대학에서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全書)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10여년간 빼곡이 주를 달면서 공부해온 『선문정로』, 『육조단경』 같은 성철 스님의 저서들은 수십번 형광펜으로 덧칠해져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성철 스님, 그리고 한국불교와의 만남은 그에게 “너무 어려운, 그러나 너무 행복한” 여정이었다.
그는 불교를 이야기하면서 복음서 속 예를 들었고, 예수에 관한 이야기하면서 불경 이야기를 함께 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그리스도인임을 자인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는 기독교인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왜 그에게서는 자꾸 불교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스도인으로서 도리를 잊은 게 아닙니다. 불교를 통해 기독교 성직자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기독교를 심도 깊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그를 통해 내 본래의 종교를 훨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매일 간화선 수행을 한다. 화두를 깨치기 위해 10여년간 수행을 해왔다는 그는 “간화선을 통해 도달하는 세계가 바로 예수의 영적 세계로 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언어도단”이라는 미소 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서 신부는 진정한 종교란 ‘보살심’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것, 다들 부처가 되길 간절히 발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입니다. 기독교에서 자기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말 또한 불교의 보살심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데 자기가 드러날 필요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놓을 뿐 자신을 앞세울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는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가톨릭은 불교를 연구하고, 불교는 또 가톨릭을 연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그때 비로소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각각 기독교인과 불교인인 한국은 두 종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 깊은 영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인류 전체에 이바지 할 수 있고요. 그러려면 서로를 알아야 하지요. 저는 신학을 전공하는 스님들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깊이 알면 존경하게 되고 배우고 나누면서 풍요롭게 되지요.”
인터뷰 내내 서명원 신부는 무척 밝고 진지하고 유쾌했다. 서명원이라는 이름은 1986년 당시 서강대 총장이었던 서인석 신부가 ‘천천히 빛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배웅을 하면서 ‘성불하십시오’라며 합장하는 서명원 신부. 마치 선방에서 만난 도반처럼 느껴지는 그의 푸른 눈이 깊고 정직하게 그리고 천천히 빛나고 있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가톨릭 서 명 원 신부
불교를 사랑한 이웃 종교인들
[새해특집] 김경재목사-박청수 교무-서명원 신부-이찬수 원장
기사등록일 [2008년 01월 03일 목요일]
종교는 인간이 우주의 진리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자신의 믿음과 다른 이름을 가진 이웃 종교인들을 만나곤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신념으로 인해 때로는 적이 되기도, 때로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신년특집 ‘불교를 사랑하는 이웃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의 성직자로서 불교인들과 깊은 소통을 나눈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찾아가는 진정한 세계를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된 기획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종교는 타인과 나를 구분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본질과 내 안의 진리를 밝히기 위한 구도 수단이자, 영혼을 키우는 바다다. 편집자 주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간화선, 그리고 성철 스님.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셋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것을 100%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듯이, 나에게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들을 설명할 수도,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서명원 신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강대 종교학과에서 불교철학을 가르치는 서명원(본명 Bernard Senecal) 신부는 예수회 소속의 수도자이다. 그는 매일 간화선 수행을 하고, 성철 스님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개량한복을 입고 서강대에서 불교를 강의하고 있다.
84년 여름 서강대 한국예수회 초청으로 방한했을 당시 진정한 한국문화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불교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1990년 사제품을 받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가 파리7대학 동양학과에서 한국문화를 공부했다. 석사논문은 구산 스님에 대해 썼다. 그리고 구산 스님의 제자였던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송광사 수행기 『파란 눈 스님의 한국 선 수행기』를 통해 성철 스님을 알게 되었다. 돈점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10여년간 성철 스님의 저서들을 연구한 그는 2005년 파리 7대학에서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全書)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10여년간 빼곡이 주를 달면서 공부해온 『선문정로』, 『육조단경』 같은 성철 스님의 저서들은 수십번 형광펜으로 덧칠해져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성철 스님, 그리고 한국불교와의 만남은 그에게 “너무 어려운, 그러나 너무 행복한” 여정이었다.
그는 불교를 이야기하면서 복음서 속 예를 들었고, 예수에 관한 이야기하면서 불경 이야기를 함께 했다. 그럼에도 그는 스스로 그리스도인임을 자인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간다는 점에서 그는 기독교인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왜 그에게서는 자꾸 불교인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스도인으로서 도리를 잊은 게 아닙니다. 불교를 통해 기독교 성직자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기독교를 심도 깊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아주 좋은 친구입니다. 그를 통해 내 본래의 종교를 훨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매일 간화선 수행을 한다. 화두를 깨치기 위해 10여년간 수행을 해왔다는 그는 “간화선을 통해 도달하는 세계가 바로 예수의 영적 세계로 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언어도단”이라는 미소 섞인 답변만 돌아왔다. 서 신부는 진정한 종교란 ‘보살심’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것, 다들 부처가 되길 간절히 발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입니다. 기독교에서 자기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말 또한 불교의 보살심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는 데 자기가 드러날 필요는 없습니다. 부처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내놓을 뿐 자신을 앞세울 필요는 없는 것이죠.”
그는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가톨릭은 불교를 연구하고, 불교는 또 가톨릭을 연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그때 비로소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각각 기독교인과 불교인인 한국은 두 종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더 깊은 영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인류 전체에 이바지 할 수 있고요. 그러려면 서로를 알아야 하지요. 저는 신학을 전공하는 스님들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깊이 알면 존경하게 되고 배우고 나누면서 풍요롭게 되지요.”
인터뷰 내내 서명원 신부는 무척 밝고 진지하고 유쾌했다. 서명원이라는 이름은 1986년 당시 서강대 총장이었던 서인석 신부가 ‘천천히 빛을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배웅을 하면서 ‘성불하십시오’라며 합장하는 서명원 신부. 마치 선방에서 만난 도반처럼 느껴지는 그의 푸른 눈이 깊고 정직하게 그리고 천천히 빛나고 있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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