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 스님의 스승이야기 - <흠모> 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4-15 13:54 조회16,611회 댓글0건본문
모든 스승들은 지극정성 골수를 전했다유철주 지음 <흠모>…스물한 분이 들려주는 ‘나의 스승’ | |
|
승인 2014.04.14 21:13:55 |
정성운 기자 |
부모와 자식만큼 큰 인연이 스승과 제자이다.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 깨달음은 빛은 스승에서 제자에게 전해지면서[師資相承] 오늘에 이르렀다. 불교의 빛과 법(法)은 그렇게 2500년을 이어져왔다.
우리 시대의 스승인 스무 명의 스님과 한 명의 재가수행자가 자신들의 스승인 탄허스님, 지관스님, 대은스님, 홍법스님, 법정스님, 금오스님, 관조스님, 청화스님, 김기추 거사, 보문스님, 벽안스님, 서옹스님, 묘엄스님, 광덕스님, 혜암스님, 일타스님, 해안스님, 대행스님, 청담스님, 성철스님을 회고했다. 이들이 들려주는 스승의 모습은 지극한 정성 그대로였다. 골수를 빼어 전했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려준다.
조계종 어장(魚丈, 범패梵唄를 가르치는 스님을 높여서 이르는 말) 동주스님의 은사 대은스님은 제자를 위해 후배에게 절을 올렸다.
“은사스님께서 송암스님을 찾아가 ‘스님이 알고 있는 소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원명(동주)이에게 가르쳐달라’며 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은사스님 나이가 70이 넘었고, 송암스님은 이제 막 50줄에 접어들었는데, 제자의 공부를 위해 후배스님에게 절을 하신 거죠.”
동주스님은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은사스님이 후배스님에게 절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에게 은사인 성철스님은 어떤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을까. “머리만 깎았다고 중 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맞게 살아야 한다. 중은 평생 정진하다가 논두렁 베고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아이가. 중노릇이 쉬운 기는 아니다.” 늘 정진을 강조했던 스님으로 남아 있다.
군종교구장 정우스님은 빛바랜 편지 한 장으로 스승을 되새겼다. 74년 1월 18일, 은사인 홍법스님이 군 복무 중인 정우스님을 격려하는 짧은 편지다.
“…念念普提心(염념보리심)하면 處處安樂國(처처안락국)이니 佛子의 본분을 護持(호지)하여 淸淨을 汚染치 말고 명예롭게 歸寺를 고대한다. 여기는 눈이 많이 내려 月白雲白天地白한대 山深夜深汝思深이라 한결 너 모양이 비치는구나. 말로써 무슨 위안이 되겠느냐. 이만 줄인다.”
“무뚝뚝하시지만 상좌를 챙겨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어요. 편지를 받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스승 없는 시대라는 말은 수정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혹, 흠모의 마음을 잃어버리고서는 스승이 없다고 탓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다가 스승의 마음을, 부모의 애틋함을 헤아리는 당연한 도리를 놓고 있지 않았는지 문득 되돌아보게 한다.
오래 전 읽었던 김성동의 어느 소설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마당의 풀을 뽑으라고 일렀다. 동자승은 풀을 뽑다말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노승이 야단을 쳤다. “제 손이 이렇게 아픈데 풀은 오죽하겠어요.” 노승은 속으로 외쳤다. “대기(大器)로다, 대기로다.” 찬찬히 살펴 그 그릇을 알아 가르침을 주는 노승의 마음이 스승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은이 유철주는 2003년 부처님 품 안에 들어와 조계종 기획실, 현대불교신문 편집국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백련불교문화재단 기획팀장 겸 선(禪) 전문지 월간 <고경>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불교 어른스님 열여덟 명의 삼과 수행 이야기를 담은 <산승불회>,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 스님 19명을 인터뷰한 <진광불휘>가 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