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남긴 법어 선별해
그림과 함께 작품에 수록
열반 당시 ‘보도 사진’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은 30일 개막해 오는 9월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성철스님 열반 20주기 추모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특별전에서 서화를 전시하는 김양동 교수의 ‘지상의 옷 한 벌 |
한 평생 올곧은 수행으로 한국불교의 큰 족적을 남긴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1912∼1993)의 가르침을 재조명하는 서화전과 보도사진전이 함께 열려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스님)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30일 개막해 오는 9월1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성철스님 열반 20주기 추모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원로작가인 김양동 계명대 미술대학 석좌교수가 성철스님의 법어를 서화로 표현한 작품 41점을 선보인다. 또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등 일간지에서 1993년 11월 성철스님의 열반을 촬영한 보도사진 32점이 공개되는 등 예술작품과 사진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전시회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은 “이번 특별전은 성철스님의 열반을 추모하는 행사 가운데 법어를 표현한 서화 작품들은 스님의 가르침을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더불어 20년 전 당시 보도사진을 통해 스님 열반의 자취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서예와 전각, 회화의 조형요소를 통합적으로 혼융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얻고 있는 김양동 교수의 서화전이 주목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전시 작품은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1, 2>, <옛 거울을 부수고 오너라> 등 성철스님의 저서와 불필스님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원택스님의 <성철스님이 들려준 이야기 1, 2>, <성철스님 행장> 등에서 선별한 법문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수년 전 작품을 의뢰받고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큰스님의 법어를 예술로 형상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부담도 컸다”면서 “그럼에도 전시회를 준비하며 스님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는 등 칠십 평생 가장 보람됐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철스님의 다비모습을 촬영한 조선일보 보도사진. 사진제공=조선일보 |
‘지상의 옷 한 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선’ 등 그는 작품에 불교적 상징성이 강한 회화적 이미지를 적절한 법어와 융합해 종교적 선미(禪味)와 도덕적 교육효과를 담고자 했다. 또한 불교적인 색채와 고유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재료인 조선시대 고지와 먹을 주로 사용했으며, 도판각을 이용한 떠냄 기법으로 암각화와 같은 질박미와 민화적인 느낌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그는 “당대 가장 추앙받은 인물 가운데 한 분인 만큼 추상같은 엄격성과 어린애 같은 따스한 인간성 등 한평생 참선의 청정한 극점을 수행한 성철스님의 모습을 최대한 드러내고자 했다”면서 “법어는 글자 수와 선체운용에 한계가 있지만 꾸밈없는 글씨로써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가는 각.서.화(刻書畵) 세 장르의 예술영역을 비빔밥과 같은 조화로운 한국미로 새롭게 표현했다. 암각화와 같은 원시적 각법의 힘과 소박한 민화적 매력으로 성철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현대적 함의를 나타내고자 했다.
미술평론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도각회화로 법문과 글들의 내용을 선미로 표현한 작품 대부분은 고졸(古拙)하고 공적(空寂)한 느낌으로 연속된다”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유명한 법문의 경지에 부합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했다.
[불교신문2941호/2013년8월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