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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의 왕, 임제록   2019-01-28 (월)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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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어록의 왕, 임제록 - 임제의현 스님의 임제록

      

임제스님이 언제 출생하여 몇 세에 돌아가셨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신 연대는 분명하니, 서기로 867년에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100년이 넘었어요. 임제스님이 살던 시대가 중국 불교사에서 보면 어떤 상황이었나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후한(後漢) 명제(明帝) 영평(永平) 10년에 불교가 중국에 처음 들어왔는데 그때가 서기 67년입니다. 그러니 임제스님이 돌아가신 해와 딱 800년 차이입니다. 불법이 중국에 들어오고 500여 년 동안은 인도에서 부처님 경전을 가져와 번역을 주로 하던 시대입니다. 이 번역의 시대를 거치면서 불교는 중국에 정착하게 됩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지 약 500여 년부터 임제스님 때까지 약 300년 동안은 교학 불교가 크게 흥성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종파를 보면 첫째는 천태지자(天台智者) 대사의 천태종, 둘째는 현장(玄奘) 법사의 법상종, 셋째는 현수(賢首) 법사의 화엄종, 넷째는 불공(不空) 삼장의 밀종, 다섯째는 남산[도선(道宣)]의 율종 등 교가(敎家)로서는 그 다섯 종()이 천하에 흥성했고, 선종(禪宗)은 달마대사가 전한 이래로 육조혜능 대사 이후 마조(709?~788) 시대에 이르러 크게 흥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라 천태지자 대사로부터 시작해 당()나라 중엽까지 교가의 위의 다섯 종파와 선종을 포함한 여섯 종이 흥성했습니다.

그러나 성당(盛唐) 현종(玄宗, 재위 712~755) 말기에 일어난 안사(安史)의 반란(755~763)을 계기로 종래의 귀족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하자 상층 귀족은 기존의 지배력을 잃고 새로운 사회의 실권은 토착 지방 관리들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임제스님이 태어난 때는 대략 9세기 초엽으로, 당나라의 명운이 다해가던 시기에 해당합니다. 환관들이 저지른 정권 농단과 파벌항쟁으로 내정의 황폐가 극에 달해 조정의 명령은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번진(藩鎭)이라 불리는 지방 군벌의 독재정권이 대두해 서로 패권을 다투었습니다. 하극상적인 권력투쟁이 되풀이되었고, 농민과 병사의 반란이 거의 해마다 일어났습니다. 임제스님의 포교지였던 하북(河北)도 하북삼진(河北三鎭: 范陽·成德·天雄)의 번진 가운데 하나로 임제스님은 성덕진이라는 곳에서 머물게 됩니다.

후에 임제장군(臨濟將軍)이라고 평해질 만큼 역동적이고 시원시원한 임제의 선풍(禪風)은 하북의 번진인 신흥 무인사회 통치자들이 주요 설법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낡은 전통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통치자로서 자기 권위를 확립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와는 별개의 새로운 문화 형성을 필요로 하였던 무인집단들을 대상으로 설법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임제스님은 후에 보는 것과 같이 인간을 향한 대긍정과 자유의 교의를 체득하여 기막히게 훌륭한 법문을 펼쳤는데 그 지방 사람들이 알아듣기 쉬운 토속적인 언어로 사용했습니다. 중국 조사들의 말씀 외에 법화경, 유마경, 화엄합론, 법원의림장등의 경전과 논서도 임제스님이 자주 인용하신 것으로 보아 경·논에도 조예가 깊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임제스님이 황벽스님 문하에 찾아간 때를 25, 26세 무렵이라고 추측할 때, 하북의 진주로 돌아간 시기는 당 무종(武宗) 회창(會昌) 연간(841846)의 불법사태(佛法沙汰)가 지난 대중(大中) 7(853) 이전으로 임제스님의 나이 30세 후반 즈음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원화(元和) 연간(808~820)에 출생하여 50여 세의 비교적 짧은 생애를 살다 867년에 열반에 드셨다고 하겠습니다.

중화제국이 불국세계라고 할 만큼 흥성했다고 할 수 있는데 당 무종 황제의 회창 연간(841~846)에 불법사태를 만났습니다. 천하의 절들이 다 파괴되고 비구비구니 스님들이 모두 강제로 환속되었으며, 청동으로 만든 불상과 불구들도 훼손되어 농기구 등으로 변했고, 경전은 전부 불태워졌습니다. 불법이 여지없이 망하게 되어버린 차에 무종이 죽고 삼촌인 대중천자(大中天子), 즉 선종(宣宗, 재위 846~859)이 즉위해 불법을 다시 크게 일으킵니다.

선종(宣宗)과 관련해서는 그 당시 역사를 좀 알아야 합니다. 헌종(憲宗, 재위 805~820)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목종(穆宗, 재위 820~824) 이항(李恆)과 대중천자 선종 이침(李忱)입니다. 목종은 장경(長慶) 4년에 붕어하고 슬하에 아들 셋을 두었는데 경종(敬宗, 재위 824~826), 문종(文宗, 재위 826~840), 무종(武宗, 재위 840~846)이 그들입니다. 경종은 부친의 제위를 계승한 지 2년 만에 역모에 의하여 제위를 빼앗겼고, 이어 문종이 제위를 계승한 지 14년 후에 무종이 즉위하였는데, 무종은 삼촌 이침을 극도로 미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종은 지난 날 이침(李忱)이 장난삼아 용상에 올라간 일에 원한을 품고 그를 때려 후원에 내다 버리고 더러운 똥오줌을 끼얹어 죽이려 했습니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난 이침은 남모르게 황궁을 빠져 나옵니다. 향엄지한(香嚴智閑, ?~898) 선사의 회상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사미가 되었으나 구족계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뒤에 염관제안(鹽官齊安, 750?~842) 선사의 회상에서 서기 소임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 황벽희운(黃檗希運) 스님이 그곳의 수좌로 있었습니다. 훗날 대중천자가 되는 이침이 사미 신분으로 서기를 보다 황벽스님에게서 뺨을 세 차례나 맞는 일이 이때 벌어집니다.

이침(李忱)은 그렇게 사미로 절에서 살다 조카인 무종이 죽자 대궐로 복귀해 천자의 자리에 오릅니다. 소위 대중천자(大中天子)인데, 천자가 된 후에 원력을 세우고 불법을 복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힘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원체 타격이 컸던 만큼 불교가 전처럼 완전히 복구되지는 못했습니다. 천태법상화엄밀종율종 등 다섯 교종은 다시는 그전과 같은 성황을 이루지 못하고 거의 괴멸되어 버렸습니다. 오직 선종만은 갑자기 전보다 훨씬 더 흥성하게 되었습니다.

위앙종(潙仰宗)이 제일 먼저 생기고 얼마 안 가 임제종(臨濟宗)이 생기고, 이어 조동종(曹洞宗), 운문종(雲門宗), 법안종(法眼宗)이 생겼습니다. 소위 선종오가(禪宗五家)라 하는 것인데, 교가는 무종의 폐불 이후로는 그전 같은 찬란함을 볼 수 없게 된 반면 선종만은 더 흥성해 온 천하가 선종 일색으로 되어갔습니다.

선종(禪宗)은 당나라 말기, 만당(晩唐) 시대부터 오대십국을 거치며 5가가 천하를 풍미하였습니다. 위앙종은 얼마 못 가서 법맥이 끊어지고, 법안종은 북송 초에, 운문종은 한참 내려오다가 북송 말에 끊어져 조동종과 임제종 두 종파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조동종과 임제종의 상황은 어떠했느냐? 조동종은 교세가 미미한 채로 법맥만 근근이 이어 내려오는 형국으로, 종풍을 크게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오직 임제종만이 성했는데, 그 시대의 한국이나 일본의 큰스님들이 중국에 가 보고는 다른 종은 다 없어지고 임제종 하나만이 천하에 풍미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평했습니다. 결국 선종이 천하를 풍미하는 가운데 오직 임제종이 실질적으로 천하의 제일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는 선종사를 아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다 하는 말인데, 어째서 다른 종은 얼마 안 가 다 끊어져버리고 조동종은 있다고 해도 미미하고, 임제종 하나만이 그대로 융성해서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임제종 일색으로 풍미하게 되었는가 말입니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임제스님 종풍이 누가 보든지 도저히 어느 종파든 따라갈 수 없는 독특한 종풍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도인이 나도 천하에 제일등 대종사들이 나지 시시한 종사는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제스님 위로 보아도 마조, 백장, 황벽스님과 같이 천하 일등 대종사들이 계계승승(繼繼承承)해 임제스님에게 법이 전해진 것입니다. 그렇게 대종사들이 끊이지 않고 법을 이어 대대로 내려왔으니 그 종파가 성장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냥 어찌 하다 보니 임제종이 성한 것이 아니고 종풍이 근본적으로 천하를 지배하고 불교 생명을 이어나갈 만한 실질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가 다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임제록은 우리 불교에서만 권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사대귀서(四大貴書)에 들어갑니다. 좋은 책 중에 가장 좋은 책 네 종을 꼽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임제록입니다. 어느 종교가나 철학자가 보든지 간에 임제록은 세계적으로 권위가 높은 어록입니다. 그러니 임제종이든지 조동종이든지 무슨 종에 속하든지 간에 우리 선가(禪家)에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임제록쯤은 알아야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임제록이 널리 보급이 잘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임제록을 좀 설명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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