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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가야산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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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1997 년 12 월 [통권 제8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8,256회  /   댓글0건

본문

 

일체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발원! 크게 빛나소

 


수시
‘이(以)’자도 이루지 못하고 ‘팔(八)’자도 옳지 않나니
까마귀 머리에 뱀 꼬리요, 뱀 꼬리에 까마귀 머리로다.
섣달 그믐 날이요 정월 초하루니
푸른 하늘에 빛나는 해요, 한밤중에 된 서리로다.
중니(仲尼)는 망연하여 입을 열지 못하고
싯달(悉達)은 빙그레 웃으며 가슴을 가리키네.

 

천길 물결 밑에서 고기는 달을 물고
만길 절벽 위에서 범은 휘파람 분다.

 

고칙

경청스님(주1)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새해에 불법(佛法)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느니라.”
“어떤 것이 새해의 불법입니까?”
“새해에 복 많이 받아라.”
“스님께서 대답해 주신데 감사합니다.”
“경청이 오늘 실수하였노라.”

 

착어

불이 벌건 화로에 찬 얼음이 얼었구나.

 

고칙

또 명교스님(주2)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새해에 불법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느니라.”
“해마다 좋은 해요 날마다 좋은 날이거늘 어째서 없다 하십니까?”
“장서방이 술을 마시는데 이서방이 취하네.”
“늙고 점잖은 이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다.”
“명교가 오늘 실수하였노라.”

 

착어

눈 덮인 산이 맹렬한 불꽃을 토한다.

 

해설

두 늙은이가 한 사람은 남섬부주(주3)를 향해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고,
한 사람은 북구로주(주4)에 있으면서 햇빛 속에서 칼춤을 춘다. 문득 한 방에서 서로 만나 손뼉 치며 크게 웃으니, 상서로운 빛은 푸른 하늘 밖을 바로 뚫고, 자줏빛 구름은 온 세계를 두루 덮는다.

 

송 

심문 분선사(주5)가 송하였다.
“칠보 보배 잔으로 포도주를 마시고
금화지(金華紙) 위에다 청평사(淸平詞)(주6)를 쓴다.
봄바람 고요한 집에 보는 사람 없으니
한가한 임금이 옥피리 부네.”

 

착어 

이 일은 그만두고 섣달이 다함에 송구영신(送舊迎新)하니
한마디 말을 어떻게 이르겠는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하였다.)

 

송 

부자는 천 명 식구도 적다고 싫어하고
가난한 사람은 한 몸도 많다고 한탄하느니라.

 

주 

1) 경청도부(鏡淸道 :864∼937): 설봉 의존(雪峰義存)의 법제자.
2) 명교사관(明敎師觀:1143∼1217): 임제종 양기파 스님. 대홍조증(大洪組證)의 법제자.
3) 남섬부주(南贍部洲): 고대 인도의 우주설에 의하면 세계의 중앙에 수미산이 있고, 그 아래로는 지륜(地輪) 수륜(水輪) 풍륜(風輪)이 겹쳐 있고, 산의 주위에는 구산팔해(九山八海)가 교호(交互)하며, 제일 바깥 바다 가운데 사대주가 있는데 인간이 산다고 하는 남쪽 섬을 말한다.
4) 북구로주(北俱盧洲): 수미산의 사대주 가운데 중생의 수명이 천년이라고 하는 북쪽 섬을 말한다.
5) 심문담분(心聞曇賁): 생몰연대 미상. 임제종 황룡파 스님, 육왕 개심(育王介心)의 법제자.
6)청평사(淸平詞): 당 현종이 양귀비와 침향정에서 모란을 감상하며, 이태백에게 명하여 악부의 하나인 청평조에 맞추어 지은 삼장으로 된 시이다.

 

<사자후원문 : 鏡淸新年>

以字不成이요 八字不是니 烏頭蛇尾오 蛇頭烏尾로다 臘月三十이요 新正元旦이니 靑天白日이요 夜半濃霜이로다 仲尼는 茫然不開口하고 悉達은 莞爾笑點胸이로다
千尋浪底에 魚啣月이요 萬 崖頭에 虎嘯風이로다 鏡淸이 因僧問호대 新年頭에 還有佛法也無아 淸이 云 有니라 僧云 如何是新年頭佛法고 淸云 元正啓祚로다 僧云 謝師答話니이다 淸云 鏡淸이 今日에 失利로라하니 師云 紅爐에 結寒氷이로다 又明敎因僧問호대 新年頭에 還有佛法也無아 敎云 無니라 僧云 年年是好年이요
日日是好日이어늘 爲什 無오 敎云 張公이 喫酒에 李公醉니라
僧云 老老大大가 龍頭蛇尾로다 敎云 明敎가 失利로라하니
師云 雪岳이 吐猛焰이로다 兩箇老漢이 一人은 向南贍部洲하야 月下에 彈琴하고 一人은 在北俱盧洲하야 日裏에 舞劒이라 忽然一室에 相會하야 撫掌大笑하니 瑞光은 直透靑 外하고 紫雲은 遍覆塵沙界로다 心聞賁이 頌曰 七寶盃酌葡萄酒하고 金華紙寫淸平詞로다 春風靜院에 無人見하니 閑把君王玉笛吹라하니 師云 是事는 且置하고 臘月이 已盡에 送舊迎新하니 一句를 作麽生道오 良久云 富嫌千口少하고 貧恨一身多니라 卓 杖一下하고 遂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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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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