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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마음의 구성과 작동원리 - 육위심소와 변행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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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  2020 년 3 월 [통권 제83호]  /     /  작성일20-06-12 10:34  /   조회6,62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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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 성균관대 초빙교수 

 

우리는 평소 ‘마음이 중요하다’라거나 ‘마음만 받겠다’는 등의 표현을 곧잘 쓴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이 성립하고 작동하는 원리와 과정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설명하는 것이 인도불교의 유식학이고, 중국불교의 법상종이다. 오늘은 유식학의 육위심소를 통해 마음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단계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식사상에 대한 백일법문의 설명은 현장의 『팔식규구(八識規矩)』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팔식규구』는 유식학의 핵심을 간추린 것으로 마음[識]의 구성에 대해 전5식・제6식・제7식・제8식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성철스님은 『팔식규구』를 설명하기에 앞서 육위심소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팔식규구』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려면 육위심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을 구성하는 6가지 심리작용[六位心所]

 

육위심소(六位心所)란 찰나에 명멸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수반되는 여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을 말한다. 마음은 여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백일법문에서는 감산(憨山) 스님이 집필한  『백법명문론논의』를 바탕으로 육위심소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책은 세친이 쓴  『대승백법명문론』에 대한 주석서이다. 따라서 육위심소설은 인도 유식학의 제2기에 해당하는 세친의 학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식학에서 마음은 심왕과 심소로 크게 구분된다. ‘심왕(心王, citta)’이란 마음의 근간적 부분으로 아뢰야식을 비롯한 여덟 가지 식(識)을 말한다. 8식으로 구성된 심왕은 마음의 주체(主體)이자 근간이 됨으로 달리 ‘지(地, bhūmi)’로 표현한다. 지는 ‘장소’ 또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심왕의 영토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음이라는 영토 위에서 선(善), 불선(不善), 무기(無記)와 같은 갖가지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반면 ‘심소(心所, caitta)’는 ‘심소유법(心所有法)’의 준말로 ‘마음이 소유한 법’이라는 뜻이다. 심소는 심왕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종속적인 심리작용이기 때문이다. 심왕이 마음이라는 영토를 관장하는 왕이라면 심소는 마음의 영토에 살아가는 신하에 비유된다. 그래서 법상종에서는 심소법은 심왕이 지어낸 것이며 마음에 종속된 것으로 보았다.

 

세친은 심왕에 수반되는 심리작용인 심소법을 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데 이를 육위심소라고 한다. 마음의 부림을 받는 여섯 가지 범주의 심리작용이라는 의미인데, 이 여섯 가지 범주는 다시 51가지의 심리작용으로 세분된다. 성철스님은 이와 같은 육위심소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전제되어야 『팔식규구』를 공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테면 육위심소는 법상유식을 이해하기 위한 예비적 지식으로 보았던 것이다.

 

육위심소에서 말하는 여섯 가지 큰 범주와 그에 수반되는 51가지 세부적 심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변행심소(邊行心所) 5가지, 둘째 별경심소(別境心所) 5가지, 셋째 선심소(善心所) 11가지, 넷째 번뇌심소(煩惱心所) 6가지, 다섯째 수번뇌심소(隨煩惱心所) 20가지, 여섯째 부정심소(不定心所) 4가지가 그것이다. 여기서 변행심소는 마음이 작용하는 다섯 단계의 과정으로 마음의 근간이 된다. 별경심소는 대상을 조건으로 하여 선업과 악업을 짓는 심리작용이며, 선심소는 착한 심리작용, 번뇌심소는 번뇌를 일으키는 심리작용, 수번뇌심소는 번뇌심소에 종속되어 번뇌를 유발하는 심리작용, 부정심소는 선악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심리작용을 의미한다. 이들 내용은 다소 복잡함으로 이번호에서는 마음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다섯 단계의 과정인 변행심소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마음작용의 다섯 가지 근간[邊行心所]

 

육위심소의 첫 번째는 다섯 가지 변행심소이다. 감산은 다섯 가지 변행에 대해 “삼성(三性)과 팔식(八識)과 구지(九地)와 일체의 시간[一切時]에 두루한 것”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변행(遍行)’이란 ‘두루 작용한다’ 또는 ‘항상 같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마음이 일어날 때면 어김없이 ‘항상 작동하는’ 심리작용이 변행심소이다. 여기서 ‘항상 작동함’이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영역으로 세분됨으로 변행은 ‘네 가지 일체[四一切]’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첫째 일체성(一切性)으로서 일어나는 마음이 선(善)과 불선(不善) 그리고 무기(無記)라는 세 성질[三性]에 상관없이 늘 작용하는 심소라는 뜻이다. 선한 마음이든, 악한 마음이든, 선악에 포함되지 않는 마음이든 상관없이 마음이 작동할 때면 늘 함께 수반되는 심리작용을 말한다.

 

둘째 일체지(一切地)로서 9지(九地) 또는 3지(三地)에서 늘 일어나는 심소를 말한다. 구지란 삼계구지(三界九地)의 준 말로 중생들이 살아가는 장소나 수행 계위를 뜻한다. 따라서 욕계의 낮은 차원의 마음이든 무색계와 같이 높은 차원의 마음이든 마음이 작동할 때 항상 동반되는 심리작용을 말한다.

셋째 일체시(一切時)로서 마음이 작동할 때면 과거이든, 현재이든 미래이든 언제나 변행심소가 동반됨을 말한다.

 

넷째 일체구(一切俱)로서 마음이 작동할 때 작의(作意), 촉(觸), 수(受), 상(想), 사(思)라는 5가지 단계별 작용이 동반됨을 뜻한다.

이처럼 변행심소는 선악, 장소, 시간, 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마음(심왕)이 일어나면 언제나 함께 작동하는 심리작용을 말한다. 변행심소는 심왕과 떼려야 뗄 수 없이 항상 수반됨으로 마음의 본질적 작용인 동시에 생래적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변행이 작동하는 다섯 단계

 

변행심소의 작동은 의(意), 촉(觸), 수(受), 상(想), 사(思)라는 다섯 단계에 걸쳐 작동한다. 이 다섯 영역은 마음이 대상을 인지하여 어떤 인식이 성립하고, 그것에 의해 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감산의 설명에 의하면 ‘의(意)’란 ‘마음이 일어나고 생각이 움직이는 시초(生心動念之始)’라고 했다. 마음이 작동함에 있어서 ‘한 생각의 일어남’이 먼저 전제됨으로 ‘의’는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로서 의미를 가진다.

 

다음 단계는 ‘촉(觸)’이다. 감산은 촉에 대해 ‘마음을 이끌어 경계에 나아감(引心趣境)’이라고 설명했다. 인식의 주체인 마음을 움직여 대상으로 향하게 하고, 대상과 만나게 하는 단계가 촉이다. 이 단계에서 주관과 객관이라는 능소(能所)가 발생한다. 촉은 능의 관점에서 마음을 움직여 경계라는 객관대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수(受)’인데 감산은 ‘경계의 모습을 받아들임(含受境相)’이라고 해석했다. 객관대상으로 향한 마음이 대상의 정보를 받아들여 지각하는 단계이다. 성철스님은 촉이 능의 입장에서 표현한 것이라면 수는 소(所)의 입장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여기서 능소는 아뢰야식 상태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작용이기 때문에 범부가 인식할 수는 없다.

 

다음 단계는 ‘상(想)’으로 감산은 ‘자신의 경계를 세워서 명언을 시설함(安立自境施設名言)’이라고 했다. 객관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거쳐 대상을 구별하는 표상(表象)의 단계이다. 대상을 표상하는 과정에 이르면 비로소 명칭과 언어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사(思)’로 감산은 ‘마음을 부려서 선・악업을 짓게 함(驅役自心 令造善惡)’이라고 풀이했다. 대상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근거로 마음을 움직여 선업과 악업 등을 짓도록 하는 단계이다.

 

이상과 같은 과정이 마음이 작동할 때 항상 수반되는 다섯 가지 변행심소이다. 마음이 대상을 보고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의 단계를 절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변행심소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단계적 과정으로 설명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일념(一念)일 뿐이다. 따라서 변행이라는 심리적 과정은 매우 미세하여 범부들은 인지할 수 없다. 성철스님은 자재보살이나 등각(等覺)의 경지에 이른 수행자들도 변행심소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마음의 행상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범부들은 변행심소의 작용에 대해 ‘무심(無心) 상태’로 알 만큼 ‘미세한 작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변행심소의 단계에서 번뇌가 생성되고 선업과 악업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성불하니 견성하니 하는 데 있어 이 근본 오변행이 완전히 뿌리가 빠져 버려야 구경각을 성취하고 진여본성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변행심소와 같은 마음의 작용이 있다면 여전히 “미세혹이 남아 있는 중생일 뿐, 자성을 보았다든가 성불을 했다든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행은 겉으로 드러나는 분노와 욕망 같은 거친 번뇌뿐만 아니라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작용까지 모두 끊는 것이 완전한 해탈이라는 것이 성철스님의 해탈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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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성균관대 초빙교수.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불교평론>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성철사상연구원 연학실장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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