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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건강 기공]
거북이 걸음 같은 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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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  2020 년 2 월 [통권 제82호]  /     /  작성일20-06-09 22:14  /   조회6,39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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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한의학박사 · 동의기공연구원장 

 

옛 절터에 가면 한편으론 안타까우면서도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 폐사지에서 옛 사찰의 모습을 되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솔직히 텅 빈 옛 절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폐사지가 되었겠지만, 옛 절터는 대부분 명당인지라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시때때로 폐사지를 찾아 참배하고 기를 받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집 인근에는 사지寺址가 많다. 성주사지와 보원사지가 지척인데, 옛 사찰의 모습은 찾을 길 없고 단지 사찰의 규모를 짐작케 해 주는 조사의 탑비만이 남아 있다. 성주사지의 낭혜화상탑비(국보 제8호), 보원사지의 법인국사보승탑비(보물 제106호)가 그 옛날의 찬란했던 옛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거북이가 받치고 있는 비석이라도 남아서 옛 모습을 알려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천여 년이 넘는 사찰의 역사를, 고승들의 수행의 발자취를 증명하고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왜 거북이를 비석 받침으로 했는지 알 것 같다. 장수 동물인 거북이 받치고 있으니 저 비석에 새겨진 사찰의 역사, 고승의 자취는 천년만년을 이어 갈 것이라는 염원이 배어나온다.

 

거북이는 매우 신령스런 동물이다. 중국의 신화나 우리나라의 「구지가龜旨歌」, 「해가海歌」 등에도 등장하고, 불경佛經에도 맹구우목盲龜遇木의 비유, 하늘에서 떨어진 거북이 전생담 등의 많은 가르침이 있다.

 

거북이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육지를 오고가는 동물이다. 물속과 땅을 아우르며 살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육각형으로 새겨진 등 껍데기, 용의 얼굴 등 신령스러운 영물로서의 증표를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수많은 수행자들과 위인들의 비석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고, 임진왜란 때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어 이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던 것이다.

 

평소 지론이 “적과의 싸움에서 몸을 방어하는 것도 호신護身이지만 건강을 지키는 것도 호신이다.”라는 것이다. 생로병사,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인간의 근본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불교를 공부하고 쉼 없이 수행하여야 한다. 거북이처럼 남을 해치지 않고 엎드려 하심하며, 비록 토끼보다 느리지만 쉼 없이 움직임으로써 노력의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 거북이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가장 건강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병장수하는 방법으로 지난 제5식 신구잠식神龜潛息에 이어 구포수진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불가기공의 10가지 기본자세에서 구보龜步는 마보馬步, 상보象步, 후보猴步에 이어서 하는 4번째 연속동작이다. 구보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한 다리를 길게 늘이고 한 다리는 구부리는 자세이다. 이 자세는 무술가武術家나 기공가氣功家에서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가라테空手道의 후굴後屈 자세, 무예도보통지의 복호伏虎 자세, 쿵푸[功夫]의 탕랑식(螳螂式, 비껴앉음세), 우슈武術의 장권長拳과 남권南拳, 소림기공少林氣功과 태극기공太極氣功 등 중국의 기공가에서는 부보仆步라 한다. 

 

각각의 문파마다 자세의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기공에서는 자세의 명칭을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하는 동물의 형상을 담아 불가기공의 네 번째 동작을 구보(龜步, 거북이 자세)라 하였다. 이 자세는 무릎 관절의 가동 범위가 크기 때문에 몸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우후보합장(右猴步合掌; 몸의 중심은 왼 뒷다리에 힘을 주어 앉은 자세를 하고 오른 앞다리는 힘을 빼고 발끝만 땅에 대고 합장자세)

 

2. 합장한 손을 연꽃이 피듯이 숨을 들이쉬며 손끝을 벌린 후 다시 숨을 내쉬며 몸을 서서히 좌측으로 돌리며 몸의 중심은 오른다리로 옮긴다. 오른손바닥〔手心〕은 몸쪽을 향하고 왼손바닥은 밖을 향하고 호흡을 3회 한다.

 

3. 왼발을 들어 어깨보다 넓게 서서 숨을 들이쉬며 교차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숨을 내쉬며 손을 벌려 마보馬步 자세를 취한다.

 

4. 다시 무릎을 세우고 양팔을 벌려 머리 위로 올려 양장陽掌하고 호흡을 3회 한다.

 

5.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합장한 후 상보象步자세에서 연이어 좌구보(左龜步; 왼쪽으로 몸을 기울여 한 다리를 길게 늘이고 한 다리는 구부리는 자세)를 한다.

 

6. 반대 동작은 좌구보 자세에서 합장한 손끝을 벌려 돌린 후 왼손바닥은 몸쪽을 향하고 오른손바닥은 밖을 향하고 호흡을 3회 한다. 다시 서서 교차한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숨을 내쉬며 손을 벌려 마보馬步 자세를 취한다.

 

7. 다시 무릎을 세우고 양팔을 벌려 머리 위로 올려 양장陽掌하고 호흡을 3회 한다.

 

8.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합장한 후 상보象步자세에서 연이어 우구보(右龜步;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 한 다리를 길게 늘이고 한 다리는 구부리는 자세)를 한다.

 


 

 

불가기공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철학적·이론적 개념을 성물에 대비하여 실제수련에 이용하는 것이다. 선종에서는 의식을 되돌려 지혜를 만든다고 하였다. 사행생의思行生意라, 생각하면 뜻이 나온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바세계를 고해의 바다라고 하셨다. 우리 삶이 힘겨운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생활 속에서 한 호흡 한 호흡 거센 고해의 바다를 헤쳐 나가는 거북이가 품고 있는 에너지를 느끼는 것 또한 기공이라 할 수 있다. ‘구포수진’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방하착(放下着; 마음을 내려놓아 하심하는 것)하는 것이다. 또는 무심無心으로 하는 유아의 하단전 호흡처럼 의식 없이 움직여 생명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간혹 유아처럼 무심으로 몸이 움직여 건강을 유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행이 깊어지면 만사가 무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불가기공은 심법지공心法之功으로 마음에 공을 들여 행을 하는 공력이다. 선천적으로 거북이는 배와 등이 갑옷으로 무장되어 있어 호신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거북이와 같이 배와 등을 잘 다스리면 건강하고 무병장수하게 될 것이다. 보통 우리는 눈에 보이는 앞모습은 관심을 갖지만 뒷모습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찌 보면 한의학에서도 등에는 12경락 중 유일하게 족태양방광경足太陽肪胱經만이 자리하고 있다. 수기水氣를 다스리는 방광경락은 척추의 중심에 있는 독맥의 양쪽에 배수혈背腧穴이 있는데 이 혈자리는 오장육부를 다스리는 간수, 심수, 비수, 폐수, 신수, 방광수 등 육장육부와 관련된 12개의 수혈이 있다.

 

『소문素問』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는 “열두 기관이 직책職責을 상실하지 안고, 군주君主가 현명하면 백성百姓이 편안하여 양생養生을 하면 장수하여 종신終身토록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다. 등에 있는 배수혈이 오장육부의 균형을 잘 이루어지게 하여 등을 잘 다스리면 만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구포수진은 신체의 사지를 늘려 이완하는 동작으로 신체의 막힌 곳을 뚫어 주는 동작이다. 기분이 나쁘면 호르몬이 적어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긍정호르몬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 태생적으로 근심걱정이 만연해 있는 고해의 바다에서 구포수진(龜匍修進), 거북이와 같이 느리지만, 유유자적하게 나아가는 마음으로 평소에 불가기공을 익히길 적극 권한다. 마음의 평화와 신체 건강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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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원광대 대학원에서 「단전 수련丹田修練과 정기신精氣神에 관한 연구」로 한 의학박사학위(2009)를 취득했다. 84년 격투기 한국무술 최강자, 85년 대한 킥복싱 챔피언, 2006년 일본 공수도 공심회 60 주년 기념대회 한국대표 감독, 2008년 국기원 특별위원회 태권도남북교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전광역시 카라테 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펴낸 책으로는 『활력기공』(예광출판사,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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