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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건강 기공]
제10식 녹극고면(鹿極顧面):사슴처럼 주변 살피는 걷는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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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  2020 년 3 월 [통권 제8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39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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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만성신부전 5기인 어머니를 모시고 두 번째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2018년 가을 중환자실 입원, 가까스로 위기를 넘겨 일반병실로 옮겼다. 담당의사는 신장투석을 권유했다. 그 외에는 병원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바른 판단을 해야 했고, 5남매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어머니는 당뇨합병증으로 고혈압, 심장과 신장이 거의 다 망가진 상태였고, 언제까지 생명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도 신장 투석을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은 신장 투석을 하지 않고 내가 돌보면서 자연치유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자신의 면역력을 길러야

 

  앞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긴 한데, 가끔 내가 운동을 하고, 불가기공을 만들어서 연마한 것이 어머니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기에너지에 대해서 다들 인정하듯이 사람에게도 기(氣, 에너지)가 있다. 나는 온 힘을 쏟아 누워 있는 어머니를 봉양했다. 다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이젠 날마다 어머니와 함께 두 시간씩 기도하며 불가기공을 하고 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는 보도 이전에도 겨울이면 걱정이 많았다. 비록 불가기공으로 기력을 되찾았어도 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감기, 독감이 어머니에게는 치명적이다. 내가 모시고 나서는 다행히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겨울만 되면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고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아내가 A형 독감에 걸려 일주일 간 출근도 못한 적이 있었다. 만성신부전 환자인 어머니는 동네 병원에선 감기약도 처방이 안 된다. 그야말로 감기만 걸려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니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편 아내와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했는데도 독감에 옮지 않은 어머니를 보면서 희망이 생겼다. 아무리 독한 바이러스라 해도 예방을 잘하고, 평소 본인의 면역력을 기르면 바이러스가 침투했더라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 어머니 같은 당뇨, 고혈압, 심장, 만성신부전, 관절염 등 온갖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80대 중반의 노인일지라도 날마다 불가기공을 통해 자신의 몸을 돌보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법

 

온 우주에서 가장 자비로우신 분은 누구인가? 부처님이다. 부처님의 전생담에는 자비와 애민과 희생의 정신이 담긴 내용이 많다. 부처님의 전생담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동물의 특성이 잘 담겨져 있다. 특히 희생과 깊은 사랑에 관한 동물로는 사슴이 자주 등장한다. 구생록九生鹿, 서상록瑞相鹿, 사라바娑羅婆 사슴 이야기, 왕 사슴 이야기, 금빛의 사슴 왕 이야기 등등 …. 그 가운데 자타카 본생담의 「니그로다 사슴왕」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라나시의 브라흐마닷타 왕은 사슴 고기가 없으면 아예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사슴고기를 즐겨 먹었다. 황금빛으로 된 두 마리의 니그로다 사슴 왕과 사카 사슴 왕이 각각 오백 마리씩 사슴들을 거느리고 살고 있었는데, 브라흐마닷타왕은 황금빛 사슴왕을 상서롭게 여기고 두 왕 사슴만 죽이지 않고 매일같이 사슴들을 죽였다. 하루는 새끼를 밴 암사슴을 대신해 니그로다 황금빛 왕사슴이 죽음을 자처하였다. 왕은 니그로다의 말에 감명을 받고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 놓는 모습에 지금까지 자신이 행해온 것이 부끄러웠다. 

  왕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하며 ‘나는 너와 같이 자비심이 많은 자를 보지 못했다. 너로 인해 내 눈이 뜨이는 것 같구나. 너와 암사슴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니그로다 사슴 왕은 브라흐마닷타 왕에게 청하였다. 

  ‘다른 네 발 가진 짐승들은 어찌합니까?’ 

  ‘그들의 목숨을 보호하겠노라.’ 

  ‘두발 가진 새들은 어찌합니까?’ 

  ‘그들의 목숨도 보호하겠노라.’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은 어찌 합니까?’

  브라흐마닷타 왕은 ‘앞으로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사슴은 초식동물로 겁이 많은 동물이다. 인도에서는 겁이 많은 사슴을 마음이 동요하는 것으로 비유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점에도 단점이 들어 있고 단점에도 장점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장점에 더 집중할 것인가, 단점에 더 집중할 것인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된다는 생각이 든다. 겁이 많기에 오히려 더 주변을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불가기공 제10식 녹극고면鹿極顧面, 사슴은 약한 동물이기에 주변을 잘 돌아보며 살피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돌아보는 동작을 녹극고면이라 이름 붙였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 바라보는 동작인 녹극고면, 겉으로는 밖을 잘 살피고 안으로는 내면을 바라보는 수행자의 자세가 깃들기를 바란다. 

 

  사슴은 거북이와 같이 십장생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신령한 동물이다. 무병장수하는 방법으로 사슴자세인 녹극고면鹿極顧面은 불가기공의 10가지 기본자세에서 녹보鹿步는 마보馬步, 상보象步, 후보猴步, 구보龜步에 이어서 하는 5번째 연속동작으로 몸을 옆으로 돌려 한 다리는 틀고 뒷다리는 구부리는 자세이다. 이 자세는 무술가武術家의 가라데空手道는 교차서기, 태권도의 꼬아서기 자세로 볼 수 있다. 쿵푸功夫에서는 쭈워판(坐盤, 틀어앉음세), 우슈武術에서의 장권長拳·남권南拳·소림기공少林氣功·태극기공太極氣功 등 중국의 무술가나 기공가에서는 헐보歇步라 한다. 

 

  각각의 문파마다 자세의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기공에서는 자세의 명칭을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하는 동물의 형상을 담아 불가기공의 다섯 번째 동작을 녹보鹿步(사슴 자세)라 하였다. 이 자세는 무릎 관절을 틀어 주는 동작으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관절에 무리가 없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예비 연습동작을 먼저 한다. 

1. 먼저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180° 돌리고 양팔을 어깨넓이로 벌린다.

2. 왼쪽으로 몸을 서서히 돌리며 오른손이 앞으로, 왼손이 뒤로 가게 한다. 

3. 동시에 앞무릎을 몸에 맞게 구부린다.

 

1. 우귀보합장(右龜步合掌;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여 오른 다리는 구부리고 왼 다리를 길게 늘이고 합장) 자세를 한다. 

2. 합장한 손을 벌려 왼손은 위로 돌려 펼치고 오른손은 아래로 돌려 허리의 장문혈(章門穴) 부위에 댄다. 동시에 오른 무릎을 세운다.

3. 몸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왼발을 180° 돌리고 양장(兩掌)을 밀면서 어깨높이로 벌린다.

4. 양장(兩掌)의 장심(掌心)이 위로 가게 하여 양기(陽氣)를 받아 머리 위에서 합장을 한다.

5. 합장한 손을 가슴으로 서서히 내리면서 양무릎을 구부린다.

6. 합장한 손을 벌려 오른손은 위로 돌려 펼치고 왼손은 아래로 돌려 허리의 장문혈(章門穴) 부위에 댄다. 동시에 양무릎을 세운다. 이어서 전과 반대로 한다. 

 

  이 동작은 몸을 비틀어주는 전사(轉絲; 나선회전운동)운동으로 발목, 무릎, 고관절, 허리, 목, 어깨는 물론 전신의 관절과 근육을 틀어주어 기와 혈류를 극대화 시켜주는  기공법이다. 

 

  『동의보감』에 “도로써 병을 치료한다[以道療病].”는 말이 있다. 태백진인太白眞人은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 마음을 바로잡으면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의 「안마도인」이나 「반운복식」(주: 반운복식은 운기運氣하는 양생법이다. 반운이란? 몸을 건강하게하기 위하여 온몸의 기혈을 잘 돌게 하기 위하여 기를 돌리는 운동을 말하며, 복식이란? 신체에서 나오는 음식의 성질을 가진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이하여 호흡하고 침을 삼키는 것이다.)에서는 양생하는 기공법으로 수행자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청결함을 유지하고, 안마로 기혈을 소통시키고, 호흡조절로 몸을 정체하였다. 

 

  부처님의 전생담인 사슴왕의 살신성인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자들은 불자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깨닫는다. 자리이타自利利他, 타인에게 이로움을 주면 자기 자신에게도 이로움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늙고 쇠약해지고 병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날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불가기공을 하면 늙음과 쇠약함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지연시킬 수 있다. 나는 어머니를 보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조금씩 늙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좋은 생각과 행동, 특히 다른 사람을 위한 이타적인 마음과 행동을 많이 하면 엔돌핀이 분비되고, 건강해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하루하루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이 그려진다. 경자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이타행을 실천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그리기를 합장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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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희수

원광대 대학원에서 「단전 수련丹田修練과 정기신精氣神에 관한 연구」로 한 의학박사학위(2009)를 취득했다. 84년 격투기 한국무술 최강자, 85년 대한 킥복싱 챔피언, 2006년 일본 공수도 공심회 60 주년 기념대회 한국대표 감독, 2008년 국기원 특별위원회 태권도남북교류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대전광역시 카라테 연맹 회장을 맡고 있으며, 펴낸 책으로는 『활력기공』(예광출판사,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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