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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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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1 년 10 월 [통권 제102호]  /     /  작성일21-10-05 10:45  /   조회3,87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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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22

비로자나후불도毘盧遮那後佛圖

 

비로자나불은 산스크리트어인 Vairocana를 음사한 것으로 그 뜻은 ‘광명변조光明遍照’이다. 즉 밝고 큰 빛이 빠짐없이 두루 비춘다는 의미가 되겠다. 이는 태양이 가지는 특성에 비유하여 온 세계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비추어 어둠을 없애 주고 생멸하지 않는 지혜의 빛으로 세상의 모든 존재를 차별 없이 비추어 주는 부처님이라는 뜻이다. 

 

비로자나불은 여러 경전에 본존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먼저 <잡아함경> 22권에 처음 등장한 이래 <60아함경>에서는 현재불인 노사나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다가 <범망경>, <화엄경>에서는 통일적인 관념에 이른다. 그러다가 <불공견삭신변진언경>과 같은 밀교 경전에 이르면 비로자나불이 5불의 중심 불로 설해지며 <대일경>과 <금강정경>에서는 비로자나불의 존격을 더욱 확대시켜 마하비로자나불, 대일여래로 일컬어지게 된다. <대일경소> 1권에 의하면, “비로자나란 제암변명除闇遍明, 능성중무能成衆務, 광무생멸光無生滅이라는 의미에서 세상에 있는 보통의 해보다도 뛰어나기 때문에 ‘큰(Mahā=大)’이란 뜻을 더하여 대일大日로 번역했다.”라고 하였다.

 

 

사진1 통도사 대광명전 비로자나후불탱-1759년

 

우리나라 사원에서 비로자나불을 봉안하고 있는 전각을 대적광전大寂光殿 또는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전각 명일 때는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노사나불盧舍那佛과 석가모니불을 함께 봉안하게 된다. 또 비로전毘盧殿 또는 화엄전華嚴殿이라 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비로자나불만을 모신다. 법당 안의 비로자나불상은 보통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결가부좌한 자세로 앉아 있으며, 뒤에는 비로자나 후불탱화가 봉안된다.

 

<사진 1>은 통도사 대광명전大光明殿 삼신불도三身佛圖 가운데 중앙 비로자나불 탱화로 1759년(영조 35)에 조성된 것으로 기법과 구도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는 대작으로 보물 제1042호로 지정되어 있다. 삼신불도란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 삼신불을 나타낸 불화로 화엄만다라華嚴曼茶羅에서 분화된 것이며, 그 근원은 <화엄경>의 석가여래 성도상成道相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삼신불이라 할경우 법신불에는 비로자나불, 보신불에는 노사나불, 화신불에는 석가여래로 하는데 조선 시대에는 직지사 대웅전이나 선운사 대웅전에서와 같이 석가․미타․약사의  3여래를 봉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3세불을 모셨을 때는 대웅보전이라 한다.

 


사진2 화엄사 대웅전 삼신불 비로자나후불탱 

 

이 비로자나후불도는 모두 세 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은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 지권인의 수인을 결하고 있으며, 그 왼쪽에는 보신불인 노사나불이 보살형의 보관을 쓰고 설법인을 짓고 있다. 오른쪽에는 화신불인 석가여래가 항마촉지인을 결하고 있다. 본 도판은 중앙의 비로자나불도이다. <사진 2>의 화엄사 비로자나불도 역시 위의 통도사 경우와 같이 삼신불 가운데 중앙의 비로자나불 중심 탱화이다. 본존인 법신 비로자나불 주위에 <금강정경>계 사방불을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사진 3>의 월정사 비로자나후불탱은 <사진 1>과 같은 해인 영조 35년(1759)에 조성된 것으로 필선과 색감에 있어서 뛰어난 품격을 보여주는 불화이다. 도상의 배치에 있어서는 관음·세지보살을 좌우 보처로 배치한 드문 경우를 보이고 있다. <사진 4>는 남장사 목각 비로자나후불탱이다. 목각 후불탱은 조선 후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되는데, 보물 제922호인 남장사의 목각 후불탱도 이 시기에 조성된 것이다. 목각인 만큼 조각적인 매력과 회화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수작이라 하겠다. <사진 5>의 보경사 적광전 비로자나후불 홍탱은 1742년(영조 18)에 조성된 작품으로 붉은 삼베 바탕에 흰 선으로 표현한 선묘불화線描佛畵이다. 화면 중앙에는 낮은 수미단 위의 연화좌에 지권인을 결한 비로자나불이 결가부좌를 하고 있으며 본존 좌우에는 문수·보현보살을 비롯한 권속이 배치되어 있다.

 


사진3 월장사 비로자나후불탱 

 

이와 같이 비로자나불 탱화는 다양한 형식으로 조성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그 도설 내용에 있어서는 보통 <화엄경>의 설법 장면이 많이 묘사되지만 실제로 불화의 도상에 대하여는 각각의 존상명尊像名이 해명되어 나온 자료는 아직 극히 빈약하다. 따라서 존상의 의미를 낱낱이 찾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므로 <화엄경>과 일반적인 비로자나후불도의 조성 의궤에 근거하여 <사진 1>의 통도사 대광명전 비로자나후불탱을 보면서 존상명을 밝혀 보고자 한다.

 

먼저 중앙에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 지권인의 수인을 결하며 결가부좌로 앉아 계신다. 법신은 빛깔이나 형상을 초월한 우주의 본체인 진여실상眞如實相을 의미한다. 이를 신身이라고 이름하기는 했으나 평범한 색신色身이나 생신生身이 아니며 갖가지 몸(형상)이 이것을 근거로 하여 나오게 되는 원천적인 몸을 뜻하므로 음지와 양지가 없으며 일체에 두루 미치는 지혜광智慧光이라 하였다.

 


사진4 남장사 목각 비로자나후불탱-조선후기 보물 제922호 

 

천엽연화千葉蓮華로 형상화시킨 것은 천 개의 꽃잎 하나하나가 100억의 국토를 표현한 것으로서, 이 부처님이 있는 세계의 자비는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영겁에 걸쳐 멸하지 않기 때문에 <대일경소>에서 광무생멸光無生滅이라 한 것이다. 또 큰 연화로 이루어져 있는 이 세계 가운데에는 우주의 만물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하여 흔히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고 한다. 공덕무량함과 광대장엄함을 헤아릴 길이 없는 이 연화장세계의 교주는 곧 삼천대천세계의 교주이며 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부처, 즉 법신이 되는 것이다.

 

문수보살은 법신 비로자나의 지혜를 상징하며 묘길상妙吉祥이라 의역意譯한다. 문수보살은 법왕자로서 현실 세계에서 실천해 나가면서 법신의 깨달음을 추구하며 중생을 인도한다. 보현보살은 비로자나불의 덕을 상징하는데, 보리심이 신身․구口․의意에 걸쳐 재현된다고 하였다. 관자재보살은 무애자재하게 일체를 관찰하고 중생의 고뇌를 꿰뚫어 보아 구제하신다.

 

<법화경> 「보문품」에 “고뇌하는 무량한 중생들이 있어 일심으로 명호를 부르면 그 소리를 관하여 구제한다.”라고 하여 관세음보살이라고도 불린다. 대세지보살과 함께 아미타여래의 협시이다. 대세지보살의 존명은 ‘커다란 세력을 얻은 자’라는 의미로 중생에게 보리심의 종자를 뿌리고 또한 수호하는 보살이다.

제장애보살 除障礙菩薩은 일체의 어려움을 조복시키며,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은 인과이덕因果二德과 사지四智의 지혜를 구족하신 분이다. 미륵보살은 자씨慈氏라 의역하며 장래에 반드시 성불할 것을 약속받고 있으므로 당래불·미래불이라고도 한다. 묘음보살은 대자비심으로부터 묘한 법음을 가지고 중생에게 설법하고 인도한다.

 


사진5 보경사 적광전 비로자나후불 홍탱 1742년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은 법신불의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지혜를 구체적으로 펼치시는 분이다.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은 허공처럼 광대한 지덕智德과 복덕福德을 갖추고 계신 분이며, 보처보살寶處菩薩은 온갖 소원을 구족시키는 여의보주를 삼매의 경지에서 산출하시는 분이다. 시무외보살施無畏菩薩은 두려움 없는 법미法味를 베풀어 악취惡趣를 파하게 한다. 일광보살日光菩薩은 번뇌의 먹구름을 제거하고 널리 중생에게 광명을 가져다주며, 월광보살月光菩薩은 일광보살과 함께 약사여래의 협시보살이다. 수행중의 지혜를 상징하는 분으로 중생을 인도하는 모습을 반월半月이 차 가는 모양의 지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 뒤로 부처님의 십대 제자들로 가섭존자, 아난존자, 라훌라존자, 목련존자, 사리불존자, 수보리존자, 부루나존자, 가전연존자, 아나율존자, 우팔리존자가 시립해 있고, 법신불의 두광 좌우에는 수호존인 용왕과 용녀가 있으며, 역시 그 좌우에 팔금강인 청제재금강, 백정수금강, 적성금강, 정제재금강, 벽독금강, 황수구금강, 자현신금강, 대신력금강이 외호外護를 하고 있다. 그 위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법신불의 지혜와 위덕이 항상함을 증명하는 십사화불十四化佛이 현현해 있다.

 

대부분의 불화가 그러하기도 하지만 비로자나불 탱화는 특히 밀교적 요소가 강하게 배어 있다. 이는 비로자나불의 광명이 허공과 같이 끝이 없어서 어느 곳에서나 두루 가득 차 있음을 상징적으로 조형화하여 청정법계와 현상계, 즉 진리 당체와 중생 성불의 가능성을 만다라적으로 장엄하게 구성하고 질서화하여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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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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