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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신심信心이 성지聖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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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1 년 10 월 [통권 제102호]  /     /  작성일21-10-05 10:26  /   조회3,59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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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 

 

 

어떤 것이 부처인고

금사탄 여울가의 마씨부인이로다

如何是佛  金沙灘頭馬郎婦(주1)

                                        

이것은 임제종의 3세인 풍혈風穴(주2)스님의 법문입니다. 어떤 스님이 풍혈스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니 “금사탄 개울가의 마씨 부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는 곳, 즉 근본 뜻은 각자가 공부하여 확철히 깨쳐서 참으로 자성을 밝혀야 알지 그 전에는 모르는 것이니 부지런히 공부할 뿐, 단지 ‘금사탄두마랑부’라는 말의 출처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섬서성에 ‘금사탄’이라는 유명한 강이 있습니다. 당나라 정원貞元(주3) 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천하일색의 여인이 이 강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돈 있는 사람, 벼슬 높은 사람 등 온갖 사람들이 그 여인에게 청혼하였는데, 여인이 말했습니다.

“내 몸은 하나인데 청혼하는 이가 여러 사람이니 내 조건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시집가겠습니다.”

 

조건은 바로 『법화경法華經』 「보문품普門品」을 외우는 사람에게 시집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20명이 다 외우고 달려왔습니다. 이번에는 『금강경金剛經』을 외워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시집간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날 새벽에 보니 또 10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법화경』을 다 외워 오라는 것입니다. 『법화경』은 좀 많은데도 그래도 이 처녀에게 장가들 욕심으로 죽자하고 외워 왔습니다. 마침내 마씨 집 아들 즉 마랑馬郞이라는 사람이 사흘 만에 다 외우고 달려왔습니다.

“참 빨리 외우셨습니다. 한번 외워 보십시오.”

줄줄줄 다 외우는 것입니다.

 

 


사진1. 백련암에서 해인사까지 늘 다니시던 포행길에 나선 큰스님. 사진 주명덕.

 

 

“내가 참으로 천하에 좋은 낭군을 다 찾아다녔는데 당신같이 좋은 낭군을 만났으니 이젠 한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시집가겠습니다.”

이렇게 결정되어 혼인날을 받고 성례成禮를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부가 방으로 들어왔는데, 잠시 후 축하객들이 채 헤어지기도 전인데 신부가 “아이구 배야, 아이구 머리야!” 하더니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다가 덜컥 죽어 버렸습니다.

마랑은 이 처녀에게 장가가기 위해 밤잠도 안 자고 외우고 또 외웠는데 신부가 죽어 버리다니! 

 

그런데 금방 죽은 여인의 시체가 썩어서 당장 진물이 줄줄 흐르는 것입니다. 천하일색, 그 아름답던 사람이 당장에 죽더니 금방 오물이 흘러내리니 참으로 흉합니다. 아무리 만승천자萬乘天子가 좋다 해도 죽어서 썩으면 그만이듯이, 아무리 미인이지만 죽어서 썩으니 그만입니다. 부랴부랴 관을 짜서 산에 묻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의 그 처녀가 마씨 집 아들의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자신이 박복하다고 한탄하며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때 웬 스님 한 분이 마씨 집 아들을 찾는 것입니다.

“일전에 이곳에서 처녀 한 사람이 죽지 않았습니까. 그 묘소가 어디 있습니까?”

묘소를 안내하자 스님이 갖고 있던 석장錫杖으로 묘를 탁 치니 묘가 둘로 갈라지는데 그 속에는 누런 황금뼈가 소복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죽은 사람을 묻었는데 석장으로 추켜드니 금쇄골金鎖骨입니다. 뼈 마디마디가 고리로 되어 있어서 머리 부분을 드니 발뒤꿈치까지 끌려 올라왔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것을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 처녀가 바로 관세음보살이야. 이곳 섬서성 사람들이 하도 신심이 없어서 너희들을 제도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이 처녀 몸으로 나투어 온 것이야. 이 금쇄줄을 보게!”

그제서야 마랑은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내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구나!”

“이렇게 관세음보살이 좋은 법문을 해주었으니 그대들은 불교를 부지런히 믿어라!”

이렇게 말하고 스님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금사탄두마랑부’, 금사탄 개울가의 마씨 부인이라는 것입니다. 중국 고사에서만이 아니고 불교를 좀 아는 분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관세음보살이 화현化現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해가 안 된다고 하여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집니다.

관세음보살이 세인世人에게 나타난 사례는 아주 흔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보타락가산寶陀洛迦山입니다. ‘보타’란 인도말로 ‘희다’는 뜻이고, ‘낙가’는 꽃이란 말로 ‘흰 꽃’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관음도량觀音道場을 백화도량白華道場이라고도 합니다.

 

보타락가산에 조음동潮音洞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는 못 가 보았지만 사진으로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곳에선 누구든지 정성껏 기도하면 수시로 관세음보살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성지와 명소가 많지만 돈이 많이 생기는 곳은 보타락가산입니다. 온 천하 신도들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려고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사진2. 김호석 화백의 <그날의 화엄> 중 다비장 주변을 그린 화첩에서. 

 

 

향을 꽂고 정성껏 기도를 하며 수백 수천 명이 모여 있는데,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혹 법문도 하고 여러 동작을 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보면 신심이 솟아나서 신도들이 돈을 막 쏟아 놓고 갑니다. 그래서 해방 전까지만 해도 보타락가산 절 한 곳에만도 대중스님이 4천여 명이나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도들이 자꾸 와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에는 돈을 쏟아 놓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일 문제되는 것은 사신공양捨身供養입니다. 관세음보살 친견에 너무 감격하여 “이 몸을 관세음보살께 바치겠다.”라며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몸을 공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신공양을 못하도록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는 주변을 이리저리 막아서 사람이 죽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그래도 흔히 사신공양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보타락가산의 관세음보살 현신現身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보타락가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금사탄두에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금사탄두마랑부’라는 이 이야기는 보통사람이 말한 것이 아니고 선종의 가장 큰 종파인 임제종의 적손嫡孫인 풍혈스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풍혈스님이 말씀하신 그 내용, 즉 법문의 근본 뜻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확철히 깨치기 전에는 모르는 것으로, 그것은 공부를 해야만 되는 것이며, 나는 그 연유가 어찌된 것인가를 말한 것입니다.

 

선가에는 이보다 더 유명하며 기적적인 법문이 있습니다.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주4)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문은 유명한 『벽암록碧巖錄』 100칙則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문수보살이 말씀하신 이야기입니다.

 

무착문희無着文喜 선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오대산에 갔다가 금강굴金剛窟 앞에서 웬 영감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영감을 따라가니 아주 좋은 절이 있어서 그 절에 들어가 영감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영감이 물었습니다.

 

“남방 불법은 어떻게 행합니까?”

“말세 중생이 계행이나 지키고 중노릇합니다.”

“절에는 몇 사람이나 모였는지요?”

“3백 혹은 5백 명이 모여 삽니다.”

무착스님도 한마디 묻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불법이 어떠합니까?”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살고 용과 뱀이 섞여 살지요.”

“그럼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앞으로 3, 3, 뒤로도 3, 3입니다.”

 

‘용과 뱀이 섞여 살고 범인과 성인과 같이 산다’는 말은 보통으로 들으면 그저 그런 것 같지만 그 뜻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겉말만 따라가다가는 큰일 납니다. 무착선사도 그 말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노인과 작별했습니다. 한참 나오다가 돌아보니 절은 무슨 절,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그것에 대해 게송偈頌을 읊은 것이 있습니다.

 

廓周沙界聖伽藍  시방세계 두루 성스러운 절

滿目文殊接話談  눈에 가득히 문수와 말을 나누나

言下不知開何印  당시는 무슨 뜻을 열었는지 모르고

廻頭只見翠山巖  머리를 돌리니 다만 푸른 산 바위뿐이더라.(주5)

 

그 후에 또 문수보살을 친견하여 법문을 들은 것이 있습니다. 불교 선문에서 흔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若人靜坐一須臾  누구나 잠깐 동안 고요히 앉으면

勝造恒沙七寶塔  강가 모래같이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도다.

寶塔畢境碎微塵  보배탑은 끝내 무너져 티끌이 되지만

一念淨心成正覺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루는도다.(주6)

 

이 게송을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그 출처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무착문희 선사가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문수보살이 ‘직접’ 문희스님에게 설한 법문입니다. 그러니 관세음보살뿐 아니고 문수보살 같은 그런 대보살들도 32응신應身만이 아니라 3백, 3천, 몇 백천억 화신化身을 나툴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불법을 성취하여 대해탈부사의경계大解脫不思議境界를 얻으면 문수보살도 될 수 있고, 관세음보살도 될 수 있고, 보현보살도 될 수 있으며, 백천 화신을 나타내어 자유자재하게 일체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수보살을 보면 가장 유명한 성지가 중국의 오대산인데, 그곳에 가서 실제로 친견한 기록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나타나는가 하면, 노인으로 또는 동자童子가 되어 나타나는 수가 있고, 여러 가지로 몸을 나투어 비유로써 중생을 교화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신심이 있고 오대산에 가서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면 문수보살을 직접 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오대산에 가야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보타산에 가야 관세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을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爲度衆生故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方便現涅槃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지만

而實不滅度  내가 실제 죽는 것 아니고 

常住此說法  항상 여기서 법을 설한다.(주7)

 

‘상주차설법常住此說法’, 항상 여기 계시면서 설법하시는 것입니다. ‘여기’란 시방세계, 처처處處가 여기입니다. 꼭 영축산만 여기가 아닙니다. 보타산이 어느 곳이냐? 사람사람의 신심信心이 보타산입니다. 철저한 신심으로 기도를 하면 어디든지 나타납니다.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는 곳이 보타산인 겁니다. 문수보살 나타나는 곳이 오대산입니다. 오대산이 따로 없고 보타산이 따로 없습니다. 사람사람마다의 신심에 있습니다.

 

신심信心! 신심으로 공부도 하고 기도도 하면, 누구든지 살아서 관음보살도 문수보살도 볼 수 있으며 산 부처님도 볼 수 있습니다. 신심으로 공부하고 기도할 뿐이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에 실린 ‘1981년, 음 11월 30일, 방장 대중법어’ 정리>

 

주)

(주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X68, 43c), “問。如何是清淨法身。師曰。金沙灘頭馬郎婦。” 『고존숙어록』을 비롯해 여러 전등사서에서는 위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주 풍혈風穴: 풍혈연소風穴延沼(896-973). 절강浙江 여항餘杭 사람. 속성은 유씨劉氏. 당말오대唐末五代의 고승高僧으로 어려서부터 출가의 뜻을 세우고 생선과 고기, 마늘을 먹지 않았으며 『법화현의法華玄義』를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처음에 천태 교관인 지관정혜止觀定慧(마음과 집착을 버리고 관조하는 수련)를 수행하다가 뒤에 월주越州의 경청도부鏡清道怤 선사, 양주襄州의 화엄華嚴 선사, 남원혜옹南院慧顒의 제자 수곽守廓 등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크게 깨우쳤다.

(주 정원貞元 : 당나라 대종代宗의 치세(785-805) 때 쓰던 연호.

(주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 : 선가禪家의 화두. 『벽암록碧巖錄』 제35칙.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圓悟禪師碧巖録』(T48, 173bc), “擧文殊問。無著近離什麼處。無著云。南方。殊云。南方佛法。如何住持。著云。末法比丘。少奉戒律。殊云。多少衆。著云。或三百或五百。無著問。文殊此間如何住持。殊云。凡聖同居龍蛇混雜。著云。多少衆。殊云。前三三後三三。”; 선림고경총서 36 『벽암록 중碧巖錄 中』 제35칙 앞도 삼삼 뒤도 삼삼(前三三 後三三) 참조(장경각, pp.47-53).

(주 『조정사원祖廷事苑』(X64, 337b), “廓周沙界聖伽藍。滿目文殊接話談。言下不知開佛印。回頭只見萑山巖。” 『조정사원』에는 ‘言下不知開何印’이 ‘言下不知開佛印’으로 되어 있다.

(주 『진심직설眞心直說』(T48, 003a), “古頌。若人靜坐一須臾。勝造恒沙七寶塔。寶塔畢竟化為塵。一念淨心成正覺。”

(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T9, p.43b), “爲度衆生故。方便現涅槃。而實不滅度。常住此説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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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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