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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성철스님 출가상 조성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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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9 년 7 월 [통권 제75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52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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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 스님 | 발행인 

 

 “강대철 화백이 앞 뜰 땅을 파 석굴을 조성하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 전화를 드렸습니다. 얼마 후 2018년 6월7일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스님 강 화백입니다. 스님께 토굴 조형물을 좀 더 완성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몇 년 동안 열심히 땅굴을 파긴 했는데 완성단계에서 보니 추가 작업이 필요해 보완중입니다. 두 달 정도 더 작업을 한 후 모시겠습니다. 토굴조형의 내용은 불법佛法을 바탕으로 제가 이해하고 있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작업 자체를 무문관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8월 말경이나 9월 초 스님 편한 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산청 겁외사에 세워질 출가상. 강대철 화백이 조각한 작품으로 9월 초준경 봉안식을 거행한다.

 

 

큰스님 기념사업의 조형물 불사에 늘 도움을 주는 이효신 거사와 함께 2018년 9월 중순에 장흥의 강 화백 토굴 개착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토굴이 터널을 이루며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감실을 만들어 다양한 조각을 하면서 60여m 넘는 길이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수 없이 혼자 땅을 파고 제일 작은 포크레인으로 혼자 흙을 퍼내는 작업을 몇 년 동안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각 부분 조각들의 설명을 들으며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엄습해 왔습니다. 이 사업을 처음부터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집을 고치다 보니 흙이 필요했고 집안에 언덕이 있어 그 흙을 파다 우연히 여기에 중국 돈황의 석굴형 조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더랍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토굴을 개착하는데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토굴 보는 일을 마치고 거실로 올라와 점심을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로 이어졌습니다. 

 

 “스님! 저 굴을 개착해 가다가 겁외사와 기념관이 떠오르며 그 동안 무언가 미완의 감정을 숨길 수 없어 왔습니다. 무엇을 보완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 떠오른 것이 큰스님 생가터에 큰스님을 기념하는 출가시와 출가상을 모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스님을 뵙고 꼭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하고, 하지 않고는 스님의 결정에 달렸습니다.” 

 

강 화백님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숨이 멎는듯 하였습니다. “60여m가 넘는 땅굴과 조각들을 둘러보며 예술가의 집념이 이런 것인가? 하고 감탄 감탄하면서 내가 힘이 있으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 그럴 힘이 없으니 아쉽고 아쉽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는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저로서는 더 없는 기쁜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큰스님의 출가송은 보기 드문 것입니다. 『경덕전등록』이나 『조당집』 등에도 출가시를 남긴 선사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당당한 출가의 결심을 밝힌 뛰어난 출가송이라 칭송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출가송을 생가에 모셔 기념해야지’ 하고 마음에 담고 살아왔었는데 강 화백의 생각과 일치되었으니 정말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토굴 개착 일을 다 이루고 큰스님의 출가상과 출가시비를 생가 마당에 세워주십시오.” 승낙을 하고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백련암으로 돌아왔습니다. 

 

올 2월 초순에 “스님! 큰스님 동상 진흙 소조작업이 다 끝났으니 한번 다녀가시지요.” 하는 뜻밖의 강 화백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일엄 스님과 함께 장흥으로 내달려 강 화백님을 뵈오니 자초지종을 말씀하셨습니다. “토굴 조각 작업 마무리를 잠시 멈추고 큰스님의 출가상을 먼저 이루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동안 서둘러 왔습니다. 큰스님의 출가상이 끝나야 저도 마음이 안정되고 토굴 작업을 잘 마무리 지을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안거를 해제하고 9월 초순경에 겁외사 생가 뜰에서 큰스님의 출가상과 출가송 비석 제막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산청 겁외사에 세워질 성철 스님 출가시비. 

 

이로서 큰스님에 대한 ‘유형有形의 불사佛事’는 거의 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큰스님 사상을 연구하는 사업과 사람을 기르는 인재양성 등은 유형의 대웅전이나 선방 건립 불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유형의 불사’에서 이제 ‘무형無形의 불사’로 매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재양성을 하셔야 합니 다’는 말씀을 드렸다가, 큰 스님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되어 경을 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큰스님 사상에 관한 ‘연구硏究 불사佛事’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신도님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 주시기 바랍니다. 하안거 결제에 심신의 수행이 더욱 고원高遠 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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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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