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미술 속의 사천왕 > 월간고경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월간 고경홈 > 월간고경 연재기사

월간고경

[불상의 세계]
인도 불교미술 속의 사천왕


페이지 정보

유근자  /  2020 년 12 월 [통권 제92호]  /     /  작성일20-12-30 10:31  /   조회5,478회  /   댓글0건

본문

사천왕四天王 

 

사천왕四天王은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 등 네 명의 천왕을 말하며 석가여래의 법을 수호하는 선신이다. 사찰의 일주문을 지나면 다음으로 거쳐야 할 문은 천왕문天王門이다. 

 

천왕문 안에는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무서운 얼굴을 한 네 명의 천왕이 지키고 있다. 천왕들이 크게 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인지 왠지 천왕문에서는 주눅이 든다. 좀더 부드러운 얼굴로 맞아주면 좋을텐데 왜 저분들은 저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 

 

파키스탄의 박물관에 소장된 간다라 미술품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 천왕문에서 만난 사천왕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얼굴을 한 천왕들을 만났다. 고대 초기 인도미술 속 사천왕은 주로 석가여래의 일대기와 관계되어 있는데 모두 자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부처님 일대기 속 사천왕은 태몽부터 성도 직후 음식을 담는 발우를 바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사천왕은 태몽 및 탄생과 관련해서는 수호의 임무를 맡았고, 출가 때는 말의 네 발을 받들어 출가를 도왔으며, 성도 직후에는 발우를 바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도솔천에서부터 동행

 

도솔천에 계시던 보살은 흰코끼리의 모습으로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어머니 마야의 태 속에 들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자 천상의 범천과 제석천을 비롯한 한량없는 신들 역시 보살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보살께서 장차 내려가 태어나려 하는데 우리들이 가서 모시지 않으면 무정한 일이니 누가 모시며 호위를 맡을까요? 가장 훌륭한 이가 인간에 내려가서 태 안에 들려 하니 따라 내려가 모든 악의 침입을 못하게 하고 언제나 부축하고 지켜야겠습니다.”

 

인도 고대 미술 가운데 도솔천에서 하강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는 2~3세기 경 남인도 아마라바티Amaravati 탑을 장엄했던 부조상이 있다. 도솔천에서 설법하는 모습부터 어머니 마야의 태 속에 드는 장면을 나타낸 것인데 이 가운데 하강할 때와 어머니의 태 속에 들 때 사천왕이 호위를 맡고 있다. 

 

 

사진1.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오는 보살과 동행하는 사천왕, 2~3세기, 남인도 아마라바티avaramati 출토, 꼴까타 인도박물관 

 

 

하강 장면(사진 1)은 여러 천신들이 역할을 나누어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오는 모습이 극적으로 표현되었다. 천신들은 늘씬한 신체를 가지거나 키 작은 난장이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자, 일산과 검을 들고 수호하는 자, 길을 인도하거나 코끼리를 태운 수레를 받들고 있는 자 등이 그들이다. 화면 윗부분에는 코끼리를 실은 가마를 네 명의 난장이 모습의 천신이 어깨에 메고 나아가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사천왕이다. 위엄스러운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사천왕은 야차들을 이끄는 수장이기 때문에 야차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도솔천에서 하강하는 다음 장면은 태몽(사진 2)인데 흰코끼리는 화면 바깥에 홀로 두 다리를 쑥 내밀고 하강하고 있다. 침상에 누운 마야 왕비 주위로 시중을 드는 궁녀들이 있고  모서리에는 코끼리를 태운 가마를 들었던 사천왕이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서 배치되었다. 위에는 정면으로 서 있는 이천왕이 있고 아래에는 등을 보이고 있는 이천왕이 있다.

 

코끼리를 태운 가마를 든 난장이 모습의 사천왕은 사라지고 건장한 신체를 가진 귀공자 스타일의 남성으로 표현되었다. 향좌측 위쪽의 무기를 든 사천왕은 악으로부터 태 속에 든 보살을 보호하고자 한 역할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인도 미술 가운데 무장한 사천왕의 가장 앞선 예에 속한다.  

 

 

사진2 . 흰코끼리의 모습으로 어머니 태 속에 드는 보살을 수호하는 사천왕, 2~3세기, 남인도 아마라바티amaravati 출토, 꼴까타 인도박물관 

 

 

탄생과 사천왕

 

보살은 열 달이 되어 어떤 탄생의 고통도 없이 편안하게 어머니의 옆구리로 세상에 태어나셨다. “이제야 말로 성인이 나와 세상을 위해 나루와 다리가 되는구나. 사천왕, 제석천, 범천, 그 밖의 여러 하늘 무리들이 몸을 굽혀 모두가 둘러싸고 다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내는구나.” 보살의 탄생 장면에도 여러 천신들이 보호하는 이야기가 경전에 언급되어 있다. 

 

간다라 불전 미술에서는 제석천이 비단천을 들고 어머니 오른 옆구리에서 탄생하는 보살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남인도의 나가르주나콘다 사원의 탑을 장엄했던 부조상(사진 3)에서는 제석천과 범천 대신 사천왕에게 그 역할이 주어졌다. 무우수 가지를 잡고 선 채로 보살을 낳는 어머니 마야는 화면 왼쪽에 배치되었다. 오른 옆구리로 탄생하는 보살의 모습은 생략되었는데, 이것은 인간의 형상으로 부처님 표현을 금지했던 전통이 3~4세기 경까지 남인도에 남아있던 것을 반영한 것이다. 

 

사천왕은 터번을 쓰고 장신구를 몸에 걸쳤으며 발목까지 오는 얇은 치마를 입고 두 손으로 천을 들고 서 있다. 천 위에는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쳤던 보살의 흔적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있다. 사천왕은 갑옷을 입지도 않았고 화 내는 듯한 얼굴도 아닌 자비로운 모습이다.

 

 


사진3. 어머니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는 보살을 받는 사천왕, 3세기 후반, 남인도 나가르주나콘다Nagarjunakonda 출토, 뉴델리국립박물관 

 

 

출가 돕는 사천왕

 

 


사진4. 애마 칸타카의 발을 들고 있는 사천왕, 3세기, 남인도 나가르주나콘다Nagarjunakonda 출토,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보살은 마부 찬나로 하여금 애마 칸타카를 데려오도록 하였다. 마부 찬나는 최상의 금 굴레와 보배 안장이며 꾸미개를 말에게 입히고 슬피 울며 말했다. “엎드려 원합니다. 태자께서는 바라는 바 있으시면 모두 이루시고 온갖 장애가 모두 녹아 없어지며 모두에게 안온한 즐거움을 얻게 하십시오.”

“보살은 말을 타고 처음 걸음을 들어 올릴 때 시방의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했으며 허공에 올라 갈 때에는 사천왕이 애마 칸타카의 발을 들었고, 범천과 제석천은 보배 길을 열어 보였다. 그때 보살은 큰 광명을 놓아 일체 세계를 비추어 제도될 만한 이는 모두가 해탈을 얻고 괴로움이 있는 중생은 모두가 괴로움을 떠나게 하였다.” 

 

세속의 삶을 버리고 수행자의 길로 접어든 보살 곁에는 마부 찬나와 애마 칸타카를 비롯해 사천왕·제석천·범천 등의 여러 천신들이 함께 하였다. 사천왕은 애마 칸타카의 발굽 소리가 성 안에 들리지 않도록 발을 받쳐들었다. 남인도 나가르주나콘다 유적지에서 발견된 출가 장면(사진 4)의 사천왕은 도솔천에서 하강할 때 보살을 태운 채 가마를 들고 하강하던 난장이 모습의 사천왕과 닮았다. 

 

언뜻보면 어린아이들이 말 발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추는 모습 그리고 무기를 들고 앞서는 인물과 뒤따르는 자들 역시 천신들일 것이다. 마부 찬나는 일산을 들고 보살의 뒤를 묵묵히 따르고 있다.

 

부처님께 발우를 바치는 사천왕

 


사진 5. 부처님께 발우를 바치는 사천왕, 간다라(2-3세기), 국립뉴델리박물관  

 

성도한 부처님께 땁뿟사Tappussa와 발리까Bhallika 두 상인이 공양을 올렸다. “과거의 부처님께서는 모두 발우를 지녔는데 나는 이제 어떤 그릇으로 음식을 받을까?” 그 때 사천왕이 저마다 금으로 만든 발우를 가져다 부처님께 드리면서 말했다. “세존께서는 오직 이 발우를 받아 상인들의 음식을 받으시고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큰 안락을 얻게 해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사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출가의 법에는 이같은 금발우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 북방천왕이 다른 천왕들에게 말했다. “옛날 청신천靑身天이 네 개의 돌로 된 발우를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준 일이 있다. 돌발우를 바치려고 한다면 바로 그때이다.” 사천왕은 각자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가 돌발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바쳤다. 

 

“부처님께서 네 개를 다 받는 것은 출가의 법에 합당치 않지만 하나만 받으면 다른 천왕들이 원망할 것을 알고 각각 사천왕이 바친 발우를 받았다. 차례대로 서로 겹쳐서 놓고 오른손으로 어루만지자 합해져 한 개의 그릇이 되었다. 네 개의 테두리는 그 경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간다라 불전 미술 가운데 사천왕이 발우를 바치는 장면(사진 5)은 경전의 내용처럼 사천왕으로부터 받은 발우를 하나로 만들어 든 부처님이 표현되었다. 부처님이 든 발우 표면에 있는 네 개의 선은 겹쳐진 발우를 의미한다. 귀공자 모습의 사천왕은 두 손으로 발우를 들고 부처님을 향해 서 있다. 이 같은 귀공자 스타일의 사천왕은 무슨 이유로 무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일까?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유근자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 구」로 문학박사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초빙교수,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 저서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공동 저서로 『치유하는 붓다』·『간다라에서 만난 부처』 등이 있다.
유근자님의 모든글 보기

많이 본 뉴스

추천 0 비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우) 03150 서울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1232호

발행인 겸 편집인 : 벽해원택발행처: 성철사상연구원

편집자문위원 : 원해, 원행, 원영, 원소, 원천, 원당 스님 편집 : 성철사상연구원

편집부 : 02-2198-5100, 영업부 : 02-2198-5375FAX : 050-5116-5374

이메일 : whitelotus100@daum.net

Copyright © 2020 월간고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