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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지장시왕탱地藏十王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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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10 월 [통권 제90호]  /     /  작성일20-10-21 10:24  /   조회7,40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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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장청 거불」에 “나무대원본존 지장 보살”이라고 나온다. 이는 지장 보살이 오로지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키기 위해 힘을 길렀고 여래와 같은 삼매三昧를 증득하여 무생법인無生法印을 얻었지만, 스스로의 성불보다 중생의 성불을 앞세우고 육도에서 윤회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특히 육도 가운데서도 악업 중생들이 가장 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옥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조차도 주저하지 않는 분이 지장 보살임을 표현한 것이다. 지장 보살의 본원本願은 “성불하지 못한 중생이 있으면 나도 성불하지 않겠다.” 것이므로 “대원본존大願本尊 지장보살”로 불린다. 

 

 


사진1. 내원사  지장탱. 

 

 지장은 산스크리트어로 크시티가르바Ksiti-garbha다. Ksiti는 대지, 주처住處란 의미이고 garbha는 모태를 뜻한다. 지장은‘대지의 모태’즉 만물을 성장하게 하는 대지와 같이 모든 중생을 성숙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장 보살의 원력과 사상을 주로 설하고 있는 지장신앙의 근본 경전은 지장삼부경地藏三部經이다. 『지장십륜경地藏十輪經』, 『지장본원경地藏本願經』, 『점찰선악업보경占察善惡業報經』이 그것으로 여기에 지장 보살의 역할과 성격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 경전에 의하면 지장 보살은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후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인 무불세계無佛世界에서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를 윤회전생輪廻轉生하는 중생을 해탈시키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지옥 중생의 구원에 노력하라.”는 부촉을 석가모니불로부터 받았다. 

 

 지장 보살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을 지장전地藏殿 혹은 명부전冥府殿, 시왕전十王殿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명부전의 중앙에 본존인 지장 보살을 모시고, 그 왼쪽에 도명존자道明尊者를 오른쪽에는 무독귀왕無毒鬼王을 봉안하여 삼존三尊을 이룬다. 그 좌우에 명부시왕 상을 안치한 다음 시봉하는 동자상과 판관判官 2인, 기록과 문서를 담당하는 녹사錄事 2인, 문 입구를 지키는 장군將軍 2인 등을 각각 마주 보게 배치하여 지장시왕탱의 체제를 갖춘다.

 

 지장 보살 뒤에는 지장탱화를 봉안하며, 그 좌우에 시왕 상을 봉안하고 시왕탱화를 모시던가 아니면 시왕 탱화만을 봉안하게 된다. 지장탱화의 도설圖說 내용은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지장삼부경」에 의하며, 일반적인 경우로 「내원사 지장탱」(사진 1)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수미단의 연화좌 위에 크게 나타낸 본존 지장 보살은 당당하고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지옥문을 깨뜨리고 견고한 보리심의 종자를 길러주는 석장(錫杖 또는 六環杖)을 지물로 신광에서 두광에 이르기까지 그려 나타내고 있다. 오른손은 어둠을 밝혀 주고 무량한 공덕의 보물로 무량 중생을 구제하는 활동 작용을 나타내는 여의보주如意寶珠를 받쳐 든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사진2. 수타사 지장탱. 

 

 보관과 영락의 일반적인 보살상과는 달리 지장 보살은  『지장십륜경』의 내용에 따라 삭발한 스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좌협시의 도명 존자는 명부 세계를 경험한 뒤 지장 보살의 협시가 되었고, 무독귀왕은 『지장보살본원경』에 지장 보살 본생담 속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재수財數 보살의 전신이다. 도명 존자 옆에 명부시왕인 제1 진광 대왕秦廣大王이 시립해 있는데 각 명부대왕의 원불과 관장하는 지옥과 업행業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진광 대왕은 정광불을 원불로 하며 사람들에게 착하고 의로운 일에 종사토록 하고 특히 방생을 권하며, 반대로 방탕하고 불효적악하면 도산지옥에서 과보를 받게 한다고 한다. 제2 초강 대왕初江大王은 약사불을 원불로 하며, 부부간에 화순하고 친구 간에는 신의로 사귀고 불의의 행을 하지 않기를 권하며 특히 보시행을 강조한다. 반면, 정당한 이익이 아닌 부당한 이익을 탐하고 남의 물건에 탐심을 부리면 화탕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한다고 설하고 있다.

 


사진3. 원광대학교소장 지장탱.
 

 

 제3 송제 대왕宋帝大王은 현겁 천불을 원불로 귀의하였고 한빙지옥을 관장하고,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기를 사람들에게 권한다. 제4 오관 대왕五官大王은 아미타불께 귀의하였으며, 인연을 막중히 여겨 이간질을 금하도록 가르친다. 그렇지 않고 만약 양설로 이간질하거나 음해하면 검수지옥에서 그 과보를 받게 한다고 한다.

 

 제5 염라 대왕閻羅大王은 시왕 가운데 중심 격으로 지장 보살께 발원하고 귀의하였다. 염라 대왕은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실천하여 남들에게 신뢰를 받아 무슨 말이든지 믿도록 하라고 가르친다. 만약 거짓말로 속이고 진실되지 못하여 불신을 조장하는 악업을 지었다면 혀를 뽑는 발설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하겠다고 했다. 제6 변성 대왕變成大王은 대세지 보살을 원불로 귀의하였다. 올바로 힘써 일하고 정진할 것을 가르치며, 사실을 감추고 사리를 흐리게 하는 업을 지었다면 독사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한다.

 


사진3-1. 원광대학교소장 지장탱 부분도. 선악 동자. 

 

 그리고 제7 태산 대왕泰山大王은 관세음보살께 귀의하였다. 인욕을 항상 신조로 삼아서 모든 잘못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가르치며, 만약 악설과 불만을 늘어놓고 인욕하지 못하면 뼈를 가는 거해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제8 평등 대왕平等大王은 비로자나불을 원불로 하며 추해지옥을 관장한다. 추해지옥은 탐욕심을 부리고 계행이나 약속을 어겨 세상을 혼란케 한 업의 과보로 고통을 받는 곳이므로 평등 대왕은 공중도덕이나 상식을 존중하고,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규칙을 지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제9 도시 대왕都市大王은 약왕보살을 원불로 귀의하였다. 도시 대왕은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어 타인에게 폭언을 하거나 사람을 질시하고 미워하여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하면 쇠붙이 속에 짓눌리는 철상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한다고 하였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정禪定에 들어 진심瞋心을 내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제10 전륜 대왕轉輪大王은 석가여래를 원불로 흑암지옥을 관장하며 다양한 인연이 지어지고 또한 발현되는 삶 속에서 모든 은혜를 잊지 말기를 특별히 권하고 있다.

 


사진4. 통도사 비로암 지장탱. 

 

 이들과 더불어 시왕의 권속들인 판관, 귀왕, 사자, 동자 등이 지장시왕탱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지장탱화는 이와 같은 도상배치와 함께 교의적 측면과 현실적 반영이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홍천 수타사의 지장탱화(사진 2)는 중앙 상단의 지장 본존을 중심으로 귀왕들과 사천왕 등 다양한 존상들이 뛰어난 표현력으로 그려져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지장 보살의 바로 아래에 선악 동자가 그려진 도상(사진 3)이 19세기에는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선악 동자(사진 3-1)의 근거는 『예수시왕생칠경』인데, 이들은 사람의 생전에 선업과 악업을 그대로 기록하여 두었다가 사후에 시왕에게 고하는 등 망자의 재판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5. 연호사 지장탱. 

 

 통도사 비로암의 지장탱(사진 4)과 같이 지장삼존과 시왕 뒤로 병풍을 그려 넣어 공간감을 살려내고 있는데 당시의 일반적 문화상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경우라고 하겠다. 그리고 특이한 구성의 경우로 연호사 지장탱(사진 5)을 들 수 있겠다. 지장삼존과 그 권속을 그리고 그 주위에 공간을 분할하여 각각의 지옥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이는 근대기 청나라의 민간화나 서양미술의 방법을 수용한 것으로 한 화면에 지장시왕의 의미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고 하겠다. 종합하면, 지장 보살의 원력인 육도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본원本願을 드러내고, 또한 그 원력의 전개를 통해 일체 중생의 삶에 무한한 풍요를 부여해 주고자 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이 지장탱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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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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