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추모 기사]
그리운 임
페이지 정보
고은 / 1998 년 9 월 [통권 제11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1,542회 / 댓글0건본문
紅流千古吟이라!
오늘 퇴옹당 대종사께서 그 모습 여의신 지
다섯 해 되는 날입니다
그 헌걸찬 모습 어디입니까
또한 오늘은 당신을 그리워하는
둥근 돌덩어리 놓아
당신의 뜻 저마다 심장 속에
뜨겁게 아로새기는 날입니다
어디입니까
산호베개 위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이여
한 줄기는 그대를 그리워함이요
한 줄기는 그대를 원망함이로다
숲 사이에서 단풍잎 태워 술을 데우고
바위 위 푸른 이끼 걷고 시를 새긴다
당신께서 노래하신 대로 더덩실 춤추신 그대로
우리들 네 가지 권속들 모여
이 여여한 잔치에 오롯이 서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고 기쁘지 않으리오
그 슬픔
그 기쁨
이 산중 골짝에 세워
한 편의 시가 된다면
바위마다 푸른 이끼 도로 덮여서
당신의 서릿발 높은 푸르른 옷자락 아니리오
고개 드니 산과 물이었습니다
이제껏 그것 모르고
떠내려 오는 숱한 삶이었다가
당신의 한갓 하품에 놀라
새로운 세상 활짝 열어젖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구멍 꽉 메우고
한번 나가면 들어갈 쥐 한 마리 없고
들어감도 나감도 없는
허공 중에
철 모르는 해오라기 놀고 있음이여
퇴옹당 성철 대종사 각령이여
당신께서 세상 하직하시는 날
온 나라는 하나였습니다
온 세상은 다 엉겨 하나였습니다
성철스님
성철스님
성철스님
그 이름이 산천초목이었습니다
성철 사리 1백과
그 이름이 이 강산 풍운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세상 하직하신 뒤로도
온 나라 찢어지고
온 세상 아수라 아귀판이어도
돌아갈 곳은
당신과 멀리 가까이
함께 가는 그 길입니다
수미 정상 큰 구슬에 불 밝히니
날 저물거든
그 불 들고 가야 할 길입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이 한 번의 넘어짐!
동화천을 따라 걸어봅니다. 강바닥에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아서 갈대가 무성합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갈대숲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참새, 까치, 오리, 백로는 저마다 다른 곡선으로 날아갑니다.&nbs…
서종택 /
-
기도하고 명상하고 헌신하는 삶
부처님은 이 세상의 이치가 ‘연기緣起’임을 깨달으셨다. 수많은 존재가 있는 곳을 세상이라고 하니, 세상의 이치는 곧 존재의 이치이기도 하다. 존재는 항상 변화한다. 멈추어 있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일행스님 /
-
팔관재계와 참회법
지난 호에서 이불병좌불감과 과거칠불도상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보현보살권발품」에 의하면 수행자가 21일 밤낮으로 『법화경』을 독송하고, 그 뜻을 이해하며 관불觀佛수행을 하면 선정[夢] 속에서 과거…
고혜련 /
-
출가는 불효가 아니라 대효大孝의 실천
중국선 이야기 38 | 조동종 ④ 불교가 전래한 양한兩漢 시기에는 유학儒學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었다. 유학에서는 천인지제天人之際, 즉 인간과 천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천’에 지…
김진무 /
-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다
선禪이나 교敎나 불법은 똑같은데 회창 연간(841~846)에 무종의 폐불사태로 불법이 전면적으로 타격을 받은 와중에 교종의 다른 종파는 다시 재기하지 못하고 왜 선종만이 그전보다도 더 융성하게 성황…
성철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