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기도]
나는 사람이 아니다
페이지 정보
한수진 / 1998 년 6 월 [통권 제10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8,940회 / 댓글0건본문
한수진(안락여자중학교 2학년)
‘내가 다시 백련암 수련법회에 참가하면 사람이 아니다.’
지난 여름 백련암 수련법회에 참석하여 난생 처음 3천배와 아비라 기도를 하고서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던 내가 내 자신에게 푸념으로 했던 말이다. 그리고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 이 말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므로 지금 난 사람이 아니다. 다시 백련암 수련법회에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안 오겠다는 다짐을 하였지만, 백련암 수련법회의 알 수 없는 어떤 매력이 다시 백련암으로 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련법회는 여름처럼 쉽지 않았다. 삼천배를 하면서 너무 힘들어 울기도 하였지만, 어머니와의 약속이번엔 삼천배를 한 번도 쉬지 않고 할께요때문에 다리가 아파도 참고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 순간 어머니께 달려가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어머니 어머니, 이 딸이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어요.”
삼천배가 끝나고서는 이제 더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자신과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비라 기도와 아침 저녁으로 모시는 예불 그리고 참선, 줄어든 잠자는 시간 등 또 다른 내 자신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을 다 이겨내고 스스로 생각해도 장한 모습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부모님의 고마움과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에 남 몰래 눈물을 닦기도 했고, 촛불 의식을 하면서는 곧 헤어지게 될 친구들에 대한 슬픔과 다시 만나게 될 부모님에 대한 기쁨에 모두 다 눈물을 흘렸다.
백련암 수련법회에서 내가 배운 가장 큰 것은 인내와 사랑이다. 나 자신과 싸워서 이기고, 서로를 위해 주는 그것, 인내와 사랑은 수련법회가 끝나도 영원히 내 가슴 속에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엔 또 다른 다짐을 했다. ‘내가 다시 백련암 수련법회 참가하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여름처럼 말하고서 다시 내가 이곳에 오게 되면 정말 사람이 못될 테니까.
끝으로 우리들이 3박4일 동안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힘을 써 주신 스님들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기도하고 명상하고 헌신하는 삶
부처님은 이 세상의 이치가 ‘연기緣起’임을 깨달으셨다. 수많은 존재가 있는 곳을 세상이라고 하니, 세상의 이치는 곧 존재의 이치이기도 하다. 존재는 항상 변화한다. 멈추어 있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일행스님 /
-
이 한 번의 넘어짐!
동화천을 따라 걸어봅니다. 강바닥에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아서 갈대가 무성합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갈대숲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참새, 까치, 오리, 백로는 저마다 다른 곡선으로 날아갑니다.&nbs…
서종택 /
-
팔관재계와 참회법
지난 호에서 이불병좌불감과 과거칠불도상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보현보살권발품」에 의하면 수행자가 21일 밤낮으로 『법화경』을 독송하고, 그 뜻을 이해하며 관불觀佛수행을 하면 선정[夢] 속에서 과거…
고혜련 /
-
출가는 불효가 아니라 대효大孝의 실천
중국선 이야기 38 | 조동종 ④ 불교가 전래한 양한兩漢 시기에는 유학儒學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었다. 유학에서는 천인지제天人之際, 즉 인간과 천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천’에 지…
김진무 /
-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다
선禪이나 교敎나 불법은 똑같은데 회창 연간(841~846)에 무종의 폐불사태로 불법이 전면적으로 타격을 받은 와중에 교종의 다른 종파는 다시 재기하지 못하고 왜 선종만이 그전보다도 더 융성하게 성황…
성철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