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책소개
불교의 공(空) 사상과 중도(中道) 사상을 토대로 동서고금의 철학과 과학을 녹여내어 그것들을 연결하여 공통의 원리를 찾아낸 통섭(通攝)의 철학자 지해 김용정 선생의 글을 모아 제자 윤용택이 글의 눈높이를 맞춰 정리한 책이다.저자소개
김용정-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철학과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칸트에 있어서의 자연과 자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국의 뉴욕주립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그는 한국철학회장, 한국주역학회장, 한국선문화학회장,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 등을 역임했고, 계간 「과학사상」 편집인을 10여 년 동안 맡으면서 서양 과학문명과 동서양 철학사상을 접목하려 노력하였다.주요 저서로는 「과학과 불교」(동국대역경원, 1979; 석림출판사, 1996), 「칸트철학연구」(유림사, 1978; 서광사, 1996), 「제3의 철학」(사사연, 1986), 「과학과 철학」(범양사, 1996) 등이 있고, 주요 번역서로는 카프라(F. Capra)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범양사, 1979) 및 「생명의 그물(범양사, 1998), 리프킨(J. Rifkin)의 「엔트로피 1,2」(원음사, 1984), 스즈키 다이세쓰(鈴木大拙)와 에리히 프롬(E. Fromm)의 「선(禪)과 정신분석」(원음사, 1992), 사다티사(H. Sadhatisa)의 「불교란 무엇인가」(성균관대출판부, 1985) 등이 있으며, 이 외에 과학, 철학, 불교와 관련된 70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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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택-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마리오 붕게의 인과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에서 강사를 지내면서 계간 「과학사상」 편집주간을 맡다가 2000년부터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과학철학(공저, 창비, 2011), 「인과와 자유」(솔과학, 2014), 「한국의 르네상스인 석주명」(궁리, 2018), 「제주섬에서 만난 환경철학」(제주대출판부, 2023)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카르납(R. Carnap)의 「과학철학입문」(서광사, 1993)과 C. J. 본템포와 S. J. 오델의 「미네르바의 올빼미」(서광사, 1994)가 있다.
목차
ㆍ책을 펴내며 19ㆍ지해(智海) 김용정 선생의 학문세계 26
1부 불교, 과학, 철학의 삼중주
머리말 - 36
1강 동서사상의 만남 - 39
2강 불교의 중도사상 - 56
3강 불광과 초능력 - 77
4강 장(場) 개념으로 보는 불성 - 86
5강 현대물리학과 불교 - 100
6강 실체화를 떠난 참된 삶 - 123
발원문 - 138
2부 『반야바라밀다심경』 강의
1강 『반야심경』은 어떤 경전인가 - 144
2강 모든 괴로움과 재난에서 벗어나는 길 - 151
3강 오온과 공은 다르지 않다 - 156
4강 모든 존재는 공하여 생멸도 증감도 없다 - 162
5강 공 가운데는 그 어떤 것도 없다 - 172
6강 궁극적 열반에 이르는 길 - 183
7강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길 - 189
8강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주문 - 194
3부 철학, 과학과 불교를 만나다
1강 서양철학과 불교의 만남 - 204
2강 과학철학과 종교의 만남 - 219
3강 과학과 불교의 대화 - 227
4강 과학기술시대의 선(禪)의 의미 - 240
5강 선(禪)의 깨달음과 이성의 자각 - 273
4부 과학, 불교와 철학을 만나다
1강 현대 생명과학과 불교의 생명관 - 310
2강 생명과학기술과 생명윤리 - 343
3강 과학기술문명과 환경윤리 - 368
ㆍ참고문헌 385
ㆍ찾아보기_ 395
ㆍ후기_은사님 영전에 바칩니다 410
책속으로
8쪽 : 지해선생은 칸트와 카프라가 그랬듯이 서로 다른 철학, 과학, 사상을 잘 녹여내는 융섭(融攝)의 기술자요, 그것들을 연결하여 공통의 원리를 찾아내는 통섭(通攝)의 철학자였다. 그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합리주의와 신비주의, 철학과 신화, 과학과 종교 등이 서로 배척하고 대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호의존적이고 상보적이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보았다..
47쪽 : 어떠한 주장이 확실히 증명되지 않으면 과학적 성과로 이어질 수 없다. 증명된 많은 과학적 결과가 인류에게 여러 가지 많은 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나 만약 증명된 것만으로 인간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오늘 하루 우리가 살아낸 일들이 모두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간, 시간, 인과의 범주를 넘어선 또 하나의 질서가 우리의 삶에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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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쪽 : 지금까지 우리는 현대 과학문명의 부정적인 측면을 주로 비판하였으나, 반대로 현대 과학이론 중에는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점들도 많이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 인식론적 차원에서 불교의 중도사상과 유사한 20세기 초에 기초를 놓은 양자물리학의 사유 방법을 고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의 이론은 전통적인 인과적 결정론과는 전혀 다른 혁명적 사유체계로서 동양과 서양, 종교와 과학을 접목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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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쪽 :자연과 인간, 유전체와 인간 사이에는 보다 높은 합목적적 질서가 존재하며, 바로 그것은 어떤 신비의 초월적인 선, 미의 세계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분자나 세포를 단위로 하는 원자론적 분자생물학과 전체론적 생물학이 나뉘게 되며, 원자론적 환원주의와 유기체론적 전일주의 간의 벽이 생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 원자론적 기계론과 양자역학의 상보성원리에서 둘의 차이를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만약에 분자생물학이 원자론환원주의의 방법론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일시적으로는 성공하겠지만 역사의 후퇴이며 얼마 가지 않아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머리말
이 책은 김용정(1930-2019) 선생님이 남기신 말씀과 글을 토대로 다듬어 엮은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동국대학교 철학과에 재직(1970-1996)하시면서 많은 저서와 학술논문을 발표하셨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 불자들을 위한 강의도 많이 하셨고, 신문과 잡지에도 적지 않은 글들을 남기셨다.선생님의 학문적 관심 분야는 철학, 과학, 미학, 문학, 불교 등 광범위했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철학, 인도철학, 중국철학에서부터 서양 근세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철학인 현상학, 실존철학, 심리철학, 과학철학, 언어철학 등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철학들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학문 세계는 쉽게 오를 수 없는 높은 산이요 닿을 수 없는 깊은 바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생님은 황해도 해주의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사서(四書)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동양사상을 익히고, 청소년기에는 일본에서 물리학을 배워온 집안 어른이 들려주는 현대과학 이야기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철학과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과학철학을 연구했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은 우리나라 1세대 과학철학자라 할 수 있다.
선생님의 박사학위 논문은 <칸트에 있어서의 자연과 자유에 관한 연구>였다. 칸트(I. Kant, 1724-1804)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뉴턴 물리학에 토대를 두고 <순수이성비판>을 완성했지만, 끝내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자유는 분리된 두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선생님은 칸트의 선험철학에 바탕을 두면서도 비유클리드 기하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 불교 화엄사상을 통해 칸트철학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자연과 자유의 통일을 꾀하려 하였다.
선생님은 서로 다른 철학, 과학, 사상을 잘 녹여내는 융섭(融攝)의 기술자요, 그것들을 연결하여 공통의 원리를 찾아내는 통섭(通攝)의 철학자였다. 그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합리주의와 신비주의, 철학과 신화, 과학과 종교가 서로 배척하고 대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호의존적이고 상보적이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불교의 공(空), 중국철학의 기(氣), 플라톤의 코라(chora), 실존철학의 무(無), 현대물리학의 장(field) 개념 등을 통해 물질과 정신,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이 둘이 아님을 밝히려 하였다. 특히 그는 일찍부터 불교의 공(空) 사상과 중도(中道) 사상을 토대로 동서고금의 철학과 과학을 녹여내었다.
선생님의 주요 저서로는 <칸트철학연구>(유림사, 1978; 서광사, 1996), <제3의 철학>(사사연, 1986), <과학과 불교>(석림출판사, 1996), <과학과 철학>(범양사, 1996) 등이 있고, 주요 번역서로는 카프라(F. Capra)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범양사, 1978), 리프킨(J. Rifkin)의 <엔트로피>(원음사, 1984), 스즈키(鈴木大拙)와 프롬(E. Fromm)의 <선과 정신분석>(원음사, 1992) 등이 있다.
선생님은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뉴욕주립대학에 교환교수로 다녀온 바 있고, 교내 여러 보직과 초대 교수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학교 바깥에서는 한국철학회장, 한국주역학회장, 한국불교발전연구원장, 한국선문화학회장 등을 역임했고, 계간지 <과학사상> 편집인을 10년간 맡기도 하였다.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2023년 초에 안승신 사모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국의 범산 최종일 거사로부터 42년 전 미국에서 있었던 불교 강의 녹음파일을 받았다는 것이다(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1부 머리말에 실려 있다). 두 분은 그것을 녹취하여 책으로 내보자고 하셨고, 사모님께서 선생님을 가장 잘 아는 제자가 맡아달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강의록만으로는 단행본으로 내기에 분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선생님이 발표했던 글들을 찾아보니 기존 저서에 들어 있지 않은 불교, 과학, 철학 관련된 것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각기 다른 청중과 독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것들이어서 단행본으로 묶어내려면 글의 높낮이를 어느 정도 조정해야 했다. 그리고 이 책의 독자들이 불교를 합리적으로 이해하여 보려는 불자, 과학도, 철학도임을 감안하여 어떤 부분은 좀 보강하고, 어떤 부분은 더러 생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글들의 성격에 맞춰서 4부로 분류하였다.
1부 <불교, 과학, 철학의 삼중주>는 선생님께서 1981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환교수로 계실 때 볼티모어 성불사에서 교수, 대학원생, 의사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불교강좌를 녹취한 강의록이다. 말은 글보다 이해하기가 쉽지만,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리되어 불교, 과학, 철학을 넘나드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강의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2부 <반야바라밀다심경 강의>는 <불광>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뉴욕 원각사에서 열렸던 강좌 내용 일부를 추가하여 보완한 것이다. 선생님은 <반야심경> 강의를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1980년 겨울 뉴욕 맨해튼 원각사와 1995년 여름 한국불교발전연구원에서 한 것이다. 후자의 강좌 내용은 월간 <불광> 255호~266호(1996년 1월~12월)에 총 12회에 걸쳐서 ‘궁극의 이상세계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어째서 <반야심경>이 고통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경전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3부 <불교, 과학과 철학을 만나다>는 선생님의 한창 열정적이던 40대에서 학문이 무르익은 70대까지 글이 실려 있다. 이 글들은 현대의 철학과 과학, 그리고 선(禪)불교와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불교가 2500년이 넘은 역사가 오랜 종교이지만, 현대과학과 철학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가 나아갈 길을 가르쳐주는 21세기 종교로 으뜸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4부 <과학, 불교와 철학을 만나다>는 계간 <과학사상>에 실렸던 글을 다듬은 것이다. <과학사상>은 “과학은 물질적 풍요에 국한하지 않고 철학과 종교와 함께 인간과 사회의 선(善)을 이루고 생태계 파괴를 막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1992년 창간하여 총 50호가 발간되었다. 선생님은 1995년부터 10년 동안 편집인을 맡으면서 서양 과학문명과 동서고금의 철학사상을 접목하려 애를 쓰셨다. 이 글들은 불자들도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실었다.
이 책은 불교를 중심에 놓고 동서양의 수많은 철학사상과 현대과학의 내용들이 종횡무진하고 있어서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겠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선생님은 철저한 합리주의자이면서도 심오한 강의를 할 때는 가끔 신비적인 이야기들을 곁들이면서 모두를 강의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능력을 지닌 분이셨다. 이 책의 독자들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4년 봄
엮은이 윤용택